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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박스] 리그컵의 미래는 '폐지'가 아닌 '확장'이다

기사입력 2009.09.23 03:56 / 기사수정 2009.09.23 03:56

전성호 기자

[엑스포츠뉴스=전성호 기자] 포항 스틸러스가 화끈한 '용광로 축구'로 우승을 차지하며 피스컵 코리아 2009의 막이 내렸다.

피스컵 결승전이 열린 9월 16일, 국내 최고의 축구 전용구장인 포항 스틸야드에는 모처럼 2만 명이 넘는 만원 관중이 몰려 축구를 즐기기 가장 좋은 날씨인 초가을 밤에 벌어지는 골 폭죽 쇼를 즐겼다. (개인적으론 K-리그가 얼마나 즐거울 수 있는지를 가장 잘 보여주는 한판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K-리그를 잘 모르는 이들은 이날 피스컵 결승을 보며 '축구는 벌써 결승전 하는구나.' 내지는 '어? 저번에 뉴스에선 서울이랑 전북이 1,2위라고 하던데?'라며 정규리그와 피스컵(이하 리그컵)을 헷갈리는 모습을 종종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한 시즌에 하나의 단일 대회를 치르는 프로야구나 프로농구에 비해 프로축구는 한 해에 정규리그, FA컵, AFC 챔피언스리그, 리그컵 등 4개 대회가 동시에 치러진다. 우승이란 타이틀을 '한 시즌에 하나'라고 생각하거나 K-리그에 관심이 적은 이들에겐 생소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사실 축구팬들에게도 리그컵은 그리 달가운 존재가 아니다. 아니, 오히려 회의적이다. 실제로 축구선진국인 유럽에서조차 리그컵은 존속이냐 폐지냐를 둘러싸고 몇 년째 격론이 벌어지는 존재다. 취약한 존재 기반 때문이다.

잉글랜드의 경우 리그컵(현행 칼링컵)은 프로팀들이 FA컵 예선이 펼쳐지는 시즌 초에 주중 경기의 기회를 얻게 하고 하위 리그 팀들에겐 상위 리그 팀들과 대전 기회를 제공하는 동시에 축구팬들을 상대로 시즌 초와 주중에 비교적 손쉽게 남는 장사를 하기 위한 취지를 갖고 있다. 반면에 K-리그의 리그컵은 기본적으로 리그의 규모가 작기에 리그 운영에 필요한 적절한 경기 수를 마련하기 위해 치러지고 있다.

그러나 리그컵은 정규리그에 비교하면 그 권위가 떨어지며, FA컵에 비하면 대회의 성격조차 뚜렷하지 않다. 챔피언스리그 출전권과도 관계가 없다. 이러면서 각 클럽들조차 1.5군 급의 선수들을 기용하면서, 리그컵은 자연스레 흥미가 떨어지는 2류 대회로 전락하고 말았다.

그 때문에 몇 년째 리그컵은 논란의 여지가 되어왔다. 실제로 K-리그에선 최근 90년대 이후 폐지와 부활이 반복되기도 했다.

하지만, 사실 리그컵이 없었다면 지난 포항과 부산의 피스컵 결승처럼 주중에 축구팬들이 모처럼 행복한 축구 잔치를 즐길 수 있었을까? 포항이 16년 만에 홈구장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리며 연고도시에 한껏 축구 열기를 고조시킨 것도, 리그 중하위권에 머물고 있는 부산이 '우승'이란 타이틀에 대한 큰 열망과 가능성을 맛보게 된 것도 모두 리그컵 덕분이었다.

비록 지금은 많이 부족한 듯해도, 리그컵은 잘만 다듬으면 우리에게 굉장히 유익한 존재가 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리그컵은 폐지보다는 확장의 길을 걸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K-리그에서 리그컵의 가장 큰 존재 이유는 경기 숫자의 확보이다. 총 15개 클럽이 참가 중인 K-리그가 각 팀이 2라운드씩 맞붙는다 해도 한 시즌에 28경기밖에 치르지 않는다. 4라운드를 치르면 무려 56경기나 되고, 스코틀랜드처럼 변칙적인 3라운드 경기를 치러도 42경기다. 이는 선수들에게 커다란 체력적 부담을 안기고 자칫 경기력 저하를 가져올 수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 1부 리그 클럽 숫자를 18~20개로 늘린다면 괜찮을까. 물론 경기 수는 적절해지겠지만, K-리그의 현재 시장과 선수 수급 상황 등을 고려하면 이는 결코 현명한 선택이 아니다. 현재 K-리그에 필요한 것은 '양'보단 '질'이다.

그렇다면, 리그컵이 K-리그에 긍정적인 효과를 내기 위해선 어떤 모습을 갖춰야 할까.

2부리그 활성화의 장치

적절한 숫자의 1부 리그 팀 숫자를 유지하면서, 2부리그 등 하부리그를 활성화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대안이 바로 리그컵이 될 수 있다.

앞에서 예를 든 잉글랜드의 리그컵은 프로리그에 속한 모든 클럽(1~4부 리그)에 열려 있지만, 현행 K-리그의 리그컵은 오직 K-리그(1부 리그) 15개 클럽에만 참가를 허용하고 있다.

물론 현재 한국 프로축구에선 1부 리그인 K-리그 외에 프로리그가 없다. 내셔널리그(N-리그)가 사실상 2부 리그로 여겨지나 엄밀히 말해 아마추어인 실업리그이며, 3부 리그를 표방한 K3리그 역시 세미프로리그다.

K-리그는 지난 2006년과 2007년, 두 해에 걸쳐 N-리그 우승팀을 K-리그로 승격시키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해당자인 고양KB와 울산미포조선의 거부로 무산되었다. 사실 프로화가 부담스러워 실업리그에 머무는 팀들에게 승격에 따른 거액의 가입금까지 내고 '적자의 바다'인 K-리그에 뛰어들라는 것은 무리가 있었다.

그래서 대한축구협회와 프로축구연맹 등은 빠르면 2010년을 목표로 2부 프로리그 창설을 진행해왔다. 기일이 가까워지고 있음에도 아직 명확하게 발표가 난 것은 없지만, 가까운 미래에 이웃 나라 J리그의 J1, J2처럼 중소도시를 중심으로 리그 참여가 확대되어 K-리그에 1, 2부 프로리그가 자리 잡고 승강제가 도입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하지만, 당장 2부로 강등당하는 팀은 1부 리그에 누려오던 많은 것을 잃게 된다. 특히 모기업의 후원에 의해 운영되는 기업형 구단이 많은 K-리그의 현 상황에서 2부 리그로 추락하는 것은 자칫 기업 홍보 효과의 반감에서 오는 비효율성이 너무나 커져 구단 운영에 대한 의지를 꺾게 할 수도 있다.

더군다나 2부리그가 1부리그와 자웅을 겨룰 수 있는 대회는 FA컵 하나에 불과하다. 이는 2부리그의 흥행과 경기력 증대에도 문제가 된다. 이런 상황에서 리그컵의 문을 2부리그까지 확장시키는 것은 꽤 좋은 대안일 수 있다.

리그컵의 활성화는 2부 리그의 시장성을 키워줄 수 있다. 리그컵을 통해 2부 리그가 1부 리그와 계속해서 주중에 맞붙으면 언론 등 대중매체 등을 통한 지속적 노출이 가능해져 2부 리그에 대한 팬들의 관심도 증대된다. 2부 리그 선수들 역시 1부 리그와의 경기를 통해 경기력 향상 및 동기 부여의 기회를 얻게 된다.

만약 2부리그가 1부리그 팀을 상대로 '이변'을 일으키면 리그컵 자체에 대한 흥미와 관심도 자연스럽게 올라가게 된다. 1부 리그 팀들 역시 젊은 유망주나 당장 팀 전력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 선수들을 2부리그에 임대 보내더라도 1부리그 등과 정기적으로 경기를 펼칠 것이기에 경기력 저하의 우려는 줄어들고 출전 기회는 증대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는 2부리그의 질적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

대략적인 방법을 생각해보면, AFC 챔피언스리그 출전팀을 제외한 K-리그 11개 구단이 두 개 조로 나눠 예선을 치르는 현 방식을 탈피해, 2부리그 상위 9개 팀에게 참가 기회를 확대해 총 20개 팀 4개조로 조별 예선리그를 갖게 한다. 그리고 상위 1팀씩이 8강에 진출한다. 물론 강등되는 팀이 있으면 그 팀을 포함 9개 팀을 선정한다. 9개가 너무 많으면 5개로 줄이는 것도 가능하다. 이런 방식은 2부 리그 팀들이 리그컵 출전권을 얻기 위해 경쟁하는 흥미 요소까지 2부리그에 부여할 수 있다.

이처럼 리그컵을 계기로 2부 리그도 지속적으로 1부리그와 경기를 가지면서 뚜렷한 목표 의식과 성취동기를 갖는 동시에 축구팬들의 관심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면 리그컵의 존재의의는 의외로 커질 수 있다.

AFC 챔피언스리그를 활용

리그컵의 권위와 관련하여 연맹의 고민은 리그컵 우승팀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너무 적다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상금도 적고 리그컵의 우승팀에게 비시즌 중 국제클럽대항전 출전권을 부여하는 현행 방식도 그다지 좋아 보이지 않는다. (현재 리그컵 타이틀과 이름이 같으면서 연맹 회장사가 주최하는 피스컵에 출전권을 부여하자는 아이디어도 있지만 그리 좋은 방법이 아닌 듯하다. 해외에서 그것도 K-리그 시즌 중에 열리는 피스컵에 출전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여기에서 우리는 최근 확대 개편되며 아시아 프로축구의 가장 큰 무대로 그 의미가 격상된 AFC 챔피언스리그의 출전권을 떠올릴 수 있다. 이만하면 우승 못지않은 큰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

물론 AFC 챔피언스리그가 자국 리그와 FA컵 성적을 기준으로 출전 자격을 주도록 규정돼 있긴 하지만, AFC 챔피언스리그가 태생적으로 아시아 컵 위너스컵을 흡수했기 때문에 불가능하기만 하다곤 볼 순 없다. (유럽의 경우엔 컵 위너스컵이 UEFA컵에 흡수되었기 때문에 FA컵이나 리그컵 우승팀이 UEFA컵에 참가하는 것이다.) K-리그와 아시아프로축구의 발전을 위한 대승적 차원에서 AFC와의 합의도 가능하다.

또한, AFC 챔피언스리그를 통해 한 해에 프로축구에서 치러지는 정규리그, FA컵, 리그컵 등 3개 대회를 하나의 의미에서 묶어준다는 의의도 존재한다. 이처럼 만약 리그컵 우승팀이 AFC 챔피언스리그 참가가 가능해진다면 K-리그에 부여된 4장의 AFC 챔피언스리그 티켓을 정규리그 1, 2위와 6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3~6위 팀 중 최종 승자, 그리고 FA컵 우승팀에게 부여하는 현행 방식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① 정규리그 1~2위, FA컵 우승, 리그컵 우승: 가장 간편한 방법이고 어찌 보면 본래 AFC 챔피언스리그 참가 자격을 가장 존중하는 방식이다. AFC 챔피언스리그는 말 그대로 '챔피언'을 위한 리그니 우승 혹은 우승에 가까운 성적을 거둔 팀들을 내보내는 것이다.

따라서 정규리그, FA컵, 리그컵 등 3개의 국내대회 우승팀과 '와일드카드'로 정규리그 2위 팀에게까지 AFC 챔피언스리그 티켓을 배정하는 것이다.

② 정규리그 1~2위, FA컵 우승, 플레이오프 우승: FA컵 우승팀까지는 인정하면서 리그컵 우승팀에게도 기회를 열어주는 측면으로 정규리그 3~5위 팀과 리그컵 우승팀이 한 장의 AFC 챔피언스리그 티켓을 걸고 토너먼트를 치르게 할 수 있다.

이는 시즌 말미까지 치열한 중위권 경쟁을 유지케 해 흥미를 유발하는 현행 6강 플레이오프 제도의 장점을 그대로 가져가면서도 '정규리그의 정통성을 해치고 단기전에 의해 시즌 챔피언이 결정된다'라는 6강 플레이오프에 대한 비판도 해소할 수 있다.

③ 정규리그 1~2위, 플레이오프 상위 2팀: AFC 챔피언스리그는 단기전이면서도 정규리그와 함께 치르기 위해선 두터운 전력 층을 필요로 한다. 때문에 K-리그의 경쟁력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전력이 더 탄탄하고 K-리그의 진정한 강팀이 출전하도록 하는 것이 여러모로 바람직하다.

따라서 FA컵과 리그컵 우승팀에게 바로 AFC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을 주지 않고, 이들이 정규리그 3, 4위 팀과 플레이오프를 거치게 하는 것이다. 장기전인 정규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팀과 단기전에서 우승한 팀끼리 만나 진정한 시즌의 강자는 누구였는지를 가리는 것이다. 이는 클럽들이 정규리그를 무시하고 오로지 컵 대회에만 '올인'하는 부작용을 막을 수도 있다.

플레이오프는 토너먼트보다는 네 팀이 서로 한 번씩 맞붙는 풀리그 방식을 채택하고, 그 결과 상위 2팀에 AFC 챔피언스리그 티켓을 주는 것이다. 득실차에 다득점까지 따지는 방식이어서 마지막까지 치열한 경기를 벌일 것이고, 마치 월드컵 조별예선과 같은 흥미진진한 대진을 보여줄 것 같다.

④ 정규리그 1위, FA컵 우승, 플레이오프 상위 2팀: 가장 권위 있는 우승이라 할 만한 정규리그 1위와 FA컵 우승팀엔 출전권을 부여하고, 대신 ③처럼 정규리그 2,3,4위와 리그컵 우승팀이 AFC 챔피언스리그를 두고 풀리그 경쟁을 벌이는 것이다.

⑤ 정규리그 1~3위, FA컵 vs 리그컵 승자: 사실 30경기 가까운 장기전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팀이 많아 봐야 10경기 남짓만 치르는 단기전 대회의 우승팀보다 우대받는 것이 더 합리적일지도 모른다. (특히, FA컵은 현행 대회 방식 하에선 K-리그 팀이 겨우 5번만 이기면 우승할 수 있다!)

따라서 정규리그 상위권 팀에게 우선적으로 AFC 챔피언스리그 티켓을 분배하고, 단기전의 두 승자가 서로 맞붙게 해 마지막 남은 한 장의 티켓을 위해 경쟁하는 것이다. 그럴듯하긴 하지만, 이런 방식은 지금의 6강 플레이오프같이 정규시즌의 긴장감을 끝까지 놓치지 않게 해줄 수 있는 장치가 조금 부족해 보여 승강제 등이 도입된 이후가 더 적당할 것으로 보인다.

이만하면 지금의 6강 플레이오프처럼 거대한 가을 축구 잔치를 벌일 충분한 기회가 되지 않을까?

나에겐 약이 되는 것도 누군가에겐 독이 될 수 있고, 반대로 남에겐 독이었던 게 나에겐 약이 될 수 있다. 지금의 리그컵은 축구 선진국에서조차 그다지 긍정적인 평가나 결과를 얻어내지 못하면서도 유지할 수밖에 없는 '계륵'인 상태에 있지만, 우리의 프로축구 실정에 맞춰 적합한 형태로만 바꿔줄 수 있다면 적은 비용과 노력이 투자되고도 고효율의 효과를 낼 수 있는 '알찬' 대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전성호의 스카이박스] 대한민국 축구를 가장 편안하게 바라볼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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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피스컵 코리아에서 우승을 차지한 포항 스틸러스(C) 포항 스틸러스 제공]



전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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