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9.08.31 20:24 / 기사수정 2009.08.31 20:24
[엑스포츠뉴스=정재훈 기자] 모든 구기 종목은 승리를 쟁취하기 위해 속고 속인다. 투수는 변화구를 던질지 직구를 던질지 고민한 뒤 상대를 속일 수 있는 공을 선택하며 타자는 상대 투수의 공을 역으로 노린다. 주자는 투수를 속여 도루를 시도한다. 배구도 상대 수비가 예측 못 하는 공격을 시도해야만 점수를 얻을 수 있고 탁구, 테니스, 농구 등 대부분의 스포츠가 그렇다.
축구도 예외가 아니다. 상대 수비를 현혹시키기 위해 현란한 발동작을 하고 왼쪽으로 향하고자 오른쪽으로 가는 척하며 수비를 속인다. 환상적인 힐 패스나 노룩 패스 등 모든 것이 상대를 속이는 것이다.
상대를 속이는 멋진 플레이에 수많은 팬이 열광하지만 최근 축구를 지켜보면 상대를 속이는 것이 아니라 심판을 속이는 것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이는 곧 팬들을 속이는 것과 다름없다.
최근 잠시 주춤했던 다이빙에 대한 논란이 잉글랜드에서는 또다시 가열되고 있다. 지난 27일 아스날과 셀틱의 UEFA 챔피언스리그 3차 예선에서 아스날의 에두아르도 다실바는 셀틱의 골키퍼 보루츠에 걸려 넘어져 PK를 얻어내 직접 득점에 성공했다. 하지만, 경기가 끝난 뒤, UEFA 측의 비디오 판독 결과 에두아르도는 보루츠와 접촉이 없었고 UEFA는 심판을 속였다는 비신사적인 행동으로 판단해 에두아르도에게 2경기 출장 정지 처분을 내렸다.
이 사건으로 에두아르도는 지난 30일 있었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경기에서 관중에게 끊임없는 야유를 듣게 되었다. 선발 명단에서 제외되어 벤치에서 대기했지만 에두아르도를 비출 때마다 관중은 "cheat"을 외치며 비난을 퍼부었고 후반전에 교체 출전한 뒤에도 어김없이 야유가 쏟아져 나왔다.
이날 경기 중에 또다시 논란이 될 만한 판정이 생겼다. 0-1로 뒤지고 있던 맨유는 후반 13분 웨인 루니가 페널티 박스 내에서 알무니에게 걸려 넘어졌다. 주심은 PK를 선언했고 루니는 침착하게 성공하며 역전승의 발판을 마련했다.
리플레이 확인 결과 분명히 신체적 접촉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과연 PK를 선언할 만한 상황이었는지에 대해서는 고개가 갸웃거린다. 알무니아는 정확히 공을 보고 들어갔고 루니는 미세한 접촉에 3M 이상 나가떨어졌다.
루니가 PK를 얻기 위해 다이빙을 했는지는 본인만 알 수 있겠지만 빠르게 진행되던 당시 상황에서는 어떤 심판이라도 PK를 선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설사 오심이라고 하더라도 신체적인 접촉이 있었고 루니의 과한 액션은 눈을 속이기에 충분했다. 심판의 편을 들 생각은 없지만 이를 전적으로 심판의 탓만으로 돌릴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아르센 벵거 감독은 논란이 되고 있는 선수들의 다이빙 문제에 대해서 "그것(다이빙)에 대해서는 판단하기 어렵다. 선수들은 때로는 충돌을 피하기 위해 다이빙을 할 수도 있다. 재치와 영리함, 그리고 속임수의 경계선은 때로는 매우 얇을 수 있는 것이다" 라고 말했다.
벵거 감독의 말처럼 상대수비의 살인적인 태클을 피하고자 몸을 공중으로 띄우는 것은 어찌 보면 피할 수 없는 선택이다. 실제로 이런 살인 태클로 선수생활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는 경우도 종종 생기기 때문에 본능적으로 몸을 날릴 수밖에 없다.
기자는 에두아르도의 플레이를 다이빙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그를 옹호하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선수생활을 끝낼 수도 있었던 치명적인 부상을 당했던 에두아르도는 자신도 모르게 본능적으로 몸을 날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물론, 그렇다 하더라도 다이빙이 정당화된다는 뜻은 절대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안드레이 아르샤빈과 로비 파울러의 행동은 팬들에게 감동을 주었으며 다른 선수들에게 모범을 보여주었다. 아르샤빈은 2008/09시즌 35라운드 포츠머스와의 경기에서 페널티 박스 내에서 포스머스 수비수 션 데이비스의 태클을 걸려 넘어졌고 주심은 곧바로 PK를 선언했다. 하지만, 아르샤빈은 주심에게 PK가 아니라는 제스처를 보냈고 코너킥임을 주장했다.
비록 판정은 번복되지 않았고 니콜라스 벤트너가 골에 성공했지만 아르샤빈의 솔직함을 볼 수 있는 장면이었고 이 장면을 지켜본 사람들은 아르샤빈에게 찬사를 보냈다.
로비 파울러 역시 진정한 스포츠맨십을 보여주었다. 파울러는 아스날과의 경기에서 페널티 박스 안에서 데이비드 시먼과 충돌했고 이에 주심은 가차없이 PK를 선언했다. 하지만, 파울러는 PK를 선언한 주심에게 신체 접촉이 없었다며 잘못된 판정이라는 것을 알려주었다. 역시 한 번 선언된 판정은 번복되지 않았으나 파울러는 직접 키커로 나서 일부로 실축을 하며 스스로 판정을 바로 잡았다.
이런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자 UEFA 회장 미셀 플라티니는 지난 2007년부터 양쪽 골대에 부심을 한 명씩 추가로 배치하는 6인 심판 시스템 (주심, 부심 4명, 대기심)안건을 제시했고 다른 이들은 비디온 판정 전자 기술 시스템 도입을 제기했다.
최근 야구와 배구 그리고 몇몇 격투기에서 시범적으로 비디오 판독 시스템이 도입되고 있어 축구도 적용하자는 목소리는 계속 나오고 있지만 쉴새없이 진행되는 축구의 특성상 현실적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6인 심판 시스템에는 조금 더 구체적인 방안이 나온다면 수긍을 하겠지만 개인적으로 비디오 판정에 대해서는 반대를 하고 있다.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하기보다 제2의 파울러와 아르샤빈이 나오길 기대하는 것은 현실과 전혀 동떨어진 지나친 로맨티시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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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두아르도와 아르샤빈' 아스날 공식 홈페이지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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