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0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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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대표팀, 일본에게 0:1 충격의 패배

기사입력 2005.08.08 10:11 / 기사수정 2005.08.08 10:11

손병하 기자
1년 8개월 만에 만난 '숙적'일본과의 경기에서도 대표팀은 없었다.

7일 대구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05 동아시아축구대회 최종전인 일본과의 경기에서 한국대표팀은 압도적인 경기를 펼치고도 골을 기록하지 못하며 0:1의 충격적인 패배를 당했다.

당초 대회 2연패를 노리겠다던 대표팀은 3경기에서 단 1승도 거두지 못한 채, 1무 2패를 기록하며 최하위에 처지는 수모를 당하고 말았다. 첫 경기에서는 3명이나 퇴장당한 중국에게 1:1로 비겼고, 2진급으로 구성된 북한, 일본과의 경기에서는 단 한 골도 뽑아내지 못하는 졸전을 펼쳤다.

이 날 경기에서 대표팀은 기존에 김상식-김정우라는 수비형 미드필더 라인 대신, 김두현-백지훈이라는 공격적인 카드를 꺼내들며 새로운 변화를 시도했다. 그리고 각각 부상과 부진으로 만족스러운 경기를 펼치지 못했던 김한윤과 박규선을 대신해 김영철과 오범석을 투입했고, 김진용 대신 정경호를 선발 출장시키며 공격적인 축구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출했다.

앞선 두 경기와 달라던 공격진, 그러나...

앞선 두 경기에서 3-4-3으로 경기를 시작했던 것과 달리, 이 날 경기에서 대표팀은 이동국과 이천수를 투톱에 두고, 정경호와 백지훈 등을 공격형 미드필더로 포진시켜 좀 더 색다른 공격 루트를 찾으려 했다. 여기에 중앙 수비형 미드필더로 출전한 김두현의 과감한 공간 패스들이 이어지면서 좋은 장면을 연출, 희망을 갖게 만들었다.

전반 10분 오른쪽 측면에서 중앙을 파고들던 이천수가 수비수 한 명을 제치며 왼발 인사이드로 감각적인 감아차기를 시도했지만, 상대 골키퍼 도이의 손끝에 걸리면서 아쉽게 골 맛을 보지 못했다. 이천수의 이 슛 이후 분위기는 완전히 대표팀이 주도하게 되었고, 지난 두 경기와는 다른 다양한 공격 옵션을 선보이기도 했었다.

전반 20분, 김두현의 크로스 패스를 받은 이동국이 백지훈과 2-1 패스를 통해 슈팅까지 이어갔지만, 크로스바를 넘겨 아쉬움을 남겼고, 곧이어 24분에도 이천수가 김두현의 긴 오픈 패스를 받아 슈팅을 연결했지만 옆 그물망을 맞추고 말았다. 이 날 경기에서 가장 아쉬운 장면이었던 전반 34분, 이동국의 가슴 트래핑 후 나온 강력한 왼발 슈팅도 김두현의 40m 가까운 오픈 패스에서 시작되었다.

이렇듯, 지난 두 경기와 사뭇 다른 공격 내용을 보이며 일본을 압도 했던 가장 주요한 원인은 중앙 미드필더들의 좌-우로 크게 흔들어 놓는 오픈 크로스와, 백지훈, 정경호 등이 공간으로 움직이는 선수들에게 넣어주는 킬-패스가 나왔다는 점, 마지막으로 공격 방향과 공격의 형태가 어느 한쪽으로 치중되지 않았다는데 있다.

하지만, 전반에만 11개의 소나기 슈팅을 쏘아 올리고도 단 한 골도 성공시키지 못한 지독한 골결정력 부족은 그야말로 반드시 개선이 필요한 부분으로 떠올랐다. 대표팀은 1차전 이였던 중국과의 경기에서는 20개의 슈팅 중 1골, 북한과의 두 번째 경기에서는 13개의 슈팅을 시도하고도 골을 기록하지 못했고, 마지막 3차전 일본전에서는 이번 대회에서 가장 많은 21개의 슈팅을 퍼부었지만 역시 노-골에 그치고 말았다.

상대 골키퍼의 선방도 있었고, 골 운이 없었다고 말할 수도 있지만, 3경기에서 무려 54개의 엄청난 슈팅을 날리고도 1골을 얻는 데 그친 부분은 반드시 고쳐져야 할 문제점이다. 골키퍼의 선방과 골 운 등을 탓하기엔 3경기에서 우리 대표팀에게 찾아온 '기회'가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후반 또다시 찾아온 무기력증

비록 골을 기록하지는 못했지만, 대표팀이 전반에 보여준 경기력은 후반전에 대한 기대를 갖게 만들었다. 지난 두 경기에 비해 다양한 공격 옵션을 선보였고 선수들의 적극적인 움직임도 그렇거니와 무엇보다, 경기를 만들어가는 내용이 좋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후반 시작과 동시에 대표팀은 신기할 만큼 중국-북한 전에서 보여 주었던 무기력하고 비효율적인 플레이로 돌아왔고, 경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해 부진한 경기를 계속했다. 이는 일본 대표팀이 전반 맞불 작전에서 탈피해 수비적인 자세를 견지하며 나왔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상대가 공격을 자제하고 센터 라인을 넘어서지 않자, 밀집된 공간을 뚫을 해법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중국과 북한전과 마찬가지로 상대가 문을 꼭꼭 걸어 잠구었을 때, 그 자물쇠를 여는 방법을 우리 선수들은 알지 못했다. 게다가 후반 24분, 그나마 효율적인 패스와 공간 창출로 공격진의 활로를 뚫었던 김두현이 부상으로 나가자 이런 현상은 더욱 가중되었다.

김두현과 정경호가 나가면서 대표팀의 허리 라인은 눈에 띄게 약해졌고, 상대적으로 일본이 조금씩 미드필드를 장악하면서 경기의 흐름을 일방적인 수세에서 대등한 경기로 다시 돌려놓았다. 이 부분에서는 지코 감독의 작전력을 높이 평가할 수밖에 없다.

전반 힘 싸움에서 밀리던 일본은 후반에 들어오면서 수비 중심으로 전환했고, 기회를 엿보았다. 이후 조금씩 우리 대표팀이 효과적인 공격을 취하지 못하고 지쳐갈 때쯤, 현재 일본 대표팀에서 수비 핵심인 나카자와와 허리에서 중추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오가사와라, 그리고 공격수인 오구로를 차례로 투입하며 경기의 흐름을 뒤집는 데 성공했다.

경기의 흐름을 읽고, 그 흐름에 순응하며 반전의 기회를 기다린 지코 감독의 날카로움이 상대적으로 빛나던 경기이기도 했다. 결국, 일본은 후반 40분 교체 선수들인 오가사와라의 코너킥에 이은 나카자와의 왼발 결승골로 대회 첫 승의 기쁨을 맛볼 수 있었다.

발견된 문제점들, 반드시 고쳐야

반면 본프레레 감독은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하지 못한 박주영을 투입하면서까지, 승리를 얻기 위해 노력했으나 실패하고 말았다. 본프레레 감독은 이번 경기에서도 별다른 벤치에서의 작전이나 경기 흐름에 맞는 선수 교체 등을 보여주지 못한 채 패배를 기록하고 말았다. 굳이 이런저런 예를 들지 않고, 전체적인 경기 운영 능력만 놓고 보더라도 지코 감독과 비교가 되는 부분이 많았다.

이 밖에도 대표팀은 프리킥 기회에서의 다양하지 못한 세트 플레이의 단조로움, 코너킥 상황에서의 효율적이지 못한 공격 기회의 무산, 그리고 미드필더진에서의 잦은 패스 미스 등은 개선되어야 할 문제점을 수북하게 쌓아 놓았다. 여기에 대표급 선수들이 가져야 할 정신적인 자세도 빼놓을 수 없다.

기대 반, 우려 반으로 시작했던 동아시아대회가 결국 수많은 문제와 걱정거리를 만드는데 그쳤지만, 어찌 보면 우리의 현주소와 문제점들을 더욱 확실하게 볼 수 있었기에 전혀 소득이 없다고 할 수는 없다. 당장의 패배는 뼈 아프지만, 그 패배를 더 없는 보약으로 쓰면 그만이다.

하지만, 그 보약을 만드는 일을 담당해야 할 감독과 축구협회 관계자들이 정말 정신 차리고 최선을 다해 제대로 된 보약을 만들지 못한다면, 이런 패배들은 많은 축구팬에게 실망만 주는 그야말로 무의미한 패배가 돼버리고 만다.

월드컵까지는 아직 시간이 충분한 만큼 불필요한 것들은 과감히 생략하고 잘못된 부분은 확실히 고쳐 조금 더 진보된 축구 대표팀이 될 필요가 있다.
 


손병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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