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9.07.13 01:24 / 기사수정 2009.07.13 01:24
[엑스포츠뉴스=김혜미 기자] 전국에 폭우가 지독하게 쏟아졌다. 프로야구 같은 경우는 이날 경기가 다 취소되는 일이 일어나기도 했다. 성남 일화와 경남 FC의 경기가 열린 성남종합운동장 주변은 오후 늦게부터 개기 시작해 비가 그쳐 경기에는 별 지장이 없긴 했지만, 경기 중간 중간 하늘에서 비를 뿌리기도 했다.
지독히도 내린 비 탓일까. 요즘 부진한 성남의 성적 때문일까. 평소보다 관중은 더 적어 보였고, 경기 전 짤막하게 기자들과 이야기를 나눴던 신태용 감독의 표정은 영 편치 않은 모습이었다. 선수들은 여전히 평소처럼 연습을 했고, 원정석에선 원정 버스를 타고 올라온 경남 FC의 팬들이 걸개를 걸었다.
다음주 수요일에 성남은 포항과 FA컵 경기를 치른다. 한창 상승세인 포항을 맞이하기 전의 이 경남과의 경기에서 성남은 어떻게든 다른 모습을 보여야 했고 이전과는 다른 결과를 얻어내야 했다. 지켜보는 팬들에 부끄럽지 않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이날 성남은 경남에 3:1로 승리하며 참 오랜만의 기쁨을 누렸다. 경남에 선제골 허용 후 성남의 팬들은 소리를 질러가며 답답함과 울분을 표시했고 그 메아리는 후반에 선수들의 골로 사라졌다. 신태용 감독은 경기 후 관중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이기지 못하는 시간이 길어지면 이겼을 때의 느낌을 잊어버리게 되고, 그 기쁨이 낯설어진다. 성남은 그동안 지거나 비기는 경기를 치러왔고, 따라서 이겼을 때의 즐거움을 느끼지 못한 채 경기를 이어 왔다. 그래서 이날의 승리가 그들에겐 더 값진 것이다. 물론 이 승리가 계속 이어질지 한번으로 끝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그러나 이날의 승리가, 적어도 이날의 기쁨을 느낀 선수들이 그동안 답답했던 자신 혹은 어떤 것에서 조금은 벗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는 것이다. 가진 실력의 문제를 떠나 할 수 있고 없고를 느낄 수 있는 것의 그 차이는, 너무나 크기 때문이다.
아직 성남은 갈 길이 멀다. 그래서 선수들은 이날의 승리를 기억해야 한다. 정확히 말하면, 승리 후 느꼈던 모든 감정들을 기억하고 다음 경기를 맞이하며 팬들을 바라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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