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9.08.03 08:54 / 기사수정 2009.08.03 08:54
[엑스포츠뉴스=전성호 기자] 대구FC에서 활약하던 이근호의 별명은 '태양의 아들'이었다.
그리고 이근호가 K-리그를 떠난 지금, 적어도 태양이 뜨거운 열정을 뜻하는 매개체라면 아무래도 '태양의 아들'이란 별명은 새 주인을 찾아가야 할 것 같다. 울산 현대의 스트라이커 이진호를 두고 하는 말이다.
8월 1일 울산문수경기장에서 열린 포항 스틸러스와의 2009 K-리그 18라운드 경기에서 이진호는 리그 최다 연승기록인 9연승에 도전하던 포항의 꿈을 산산이 부숴버리는 선제골을 기록했다. 더군다나 이 득점으로 이진호는 최근 3경기 4골의 폭풍 같은 득점행진을 이어갔다.
그런 이진호를 더욱 빛나게 하는 것은 팀에 대한 그의 애정이다. 이진호는 인터뷰 때마다 항상 "울산은 내게 꿈이자, 형제다"라고 얘기한다.
울산 토박이인 이진호는 어린 시절 경기를 보러 늘 울산의 경기장을 찾았다. 그리고 언젠가는 꼭 울산의 선수로 그라운드에서 뛰겠다는 다짐을 했다고 한다. 꿈을 키우고, 언제나 응원하던 '나의 팀'이었기에 그에겐 울산이 형제 같은 존재다.
그래서인지 이진호는 경기장에 나설 때 자신을 위해 환호해주는 팬들에게 친절하다. 골을 넣은 뒤에는 유니폼의 엠블럼에 입을 맞추며 환호하는 울산 서포터즈 '처용전사'를 향해 고마움을 전한다. 경기장 밖에선 봉사 활동이나 사인회 등에 빠지지 않고 참석하고, 울산 시민들과 잠깐이라도 마주칠 시간이 있으면 항상 다음 홈경기를 홍보하고 경기장을 찾아줄 것을 부탁한다.
이진호는 포항과의 경기가 끝난 뒤 인터뷰에서 "어릴 적부터 울산은 나의 꿈이자 한 발짝 더 다가가고 싶은 팀이었다. 나의 가슴 속에 있는 팀이다. 울산 팬들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다면 쇼맨십도 마다하지 않겠다"며 다시 한번 팀에 대한 자신의 애정을 과시했다.
여기까지만 얘기하면 이진호는 그저 팀에 대한 애정이 충만한 평범한 선수다. 그러나 동시에 이진호는 그가 가진 팀에 대한 애정을 그라운드에서의 열정으로 뿜어내는 능력이 있는 선수다.
이진호는 K-리그에서 가장 흥미로운 스트라이커다. 한순간도 게으른 움직임 없이 그라운드를 열심히 누비고, 항상 파이팅이 넘친다. 찬스를 놓친 상황에선 그 누구보다도 아쉬워하며 큰 제스처로 안타까움을 드러내고, 골을 넣은 뒤엔 팬서비스 차원에서 텀블링 세리머니까지 마다하지 않는다. 정말 화끈한 남자다.
K-리그 5년 차인 이진호는 U-16 대표 출신으로 2003년 울산에 입단했다. 이후 상무를 제대하고 지난 시즌에 울산에 합류한 이진호는 팀의 주전 공격수로 정규리그 26경기에 출장, 7득점 4도움을 올리며 기량이 만개하기 시작했다.
올 시즌은 동계 훈련에서 입은 부상 탓에 늦게 시동을 걸었지만 벌써 컵대회 포함 10경기에서 5골을 넣으며 맹활약하고 있다. 특이한 점은 최근 3경기의 4골 모두 헤딩골이란 것. 제공권이 좋은 이진호 덕분에 울산은 현재 K-리그에서 헤딩 득점 1위를 달리고 있다.
더군다나 최근 울산은 얼마 전 러시아리그에서 뛰던 오범석까지 영입했다. 앞으로 K-리그에서 좌우 측면에서 염기훈, 현영민, 오범석 등이 올려줄 '택배 크로스'가 이진호의 이마에 얹혀지는 장면을 자주 보게 될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그 장면은 올 시즌 가장 중요한 순간에 나올지도 모른다.
울산은 시즌 초반 부상자가 줄을 이으면서 한 때 리그 최하위권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AFC 챔피언스리그에선 16강 진출에도 실패했다. 지난 시즌 3위를 차지하며 AFC챔피언스리그 티켓까지 따냈던 전통의 명가 울산으로선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었다.
그러나 울산은 최근 이진호의 맹활약과 염기훈, 유경렬, 오장은 등 주력 선수들의 부상복귀, 외국인선수 슬라브코, 알미르의 수준 높은 기량 덕에 8경기 연속 무패(4승 4무)를 기록 중이다. 활발한 공격력과 적극적인 경기 자세에서 과거 재미없는 ‘수비 축구’로 일관한다는 비판에서도 벗어나고 있다. 리그에서도 이제 6위 제주 유나이티드를 승점 4점 차로 따라잡으며 6강 플레이오프 진출 가시권에 들어왔다.
울산은 시즌 초반 성적부진과 연고이전설, AFC 챔피언스리그 포기설, 구단 프런트의 무성의함 등으로 관중이 급감하고 한 때 처용전사가 서포팅 보이콧을 선언할 정도로 팬들의 마음을 잃었다. 그러나 최근 달라진 모습을 보이며 포항과의 경기에 12,000여 명의 관중이 들어 성적과 함께 울산 축구 열기 재점화에 나서고 있다. 그 선봉장에 서 있고, 서야만 할 선수는 바로 이진호가 될 것이다.
어쩌면 이진호야말로 울산 팬들에겐 ‘꿈이자, 형제이지 않을까. 이런 스트라이커가 있는 울산과 '처용전사'가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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