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9.09.02 01:35 / 기사수정 2009.09.02 01:35
설기현은 지난해 6월에 열린 2010 남아공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 투르크메니스탄과의 경기 이후 약 1년 3개월 만에 허정무호에 합류하며 월드컵을 향한 본격적인 주전경쟁에 돌입했다. 지난 1년 3개월 동안 태극마크와 인연이 없었던 설기현은 이번 호주와의 평가전을 앞두고 어렵사리 기회를 잡으면서 후배 이청용과 선의의 경쟁을 펼치게 되었다.
2009/10시즌 프리미어리그 개막을 앞두고 풀럼으로 복귀한 설기현은 여전히 팀 내에서 입지가 좁은 상태다. 유로파 리그 3차 예선 FK 베트라와의 경기에서 골을 신고하며 자신의 존재감을 알렸지만 기존의 클린트 뎀프시, 졸탄 게라가 건재하고 데미언 더프가 새롭게 가세하면서 주전 경쟁에서 한발 밀려난 상태다.
그럼에도, 허정무 대표팀 감독은 설기현의 컨디션을 체크했고 프리시즌에 좋은 활약에 인상을 받고 다시 한 번 기회를 부여했다. 물론 대표팀에 합류한 것이 예전과 같이 주전을 의미하는 것도 아니고 월드컵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잠시 자리를 비운 시간에 이청용이라는 거물급 신예의 등장으로 설기현으로서는 피 말리는 주전경쟁에 돌입하게 되었다. 공격수도 가능한 설기현이지만 대표팀은 현재 박주영- 이근호 투톱이 건재하기에 공격수 경쟁에서도 이동국과 함께 힘든 경쟁을 피할 수 없다. 이에 설기현도 "경쟁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약 1년이라는 시간이 남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다"라고 말하며 선의의 경쟁을 펼칠 것이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설기현의 강점은 바로 '풍부한 경험'이다. 2000년 1월, 뉴질랜드와의 친선경기에서 대표팀에 데뷔한 설기현은 대표 생활 10년차로 젊어진 대표팀의 고참 중의 고참급이다. A-매치 79경기에 출전해 18골을 기록 중인 설기현보다 A-매치 출전 횟수가 많은 선수는 이운재와 이영표, 박지성 그리고 김남일뿐이고 이동국(22골)에 이어 최다 득점자이기도 하다.
2002년 한일 월드컵 이탈리아와의 16강전에서 기적과도 같은 동점골을 터트리며 4강 신화의 주역이었고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는 프랑스와의 조별리그 2차전에서 박지성의 천금 같은 동점골의 시발점 역할을 하며 그동안 한국 축구 역사의 중심에 당당히 자리했다.
벨기에(앤트워프, 안더레흐트)를 거쳐 잉글랜드 챔피언십(울버햄튼) 그리고 프리미어리그(레딩, 풀럼)까지 약 10년 동안 유럽에서 활약하면서 UEFA 챔피언스리그, 유로파 리그 등 최고무대를 경험했다. 이런 경험은 대표팀의 어린 후배들에게서는 기대할 수 없는 설기현만의 장점이다.
또한, 설기현은 좌우를 가리지 않고 최전방 공격수도 완벽히 소화하는 멀티 플레이어로서 대표팀의 전술 운신의 폭을 넓게 해준다. 대표팀은 기본적으로 4-4-2 포메이션을 지향하지만 차선책으로 4-3-3 포메이션을 가동할 때에는 윙 포워드 위치에 적합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세월 무상 이제는 대표팀 터줏대감에서 도전자의 입장이 되었다. 최고를 달리던 설기현으로서는 어색한 자리임이 분명하지만 현실을 인정했고 경쟁을 겸허히 받아들였다.
설기현의 복귀는 사상 첫 원정 16강을 노리는 대표팀의 발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가져온다. 이제 기회는 주어졌다. 9월 5일 호주와의 평가전을 시작으로 앞으로 설기현 자신이 대표팀에 적합한 인물이라는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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