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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의 유럽'이기엔 부족했던 호주

기사입력 2009.09.06 07:42 / 기사수정 2009.09.06 07:42

전성호 기자

[엑스포츠뉴스=서울월드컵경기장, 전성호 기자] '가상의 유럽팀'을 기대했지만, 호주는 2% 부족했다.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9월 5일 저녁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호주 대표팀을 상대로 2010 남아공 월드컵을 대비한 평가전을 치렀다. 행정적으로는 아시아축구연맹(AFC)에 속해있지만 유럽 수준의 체격과 기량을 갖춘 호주를 상대로 한 평가전은 월드컵 본선 조별리그에서 최소한 한 팀은 맞붙게 될 유럽팀과의 경기를 대신한 좋은 스파링 무대가 될 것으로 여겨졌다.

특히, 이전까지 24경기 연속 무패 행진을 이어왔으나 출범 이후 칠레와 파라과이를 제외하면 모두 아시아 국가와 맞붙었을 뿐인 허정무호에게 호주전은 여러 면에서 좋은 경험이 될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

허정무 대표팀 감독 역시 '세계랭킹 14위' 호주를 맞아 준수한 경기력을 뽐내며 특별히 흠잡을 데 없는 3-1 완승을 한 뒤 기자회견에서 "호주는 탄탄한 수비와 유럽 수준의 체격조건을 겸비한 팀이다. 이번 경기를 통해 앞으로 유럽팀을 상대로 어떻게 해야 할지를 배운 기회가 됐다."라고 자평했다.

그러나 사실 이날 경기에서 호주는 기대만큼의 강한 상대가 되지는 못했다. 대한민국은 최전방 공격수들부터 적극적인 압박을 통해 상대를 괴롭히었지만, 호주는 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수비라인을 밑으로 끌어내려 소극적인 경기 운영을 펼쳤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핌 베어벡 호주 감독이 밝혔듯이 처음으로 손발을 맞춘 수비진이 조직력에 문제를 드러내며 앞으로 치고 올라가지 못하고 계속해서 뒤로 쳐진 것이 문제였다. 호주 대표팀의 핵심 멤버인 팀 케이힐(에버튼)과 해리 큐얼(갈라타사라이)이 빠지면서 공격력이 무뎌진 것도 호주의 부진에 한 몫을 했다. 다시 말해 '월드컵에선 만날 일 없는' 불완전한 상태의 팀을 만난 것이다.

물론 다양한 전술을 시험하며 훌륭한 승리를 거둔 것은 좋은 경험이다. 그러나 월드컵에서 만날 유럽팀들은 '이변'을 통해 올라온 몇몇 국가 외엔 이날의 호주와는 달리 중앙선을 넘기 전부터 적극적인 압박을 가하는 동시에 가공할 공격력으로 우리를 괴롭힐 것이다. 체격과 기술에서 우리보다 한발 앞서있는 유럽팀들이 이런 전술로 나오면서 경기의 주도권을 뺏어갈 경우까지를 대비한 경험을 이번 호주전에서 얻었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

한 편으로는 '前 대한민국 대표팀 감독'이 이끄는 강팀을 상대로 한 평가전의 의미가 100%  살아나지 못한 것도 아쉽기만 하다.

허 감독을 제외하면 그 어느 국가대표팀 감독보다 한국을 잘 파악하고 있는 베어벡 감독이 이끄는 호주가 한국의 약점을 집중 공략하며 조금 더 괴롭혀 주었다면, 우리로선 이를 통해 약점을 발견하고 보완할 수 있는 좋은 계기를 마련할 수 있었을 것이다.

2002년 월드컵을 앞두고 한국은 프랑스와 체코 등을 만나 0-5의 대패를 당했다. 이 때문에 거스 히딩크 당시 대표팀 감독 역시 한 때 '오대영'이란 별명으로 불렸을 정도다. 그러나 이러한 쓰라린 패배들은 오히려 우리의 약점을 발견하고 이를 수정하는 긍정적인 계기가 되었고, 결국 월드컵 본선에서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었다.

반면 딕 아드보카트 감독이 이끌던 2006년 월드컵 준비 기간에는 줄곧 4-3-3으로 훈련하면서 국내에서 치러지는 평가전에 안주하다 월드컵 직전 현지에서 가나를 만나 1-3으로 패했다. 이후 본선 첫 경기 토고와의 경기에서 한동안 사용하지 않던 3-4-3을 다시 활용했다가 선제골을 내주며 흔들렸던 것은 평가전과 전지훈련 등 월드컵 준비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결정적으로 반증하는 장면이었다.

그런 면에서 대부분 아시아팀을 상대로 국내 경기로 치른 허정무호의 25연속 무패 행진은 긍정적일 수도 있지만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때문에 앞으로 11월에 계획 중인 유럽 현지 평가전 및 내년 1~2월 치러질 전지훈련, 그리고 그 이후의 평가전 등에선 월드컵 본선에서 만날 수 있는 강팀들과의 대결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리고 그 시기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을 것이다.

물론 호주전에서 전혀 소득이 없던 것은 아니다. 허 감독은 '한 박자 빠른 패스'와 '순간적인 움직임'을 유럽팀 공략의 해법으로 제시했고, 호주전을 통해 어느 정도는 이에 대한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고 볼 수 있다.

허 감독은 "호주는 유럽팀처럼 체격이 좋고 태클 범위나 몸싸움이 좋다. 이를 바탕으로 한 압박이 위협적인 데 반해 순간 동작이나 반대 동작이 미흡한 것에서 공략 점을 찾았다. 상대가 다가오기 전에 미리 패스할 것과 배후 움직임, 패스 플레이를 적극 활용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후의 평가전 등을 통해 맞대결을 펼쳐보고 싶은 팀이 있느냐는 질문에 허감독은 "아직 월드컵 유럽지역 최종예선도 끝나지 않아서 뭐라 말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어느 팀이 되든 좋은 훈련이 될 수 있다."라며 즉답을 피했다. 그러면서도 "시간이 많진 않지만 점점 더 보완해 나갈 생각이다."란 말로 자신감과 결연한 의지가 담긴 메시지를 던졌다.

[사진 = (C) 엑스포츠뉴스DB 남궁경상 기자]



전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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