기사입력 2009.09.30 16:34 / 기사수정 2009.09.30 16:34
이 경기에서 안양 한라의 김기성은 해트트릭을 기록했고, 그의 콤비 박우상은 도움 3개로 팀 승리를 이끌었다.
두 공격수와 더불어 이날 안양 한라의 승리에는 '루키' 수비수 홍현목의 알토란같은 활약이 있었다.
2007년 연세대 3학년 시절 국가대표에 선발됐을 정도로 수비실력을 인정받는 홍현목은 연세대를 졸업하고 동기 정병천, 백민철과 함께 안양 한라의 유니폼을 입었다.
그러나 4학년 시절 입었던 무릎 부상 때문에 정병천이 08-09시즌에 데뷔전을 치르는 동안 홍현목은 빙판 밖에서 그저 바라보기만 해야 했다. 재활 속도도 그렇게 빠르지 않아 홍현목은 초조해졌다.
여름 훈련 내내 차츰 예전의 모습을 되찾기는 했지만 100%는 아니었다. 그렇게 아시아 무대에 뛰어든 홍현목은 녹록지 않은 벽을 실감해야 했다.
지난 19일 하이원과 벌어진 아시아 리그 개막전은 홍현목에겐 악몽과도 같았다. 유난히 하이원의 골이 들어갔을 때 홍현목이 수비를 맡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하이원의 세리머니 뒤에서 고개를 숙인 채 벤치로 돌아오는 홍현목의 어깨는 무거울 수밖에 없었다.
아시아리그 데뷔전에서 데뷔골을 터트렸지만, 골에 대한 기쁨보다는 골을 허용했다는 수비수 본연에 대한 아쉬움이 더 컸다.
개막 2경기에 대해 홍현목은 '아쉬움이 전부였던 경기였다'라고 기억했다.
"데뷔골을 넣긴 했지만, 그 경기에서 골을 너무 많이 허용해 전혀 기쁘지 않았다. 내 실력이 이것밖에 되지 않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다음에 잘하면 된다'고 주변에서 위로해줬지만 다음이 없을 것만 같았다."
부담이 가득한 채 맞은 3차전에서 홍현목은 아찔한 경험을 했다. 빙상 워밍업 중 패스를 했는데, 그 퍽이 날아가 팀 동료인 이유원의 얼굴에 맞았다. 이유원은 그대로 실려나갔고 홍현목은 당혹감을 숨길 수 없었다.
다행히 이유원은 간단한 치료를 마치고 돌아왔고 "괜찮다"며 홍현목을 다독였다. 홍현목은 "아마 (이)유원이 형이 경기에 뛰지 못할 정도로 다쳤다면 나도 경기를 제대로 집중하지 못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 사건은 오히려 홍현목에게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됐다. 안도감과 함께 '정말 열심히 해야겠다'는 다짐을 한 홍현목은 자신의 다짐대로 안정감 넘치는 수비를 펼치며 하이원의 공격진 봉쇄에 큰 역할을 했다.
그러나 홍현목이 가장 빛난 것은 수비가 아닌 공격에서였다. 3피리어드 들어 맹추격을 하기 시작한 하이원에 안양 한라는 5-6까지 쫓겼다.
하이원은 3피리어드 시작 2분 45초 만에 터진 김동환의 추격 골을 시작으로 야마다 유야의 골로 턱밑까지 따라붙었다.
만약 하이원의 동점골이 터진다면 경기 분위기는 하이원으로 완전히 넘어갈 위태로운 상황이었다. 그러던 중 홍현목이 시도한 중거리 슛이 하이원 선수의 스틱에 맞고 굴절되며 김유진 골리의 글러브를 지나쳤다.
순간 골이 맞는지 아닌지 선수, 관중, 심판마저 판단을 내릴 수 없었던 골은 결국 분위기 반전의 촉매제가 됐다.
이후 팀 스미스에게 한 골을 허용하긴 했지만, 안양 한라는 3분 사이에 내리 3골을 꽂아 넣으며 10-6의 승리를 거두고 적진에서 기분 좋은 승리를 거뒀다.
홍현목은 "사실 나는 내가 잘했다는 생각을 그다지 하지 못했다. 다만, 팀이 이겼고 골을 넣었기 때문에 기분이 좋았었는데 경기가 끝나고 부주장인 패스트가 '오늘 정말 잘했다'고 해서 '아, 오늘 경기는 잘했구나'라고 생각했다"고 경기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이어 "사실 들어갈 거라고 생각하고 한 슈팅은 아니었는데, 운이 좋았던 것 같다"며 의도한 슈팅은 아니었음을 말하기도 했다.
현재 현역으로 뛰고 있는 모든 수비수가 롤 모델이라고 말하는 홍현목은 "지금 아시아리그의 모든 수비수는 각자의 장점을 가지고 있다. 그 장점을 하나하나 배우고 받아들여 33경기 남은 정규 시즌에서 팀이 우승하고 통합 우승을 차지하는데 조금이나마 일조하고 싶다"며 우승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시즌 초반 아시아리그는 절대 강자도, 절대 약자도 명확하지 않은 채 혼란스러운 출발을 시작했다.
혼전속에서 그 어느 때보다 루키의 활약이 각 팀의 초반 판도를 파악하는 중요한 열쇠가 된 지금 홍현목의 활약은 가뭄 끝에 만난 반가운 단비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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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홍현목 (C) 엑스포츠뉴스 김경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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