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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박스] K-리그 6강 플레이오프에 대한 4가지 우려

기사입력 2009.07.21 09:45 / 기사수정 2009.07.21 09:45

전성호 기자

[엑스포츠뉴스=전성호 기자] '6강 플레이오프?'

이동국의 화려한 골 폭죽과, 이청용의 프리미어리그 진출, 강원FC의 흥행돌풍, 광주 상무의 선전, 포항 스틸러스의 무서운 기세 등 많은 화제를 뿌리며 2009 K-리그가 이제 겨우 반환점을 돈 시점인데, 벌써 6강 PO를 얘기하는 것은 이른 감이 있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넋을 놓고 눈앞의 멋진 경기와 장면들만을 감상하기엔 넉 달 뒤에 벌어질 일들이 자꾸만 생각의 꼬리를 잡고 늘어진다. 6강 플레이오프(이하 PO)가 열리는 11월이 되면, K-리그에 매년 계속되어 왔던 논란이 또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1. 겹치는 A매치와 6강 플레이오프 일정

월드컵 시즌만 다가오면 늘 일어나는 것이 국가대표팀과 K-리그의 일정 충돌이다.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어서 올해 하반기 대표팀 A매치와 K-리그 6강 PO 경기가 겹치는 일이 벌어졌다.

11월 21일과 22일에는 각각 정규리그 3위-6위, 4위-5위 간의 6강 준 PO가 벌어진다. 문제는 FIFA 공식 A매치데이인 14일과 18일에 대표팀이 유럽 현지 평가전을 계획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럴 경우 대표팀이 유럽 현지에서 18일 경기를 마치고 19일 출발하면 6강 PO가 열리기 바로 전날인 20일에야 귀국한다. 사실상 뛸 수 없다는 얘기나 마찬가지다.

6강 PO는 한 해의 우승팀은 물론이고 AFC 챔피언스리그 출전 티켓까지 걸린 중요한 경기다. 더군다나 연맹은 6강 PO에 별도의 타이틀스폰서를 구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이런 경기에 K-리그 대표 선수들이 빠지는 상황은 PO는 물론 K-리그의 권위까지 떨어지는 일이다.

애초에 A매치 데이를 고려하지 않고 PO 일정을 짠 것에 대해 한국프로축구연맹은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한 연맹 관계자는 "6강 PO 일정을 늦추는 것은 불가능하다. 어차피 유럽원정에는 해외파가 대거 참여하게 되니 6강 PO를 치르는 팀 선수의 차출을 최소화해 줄 것을 요청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답답함을 느끼는 건, 기자뿐인가?
 
2. 광주가 6강에 간다면?


올 시즌 K-리그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광주가 6강 PO에 오르면 어떤 일들이 생길까. 우선 준PO(11월 21일)는 고사하고 정규리그 최종전(11월 1일)을 치르기도 전인 10월 22일에 전체 선수단의 절반인 21명이 전역한다. 아직 '신병'은 입대하기도 전이다.

더욱 난감한 것은 김용대 김명중 고슬기 등 시즌 내내 광주의 6강행을 이끌었던 핵심 멤버들이 정작 PO에서는 성남, 포항 등 상대팀 선수로 뛸 수도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하루가 1년처럼(?!)' 느껴지는 군인에게 전역날짜를 PO 이후로 늦추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런 블랙코미디 같은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는 광주가 6강 PO에서 떨어지기만을 바래야 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올해 PO에서 광주하고 만나는 팀은 행운'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광주 문제는 그동안 모른 척 해왔던 K-리그의 내재적 모순을 그대로 들어내고 있다. 현재의 제도와 일정은 사실상 광주가 PO에 진출하지 못할 것이란 가정 하에서만 성립하기 때문이다. 나아가 독립법인이 아닌 광주는 AFC 챔피언스리그 참가 자격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해 어떤 성적을 거두더라도 챔피언스리그에 출전할 수 없다.

3. 올해도 외국인 주심?

지난 시즌 연맹은 6강 PO에 독일 분데스리가의 외국인 심판들을 주심으로 투입했다. 한 시즌의 대미를 장식하는 중요한 경기에 외국인 주심을 기용하는 건 이제 일종의 관례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올 시즌에도 별다른 여론이나 이견이 없다면 6강 PO를 앞두고 또 다시 외국인 주심이 기용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외국인 주심 기용은 연맹의 심판 문제에 대한 책임회피와 무관심을 그대로 보여주는 부분이다. 장기적 관점에서 국내 심판을 육성할 생각보다 외국인 심판을 기용해 혹시라도 있을지 모를 판정 시비를 우회적으로 피하려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큰 경기에 대한 판정 시비의 위험은 모두 외국인 주심에게 뒤집어 씌우고, 만약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나면 ‘다시는 해당 국가 심판을 안 쓰면 그만’이라는 식의 접근-실제 1999시즌에 이런 일이 일어났었다-은 연맹이 현재 심판 문제를 대하는 태도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예이다.

연맹은 "국내 심판이 포스트시즌 경기를 맡아도 크게 문제는 없지만 구단 등의 불신 때문에 또 외국인 심판이 오게 됐다"라고 말하지만, 연맹이 임명하여 시즌 내내 K-리그에 기용해 온 심판들을 정작 시즌 중 가장 큰 경기에서 빼는 것은 연맹 스스로 국내 심판들을 믿지 못한다고 고백하는, 자가당착에 빠지는 결과를 가져온다. 그렇다면, 정규리그에는 '수준 이하의 심판들'을 투입했다는 뜻인가?

이는 국내 심판들에게도 큰 상처가 된다. 한 사람과 오랜 기간 연애를 하고 나서 정작 결혼 적령기가 돼서는 '넌 결혼 상대로는 부족해.'라며 다른 이와 결혼하는 것과 다를 게 없다. 결국, 버림받은 사람은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받을 수밖에 없듯이, 외국인 주심 기용은 국내 심판들의 사기 측면에서도 큰 문제다.

오히려 별도의 평가팀을 꾸려 시즌 내내 본받을만한 판정 능력과 인상적인 경기 운영을 보인 심판진을 선정해 파격적인 수당과 함께 PO에 투입하는 것이 어떨까? 그럴 경우 심판들에게도 동기가 부여되고, 또 PO 무대의 심판으로서 서는 것에 대한 자부심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예전에 월드컵이나 UEFA챔피언스리그의 중요한 경기가 열릴 때마다 이탈리아의 ‘명심판’ 피에르루이지 콜리나 주심을 떠오르는 것이 자연스러웠다. K-리그 역시 그런 방법을 통해 중요한 경기 때마다 생각나는 '스타 심판'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4. 과연 필요한 제도인가

위의 당면한 과제를 제외하고라도 현행 6강 PO는 그 존재 당위성 자체에 대해 끊임없이 문제제기가 이루어지고 있다. 약 8개월에 걸친 정규리그를 통해 정해진 상위 6개 팀의 순위가 별도의 토너먼트를 통해 재배열된다는 점이 공정하지 못하고, 리그의 정통성을 해친다는 생각 때문이다.

6강 PO가 처음 도입되었던 2007시즌에 정규리그 5위를 차지했던 포항이 PO에서 승승장구하며 결국 정규리그에서 승점 16점을 뒤졌던 성남 일화까지 물리치고 우승을 차지하자 팬들의 불만은 극에 달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지난 시즌부터는 6강 준 PO부터 챔피언결정전까지의 일정을 빡빡하게 잡아 정규리그 우승팀에 '혜택'을 주고자 했다. 결국, 정규리그 1위 수원 삼성이 우승을 차지하긴 했지만, 당사자인 차범근 감독조차 6강 PO 제도에 대해 "상위팀에게 어떤 이점을 주느냐가 관건이 아니다. PO 제도 자체가 보편적인 시각에서 볼 때 리그의 존재가치를 무의미하게 만드는 제도다"라고 비판했다.

PO 제도의 당위성은 바로 흥행성이다. 승강제가 없는 K-리그의 현실에서 단일리그제는 시즌 중반 조기에 우승팀이 결정될 경우 리그 자체가 맥이 빠질 수 있다. 실제로 2003시즌에 성남이 압도적인 전력으로 시즌 중반에 사실상 우승을 확정지었고, 그 해가 K-리그에 단일리그제가 적용된 마지막 시즌이 되고 말았다.

따라서 시즌 막바지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흥미진진한 구도를 만들기 위해서는 6강 PO 제도만 한 것이 없다. 정규리그 우승 경쟁은 물론이고 중위권 팀들의 6위권 싸움 역시 치열하게 전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6강 PO 제도는 지난 2년간 시즌 막판까지도 선두권과 6위권에서 치열하고 흥미진진한 순위경쟁이 벌어지게 해 팬들을 즐겁게 했다.

승강제가 없는 상황에서 PO 제도는 현실에 대한 좋은 보완이 될 수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문제는, '과연 PO가 반드시 시즌 챔피언을 담보로 걸어야만 하는가?'이다.

6강 PO 제도가 도입되기 전에 K-리그에서 각 팀이 경쟁할 수 있는 목표는 오직 '우승'밖에 없었다. 그러나 AFC 챔피언스리그(이하 ACL)가 확대개편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참가 클럽에 짭짤한 수입과 명성을 동시에 가져다줄 수 있는 ACL 출전권은 리그우승만큼은 아니어도 꽤 탐나는 목표다.

그렇다면, 6강 플레이오프 대신 ACL 출전권 플레이오프를 벌이는 것이 어떨까? 정규리그 1, 2위에게는 자동 출전권을 주되, 3위부터 6위까지 팀들은 지금의 준 PO 방식으로 ACL 출전권을 놓고 경쟁하는 것이다. 대신 2위-준 PO 승자 간의 플레이오프와 챔피언결정전을 없애 '막판 대역전'의 기회를 차단하는 것이다. 더 나아가 낮은 리그컵의 권위를 위해 3~5위 팀과 리그컵 우승팀이 PO를 벌이는 방식도 괜찮을 것 같다.

이렇게 되면 정규리그의 순위를 최대한 존중하면서도 흥행성을 놓치지 않을 수 있지 않을까? 이외에도 여러 가지 참신한 생각들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연맹은 머리를 맞대고 합리적인 방식의 K-리그 제도를 궁리해야 할 때다. K-리그 팬들로 하여금 이런 걱정은 집어치우고 축구 그 자체만 즐길 수 있게 해주기 위해…

[전성호의 스카이박스] 대한민국 축구를 가장 편안하게 바라볼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랍니다.

 



전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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