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이재규 감독이 '완벽한 타인'을 통해 관객들의 지지를 얻으며 특유의 세심한 연출력을 다시금 인정받았다.
10월 31일 개봉한 '완벽한 타인'은 완벽해 보이는 커플 모임에서 한정된 시간 동안 핸드폰으로 오는 전화, 문자, 카톡을 강제로 공개해야 하는 게임 때문에 벌어지는 예측불허 이야기를 그린 작품.
2016년 개봉한 이탈리아 영화 '퍼펙트 스트레인저'를 원작으로, 이 내용을 한국 정서에 맞게 각색했다. 개봉 후 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며 11일 만에 300만 고지까지 넘어서는 등 흥행을 이어가는 중이다.
이재규 감독에게는 지난 2014년 개봉한 '역린' 이후 4년 만에 내놓는 신작이었다. 이미 드라마 '다모'(2003), '패션70s'(2005), '베토벤 바이러스'(2008), '더킹 투하츠'(2012) 등을 통해 많은 마니아들을 만들어왔던 이재규 감독은 '완벽한 타인'까지 이어져 온 필모그래피를 통해 드라마와 영화를 자유롭게 오가며 이야기를 펼쳐낼 수 있는 존재감을 발휘하는 데 성공했다.
스스로를 "멀티맨"이라고 칭한 이재규 감독은 "보통 어떤 일을 5년에서 10년 이상 하면 숙련된다고 하잖아요. 그런데 그게 익숙해지면 약간 재미가 없어진다고 해야 할까요. 제 자신이 같은 패턴만 반복하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거죠. 그래서 드라마 연출을 하면서 다양한 도전을 했던 것이에요. 영화도, 더 늦기 전에 도전해봐야겠다 싶어서 이렇게 하게 된 것이죠"라고 털어놓았다.
어떤 일에 완전히 빠져 몰입하는 것은 이재규 감독의 성향이기도 하다. "지금은 그 정도는 아닌데, 일할 때는 완전히 빠져서 하는 타입이에요"라고 전한 이재규 감독은 '완벽한 타인' 역시 정성과 공을 들여 작품을 세상에 내놓게 됐다. 그렇게 개봉 전 '완벽한 타인'을 향한 관객들의 시선에 대한 기대와 걱정 어린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보내왔다.
이재규 감독의 걱정은 '관객들의 열띤 호응'이라는 결과로 돌아왔다. 영화는 개봉 후 줄곧 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특히 손익분기점인 180만 명 역시 가뿐하게 뛰어넘으며 탄탄한 기획에서 비롯된 힘을 보여주기도 했다.
무엇보다 관객들에게 편안하게 다가가고 싶은 마음이 가장 컸다. 이재규 감독은 "'역린' 이후에 관객들이 쉽고 편하게 다가올 수 있는 영화를 하고 싶었어요. 그러려면, 아무래도 우리들의 이야기여야 하는 것이잖아요. 그러기 위해서는 확실히 한국인들이 반응할 수 있는 캐릭터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죠"라고 말했다.
각색을 맡아준 배세영 작가에 대한 고마운 마음도 전했다.
"원작을 각색하는 과정에서, 배세영 작가님이 직접 취재하면서 만들어진 부분들도 있거든요. 특히 캐릭터들이 갖고 있는 재미난 지점들, 말맛의 경우는 작가님이 살려준 부분이 많죠. 부부들이 갖고 있는 정서적, 사회적인 딜레마라든가 그런 것들을 잘 캐치해주셨어요. 이게 잘못하면 무거워질 수도 있는 부분이었는데, 작가님이 각색을 잘 해주시고 배우들이 이 대사들을 너무나 잘 소화해줬죠. 다소 교훈적인 느낌으로 갈 수도 있는 것이었는데, 그런 부분에서 아귀가 맞았던 것 같아요.(웃음)"
무엇보다 관객들이 작품을 보면서 느낄 '쉼표'에도 집중했던 시간이었다. 이재규 감독은 "이야기가 달려가면서도, 그 중간 중간의 쉼표들이 영화에 더 집중할 수 있고 지치지 않게 해주는 힘이 되는 것 같거든요. 그런 부분이 관객에게 있어서 우스꽝스럽고, 뭔가 엉망인 것 같아도 정서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을 만들어주는 것 같아요. 속도 완급조절에 신경을 썼었어요"라고 말을 이었다.
이재규 감독의 말처럼, 영화 속 캐릭터들을 보며 나를 비롯한 사람들에 대해 한 번씩 더 생각해볼 수 있게 된다. 이재규 감독은 "볼 때는 '진짜 나쁜 사람이네' 이렇게 말해도, 어떻게 보면 그런 모습들이 저희에게 다 속성화 돼 있거든요. 석호(조진웅 분), 태수(유해진), 준모(이서진) 같은 모습들이 다 있어요"라고 웃으며 "저도 가족을 사랑하지만 일탈을 꿈 꿀 때가 있고, 혼자 있고 싶을 때가 있을 수 있잖아요. 그런 우리의 일반적인 감정들이 극에 녹아있는 것이죠"라고 설명했다.
"이 영화가 볼 때는 그냥 웃지만, 집에 가서는 생각하는 지점이 있게 될 거에요"라며 미소를 보인 이재규 감독은 영화 말미 자막으로 한 번 더 강조했던, '사람들은 개인적인 삶, 공적인 삶, 그리고 가족도 친구도 누구도 모르는 비밀의 삶을 사는 것 같다'고 메시지를 전한 것에 대해 "뻔한 얘기일 수 있지만 곱씹을수록 다른 의미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자막을 통해서, 이 영화를 이해하는 데 어느 정도 더 도움을 드리고 싶었죠"라고 덧붙였다.
'완벽한 타인'의 흥행을 성공적으로 이끈 이재규 감독의 다음 발걸음 역시 바쁘게 달려가고 있다. 드라마 '트랩'의 총괄 프로듀서를 맡아 색다른 재미를 시청자에게 선사할 예정이다. 이재규 감독은 이 모든 행보의 원천을 '재미'로 꼽으며, 앞으로도 흥미로운 작품으로 대중과 소통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드라마와 영화 두 가지를 모두 다 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행복한 일이죠. 많은 분들의 관심 덕분에 이렇게 둘 다 할 수 있는 연출자가 된 것 같아요. 같은 일을 하면서도, 그 안에서 오는 재미들을 계속 찾아나가면서 활동하고 싶습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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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