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5.09.01 11:12 / 기사수정 2005.09.01 11:12
8월의 마지막 날 울산 문수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후기 3라운드 경기는 부천과 울산의 명암이 극명하게 엇갈리게 된 한 판 승부였다. 부천은 이 날 경기에서 후반 14분 울산수비 유경렬의 자책골로 1:0승리를 거두며 후기리그 2연승을 거뒀고 울산은 후기리그 들어 3경기 연속 무승(1무2패)에 홈 경기 무득점 2연패의 추락을 이어갔다.
후리리그 첫 경기에서 1승을 거두며 기분좋은 출발을 하고 있던 부천에 비해 울산은 두 경기에서 1무1패에 그치며 1승이 시급한 시점이었다. 따라서 이 날 경기 역시 전반적인 주도권을 잡은 쪽은 울산이었다.
부천도 이 날 경기를 승리로 이끈다면 후기리그 초반 상승세를 가져가며 플레이오프 진출에 대한 희망을 밝힐 수 있었다. 하지만 허리싸움에서 다소 밀리며 어려운 경기를 펼쳐야만 했다.
울산은 이천수 김진용 마차도를 공격 삼각편대로 내세웠고 오른쪽 미드필더에는 중앙수비수 박병규를, 중앙 수비자리에는 유상철을 투입하며 진영을 꾸렸다. 경고누적으로 결장한 이 호의 자리에는 장상원이 투입되었다.
부천은 조용형과 마철준이 경고누적으로 결장하며 빨간불이 켜진 수비진에 이동식과 이상호를 투입했고 최철우, 고기구 투톱아래 김길식을 받치며 공격진을 구성했다.
전반전은 다소 지루한 양상이었다. 울산이 주도권을 잡았지만 공격연결이 매끄럽지 못했고 결정적인 장면도 자주 만들어 내지 못했다. 부천 역시 수비에 중점을 두느라 공격에는 그다지 큰 힘을 쏟지 못했다. 역습찬스에서 몇 차례의 중거리 슛을 날린 것이 전부였다.
후반전도 전반전과 양상은 비슷했다. 울산이 공세를 올렸고 부천은 안정적인 수비를 바탕으로 역습을 주로 시도했다. 울산은 후반전 10분이 넘도록 이천수, 김진용을 중심으로 매섭게 부천을 몰아붙이며 득점을 노렸다. 그러나 공격시도가 여의치 않으며 부천에 위협적인 역습찬스를 내 주었고 의외의 한 골을 헌납했다.
후반전 중반으로 접어들던 14분, 부천의 고기구가 울산의 페널티에어리어 왼편을 파고들며 크로스를 올린 것이 몸을 날린 유경렬의 발끝에 맞고 울산의 골문에 빨려 들어갔다. 울산으로서는 정말 어이없는, 부천으로서는 행운이 따라준 한 골 이었다.
이 후 울산은 선수들이 집중력을 잃으며 흔들리기 시작했다. 공격을 했으나 루트가 측면으로만 너무 굳어졌고 전혀 매섭지 않았다. 부천은 이 후 수비를 더욱 견고히 다지며 좋은 역습 찬스를 더 맞이 할 수 있었다. 조금만 집중력을 살렸더라면 추가골을 넣을 수 있는 상황도 몇 차례 있었다. 조용형과 마철준의 결장으로 불안감을 떨칠 수 없었던 수비진도 이동식 이상호의 활약과 양 사이드 미드필더인 신승호와 변재섭의 적극적인 수비가담으로 견고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결국 이 날 경기의 승부는 약간은 싱겁게도 자책골 하나로 갈리고 말았다. 하지만 승부의 결과가 미친영향은 결코 싱거운 것이 아니었다. 부천은 후기리그 2연승의 상승세를 타며 불투명하던 플레이오프 진출에 대한 희망을 밝혔고 울산은 이 날 경기마저 패배하며 그야말로 수렁으로 빠져들었다.
----박진섭의 이적이 불러온 울산의 나비효과----
후기리그를 예상하면서 많은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울산을 강력한 우승후보중 한 팀으로 지목했다. 국가대표가 다수 포진하고 있는 선수층과 안정적인 경기력을 보여준 컵대회와 전기리그, 게다가 이천수와 최성국의 복귀는 호랑이에게 날개를 달아 준 것과 다름없었다.
그러나 후기리그가 3R지난 시점 울산은 심각한 부진의 늪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 3경기동안 2무1패 1득점의 초라한 기록도 기록이지만 경기 내용 자체가 워낙 답답하다.
우선 시즌 중반 팀을 떠난 오른쪽 미드필더 박진섭의 대안을 여전히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 박진섭의 이적 이 후 김영삼, 이 호, 박병규, 이종민 등 다양한 카드를 실험해 보고 있지만 이렇다할 답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앞선 서울전에 이어 이 날 경기에서 오른쪽 미드필더를 맡은 박병규는 공수 양면에서 별 다른 활약을 보이지 못하며 포지션 적응에 실패했음을 보여주었다. 이 위치의 공백은 전체적인 팀 조직력의 와해를 불러왔다.
시즌 동안 안정적으로 중앙수비를 맡아 공격을 차단하던 박병규가 자리를 옮기자 그 공백은 자연스레 수비불안으로 이어졌다. 유상철이 그 자리를 맡으며 수비를 이끌었지만 유경렬-유상철-무사의 수비라인은 발빠른 공격진에게 한계를 드러내며 고전을 펼쳤다. 특히 수원에서 영입한 무사는 스피드와 공격전개 능력에서 모자란 모습을 보여주며 아쉬움을 사고 있다.
공격진 역시 답답하긴 매 한가지다. 이천수, 최성국, 김진용, 이종민, 김형범, 노정윤, 마차도 등 이름 쟁쟁한 선수들이 힘겹게 주전경쟁을 펼치는 포지션이지만 정작 공격진의 위력이 별 볼일 없다.
무엇보다 공격진들간의 호흡이 전혀 안 맞는다. 개인 플레이는 그럴싸 하지만 정작 그 다음을 받쳐줄 선수가 없다는 것. 미드필드에서 부터 이어지는 공격패턴이 너무 측면에 치중되어 있어 단조롭고 그 마저도 전개 속도가 매우 느리다. 다시 말해 미드필드진이 패스할 적절한 곳에 공격수들이 없거나 공격수들이 침투하는 곳에 패스가 들어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유상철의 기량이 좀처럼 회복되지 않는 점과 컵대회 때 맹활약을 펼친 김진용의 부진도 적지않은 영향을 끼친다.
후기리그 초반 3경기의 부진으로 울산은 당초 목표로 설정했던 후기우승에 먹구름이 낀 상태다. 남은 카드는 전 후기 통합승점으로 플레이 오프 티켓을 따는 것. 전기리그를 3위로 마감하며 승점관리에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고 있었지만 현재는 그 마저도 만만치 않다.
승점 23점으로 5위를 달리고 있는 울산은 2위 포항(27점)과 한경기 이상의 격차가 벌어져 있다. 아래로는 9위 대전이 승점21점을 기록하며 바짝 추격하고 있는 상태. 당연하게 생각되던 플레이오프 진출은 이제 한치 앞을 알 수 없게 되었다.
울산의 다음 경기는 9월11일 대구 원정, 충분치는 않지만 흐트러진 팀 분위기를 다시 세우기에는 그리 부족한 시간도 아니다. 박진섭 딜레마로부터 시작된 팀의 총체적 난국. 이 상황을 벗어나기 위한 김정남 감독의 묘수가 과연 무엇일지, 그리고 그 묘수가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만년 2위를 벗어나려는 울산에게 찾아 온 가장 큰 위기의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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