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0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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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최고의 용병 듀오’, 데얀-아디

기사입력 2009.07.25 08:50 / 기사수정 2009.07.25 08:50

전성호 기자

[엑스포츠뉴스=서울월드컵경기장, 전성호 기자] '데얀이 쏘고, 아디가 막았다!'

7월 24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FC서울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의 '금호타이어컵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코리아투어 2009' 친선경기에서 서울은 2-3, 아쉬운 역전패를 당했다.

그러나 불과 2년 전 같은 장소에서 같은 상대에게 0-4의 완패를 당했던 서울은 이날 경기에서 전반을 2-1로 앞서는 등 세계 최강팀 중 하나인 맨유를 상대로 대등한 모습을 보여줘 K-리그 16라운드 현재 정규리그 1위 팀 다운 면모를 보여줬다. 그리고 서울의 이러한 선전에는 그들이 자랑하는 K-리그 최고의 외국인 선수들의 맹활약이 있었다.

‘퍼거슨’도 감탄한 스트라이커, 데얀

경기에 앞서 섹시 가수 손담비가 히트곡 ‘미쳤어’를 부르며 축하 공연을 가졌다. 그리고 경기가 시작되자 한 몬테네그로 출신 스트라이커가 시쳇말로 정말 ‘미쳤어!’라는 표현 밖에 쓸 수 없는 맹활약을 펼쳤다. 바로 맨유를 상대로 전반에만 2골을 퍼부은 서울의 외국인 공격수 데얀이었다.

이날 경기에서 유일하게 멀티 골을 기록한 데얀은 슈팅 숫자에서도 양 팀 선수 중 가장 많은 7개의 슈팅을 날렸다. 이 중 대부분이 유효 슈팅이었고 그의 날카로운 움직임과 슈팅에 전년도 유럽 챔피언이자 세계 챔피언이었던 맨유의 철옹성 같은 수비진은 쩔쩔맬 수밖에 없었다.

K-리그를 전혀 모르는 팬들조차도 경기가 진행될수록 ‘쟤 누구야? 데얀? 진짜 잘한다!’라는 감탄사를 연발하고 있었다. 맨유의 알렉스 퍼거슨 감독 역시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10번(데얀)이 가장 위협적이었다. 공을 가질 때마다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라며 데얀의 기량에 찬사를 보냈다.

데얀은 리그 통산 85경기 44골을 넣은 K-리그 간판 외국인 스트라이커다. K-리그 데뷔 첫 해에는 인천 유나이티드에서 뛰며 36경기 19골 3도움을 기록하며 기량을 인정받았다. 이듬해 서울로 이적한 데얀은 지난해 정규리그에서 15골 6도움을 기록하며 팀의 준우승을 이끌었고, MVP 후보로 까지 올랐다.

올 시즌에도 데얀은 14경기 10골을 기록하며 이동국(전북 현대)에 이어 득점 순위 2위에 올라있다. 얼마 전에는 몬테네그로 대표팀에도 선발된 데얀은 월드컵 유럽지역 예선에서 교체로 출장해 2골을 넣는 맹활약을 펼치기도 했다.

특히 데얀은 중앙에 잔뜩 웅크리며 골을 노리던 인천 시절의 플레이와는 달리, 서울로 이적하면서 중앙과 측면은 물론 2선에까지 내려와 적극적으로 팀 공격 전개를 이끌어나가는 역할까지 해나가고 있다. 이런 데얀에게 서울 팬들은 ‘데얀민국’이라는 걸개를 만들어 그에 대한 애정을 표현했다.

사실 데얀은 전년도 챔피언 결정전에서 어이없는 실수를 저지르며 수차례 득점기회를 놓치고, 라이벌전과의 경기에서 부진을 거듭하면서 ‘큰 경기에 약하다’는 의심의 눈초리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맨유와의 친선 경기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며 ‘새가슴’이란 꼬리표를 뗄 수 있게 됐다.

라이벌팀 팬들조차 좋아하는 수비수, 아디

맨유와의 친선전 하프타임엔 인기 절정의 여성 9인조 아이돌 그룹 소녀시대가 ‘I’m Genie for you, boy’을 외치며 경기장을 가득 메운 남성 축구팬들을 기절 직전까지 몰고 갔다. 만약 서울팬들에게 램프의 요정 지니가 세 가지 ‘소원을 말해봐’라고 한다면 어떤 소원을 말할까?

첫 번째는 ‘기성용이 이적하지 않게 해주세요’이고, 다른 한 가지는 ‘귀네슈 감독님이 재계약하게 해주세요’일 테다. 그렇다면, 마지막 한가지는? 아마도 ‘아디가 10년, 아니 5년만 젊게 해주세요’가 아닐까? (우승? 이 세 가지만 확보된다면 서울은 수년간 수많은 트로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아디는 최고의 대인방어 능력을 자랑하는 자타공인 K-리그 최고 왼쪽 수비수다. 그런데 이 브라질 출신 왼쪽 수비수가 벌써 34살인데다 이번 시즌을 끝으로 서울과의 계약이 종료된다. 서울팬들로서는 아디가 너무 늦은 나이에 서울에 온 것이 못내 안타까울 뿐이다.

아디는 측면 수비는 물론, 중앙 수비도 볼 수 있는데다 코너킥 등 세트 피스 상황에선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해 골까지 뽑아내는 다재다능함을 자랑한다. 브라질 선수 특유의 유연함과 개인기도 갖추고 있다. 이렇듯 왼쪽 측면에 든든한 아디가 있었기에 김치우까지도 서울로 이적 후 왼쪽 수비수가 아닌 미드필더로 출장하며 자신의 잠자던 공격본능을 깨울 수 있었다.

또한, 중앙에서 탁월한 플레이 메이킹 능력을 가진 선수가 드문 K-리그에서는 측면 공격이 더 활발할 수밖에 없는데, 이러한 환경에서 아디의 존재는 서울에 큰 힘이 되고 있다. 

이 때문에 아디는 서울의 최고 인기 선수였던 박주영이나 '쌍용'도 갖지 못했던 개인 응원가가 있을 정도로 인기 만점이다. 서울뿐 아니라 라이벌 팀 팬들조차 ‘서울은 싫어도 아디는 좋다’라고 할 정도다. 

아디의 플레이는 맨유와의 친선경기에서도 빛났다. 전반에는 왼쪽 윙백으로서 스리백을 도와 맨유의 무시무시한 공격을 잘 차단했고, 후반에는 센터백으로 나서 서울의 뒷문을 잠갔다. 비록, 위기 상황에서 몸싸움이 밀리며 재역전 골의 빌미를 제공하긴 했지만 34살 노장 브라질 출신 K-리그 수비수는 세계 최고의 공격수들을 상대로 만족할만한 모습을 보였다. 루니, 안데르손 등과의 일대일 마크 상황에서는 유연한 몸놀림으로 오히려 이들을 따돌리며 팬들의 함성을 자아내기도 했다.

맨유와의 친선경기에서의 인상적인 경기력으로 맨유 팬들에게까지 자신들의 존재를 알린 데얀과 아디. 서울의 K-리그와 AFC 챔피언스리그 동시 우승이란 원대한 목표 달성 여부는 이들 외국인 선수 듀오의 활약 여부에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사진ⓒ엑스포츠뉴스DB]



전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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