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9.07.25 11:06 / 기사수정 2009.07.25 11:06
[엑스포츠뉴스=서울월드컵경기장, 전성호 기자] 의미 없는 승리보다 값진 경험이란 실익을 선택한 결과였다.
7월 24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C서울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의 '금호타이어컵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코리아투어 2009' 친선경기에서 서울은 아쉬운 2-3 역전패를 당했다.
하지만, 이날 서울은 불과 2년 전 같은 상대에게 0-4로 완패했던 것과는 달리 선제골을 넣으며 전반을 2-1로 마치는 등 전년도 ‘유럽 챔피언’이자 ‘세계 챔피언’을 상대로 인상적인 경기력을 보여주며 K-리그의 팀으로서의 자존심을 세웠다.
알렉스 퍼거슨 맨유 감독 역시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서울은 강한 경기를 펼쳤다. 개인적으로도 이번 경기를 굉장히 즐겼는데, 좋은 템포와 페이스, 긴장감이 있는 경기였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경기였다.”라며 서울이 시즌을 앞둔 스파링 파트너로서도 손색이 없었다는 생각을 내비쳤다.
“서울이 2년 전보다 강력해졌다. 많은 변화가 느껴졌다.”라는 퍼거슨 감독의 지적처럼 서울은 세뇰 귀네슈 감독이 부임한 2007년 이후 많은 변화가 있었다. 귀네슈 감독은 쟁쟁한 선배들에게 밀려 2군에서만 뛰는 어린 유망주에 불과했던 기성용과 이청용, 고명진, 이상협, 김호준 등을 중용해 이들이 자신의 전략과 전술에 녹아들게 했다. 그리고 그들의 잠재력을 폭발시켜 서울을 K-리그에서 가장 젊은 팀, 그러면서도 가장 강한 팀으로 변모시켰다.
그러나 귀네슈 감독은 명분도 실리도 없는 승리보다는 젊은 선수들에게 값진 경험을 선사하는 쪽을 택했다. 서울은 후반 시작과 동시에 4명의 선수를 교체했다. 이후에도 무려 7명의 선수를 교체하며 어린 선수들에게 세계 최고의 팀과 겨뤄볼 기회를 주었다.
심지어 후반 시작과 함께 들어갔던 박동석 골키퍼를 후반 도중 최근 몇 년간 1군 경기에 나선 적이 단 한 번도 없는 강재욱 골키퍼로 교체할 정도였다. 이날 경기에서 서울은 공식 경기 기록부에 교체 선수란이 모자랄 정도로 많은 선수가 경기에 투입했다.
기존에 주전경쟁에서 밀려 뛰지 못하던 선수들이 대거 기용되자 서울은 전반의 단단하던 폼을 잃어버렸다. 결국, 수비전형이 흐트러지고 미드필드와 수비진과의 간격이 벌어지면서 맨유에 많은 공격 찬스를 내주었고 순식간에 역전을 허용하고 말았다.
문기한, 어경준, 고요한 등 서울의 어린 유망주들은 의욕은 넘쳤지만 크고 작은 실수를 연발하며 서울의 반격을 어렵게 만들었다. 후반 30분을 전후해 기성용, 김치우, 정조국 등이 투입됐지만 끝내 서울은 동점골을 넣지 못한 채 2-3으로 경기를 마쳤다.
그러나 서울은 유망주들에게 세계 최고의 클럽에서 뛰는 세계적인 선수들과 맞닥뜨려보는, 수치화될 수 없는 값진 경험을 선사해 주었다.
경기 초반 맨유의 기세에 눌려 긴장한 듯한 모습의 서울은 공수에서 약간씩 잔 실수가 나왔는데, 맨유는 이를 단 한 번도 놓치지 않고 철저하게 위협적인 기회로 만들어냈다. 서울의 어린 선수들은 이번 경기를 통해 상대 실수를 놓치지 않는 적극성과 열정적인 플레이에서 세계적인 축구선수로서 가져야 할 자세를 배웠을 것이다. 단 몇 분의 짧은 경험이라도 이는 앞으로의 선수 경력에 커다란 자산이 될 수 있다.
귀네슈 감독의 ‘실용주의’는 기자회견에서도 드러났다. 평소 K-리그에서 가장 공격적인 플레이를 하기로 이름난 서울이 지난 패배를 의식해서 맨유를 상대로 평소보다 수비적으로 나온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 귀네슈 감독은 “연속된 경기를 펼치는 가운데 휴식이 없었다. 선수들에게 무리한 경기를 시키는 것보다 컨트롤을 해나가며 역습 위주 플레이를 시켰다.
부상자들이 뛰지 못했고, 준비 안된, 경험 없는 선수들이 나서 맨유에게 압도당했지만 수비뿐 아니라 공격적으로 게임을 컨트롤한 것은 만족한다.”라며 혹시라도 모를 부상과 체력 고갈에 대비하면서 실전감각을 익힐 수 있게 배려했다는 점을 밝혔다. 향후 AFC 챔피언스리그 등에서 강팀과 장거리 원정경기를 가질 때의 전술적 운용 실험 의의까지 있었다.
또한, 귀네슈 감독은 “젊고 경험 없는 선수들의 실수가 많았지만, 모든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었고 이들의 현재 기량을 확인했기에 만족스럽다.”라며 패배보다는 팀이 한 단계 발전하는 과정으로서 어린 유망주들에게 기회를 준 것에 더 의의를 두는, 명장다운 모습을 보여줬다. 적어도 기자회견장에서만큼은 K-리그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감독 간에 수준 차이는 없어 보일 정도였다.
K-리그에서 가장 젊으면서도 가장 강한 전력과 두터운 선수층을 지닌 서울. 이 매력적인 팀에서 선수들보다 귀네슈 감독이 더 사랑받는 이유를 알 수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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