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5 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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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오스 화려한 부활 그러나 예상된 결과

기사입력 2005.07.20 20:53 / 기사수정 2005.07.20 20:53

이석재 기자
지난 12일 두산의 전병두가 기아로 가는 조건으로 김주호와 함께 2:1 트레이드로 두산 유니폼을 입은 리오스. 

그가 19일 첫 선발 등판한 경기에서 6.1이닝 무실점을 기록하면서 이적 후 첫 승을 기록했다. 이날 팀에게도 후반기 첫 승이라는 소중한 선물을 안겼다. 이날 두산은 한화와의 잠실 3연전 첫 경기에서 3-2로 승리하며 3위 한화와의 게임차를 4게임차로 벌리며 후반기 스타트를 상큼하게 끊었다. 반면 리오스를 내보내고 기아가 영입한 그레이싱어는 3.2 이닝에  7안타 5실점하면서 패전투수가 되며 희비가 엇갈렸다. 

한편 어제(19일) 잠실야구장에서는 리오스를 응원하기 위해 찾아온 기아팬들을 만날 수 있었다. 묵묵히 앉아서 리오스를 응원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기아팬들과 리오스가 얼마나 많은 정이 들었는가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다. 그들은 리오스가 눈에 띌만한 퇴출 사유가 없고 미국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한국 내에 다른 팀으로 이적한 것이 천만다행이라는 생각으로 어디에서든 최선을 다하는 그의 모습을 지켜보기 위해 잠실구장을 찾았다고 했다. 

한 경기에 불과하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리오스의 부활은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었다.

첫째, 리오스는 홀딩(Holding) 대상이지 웨이버(Waver) 대상이 아니다.

기아는 리오스를 버릴 생각을 이전부터 하고 있었고 호투하고 있는 블랭크와 함께 기아의 후반기 대반전을 노릴 용병 영입을 꾸준히 시도하고 있었다. 그레이싱어는 어제 경기에서는 부진했지만 메이저리그 25인 로스터에 이름을 올릴 정도의 수준급 투수이다. 그레이싱어를 영입하기 위해 리오스를 내쳐야 한다면 어쩔수 없는 일이겠지만 기록을 놓고 보면 리오스를 내칠만한 뚜렷한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리오스의 9이닝당 삼진 갯수
2002년 5.82 (102삼진/157.2이닝)
2003년 5.76 (121삼진/188.2이닝)
2004년 5.85 (145삼진/222.2이닝)
2005년 5.63 (71삼진/113.2이닝)

리오스의 K/BB 비율
2002년 2.32(102삼진/44볼넷)
2003년 1.95(121삼진/62볼넷)
2004년 2.07(145삼진/70볼넷)
2005년 2.03(71삼진/35볼넷)

whip(이닝당 안타+볼넷 허용수)와 함께 투수의 가치를 평가하는데 많이 이용되는 두 가지 데이터이다. 선발과 마무리를 동시에 했던 2002년도의 기록이 가장 좋게 나타나는 편이기는 하지만 2005년의 기록도 그렇게 나빠보이지는 않는다. 2005년에 삼진 갯수가 줄어들기는 했지만 볼넷 갯수도 상대적으로 줄어들어서 단순히 구위 저하로 보기는 어렵다.

기아가 리오스를 포기하는 결정적 원인은 아무래도 whip와 피홈런수가 눈에 띄게 늘어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리오스의 whip
2002년 1.17
2003년 1.31
2004년 1.25
2005년 1.54

리오스의 피홈런수
2002년 14개/157.2이닝
2003년 19개/188.2이닝
2004년 10개/222.2이닝
2005년 17개/113.2이닝

2003년과 2004년에 리오스는 411.1이닝이라는 경이적인 투구 이닝을 기록하며 팀의 에이스 역할을 해왔고 그 후유증으로 2005년에는 기대에 못미치는 내용을 보여준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요한 것은 그가 국내에 있는 용병 투수 중에 상위 클래스에 속하는 투수라는 것이다.

둘째, 리오스의 부진은 단순히 그의 부진만은 아니었다

리오스는 기아에서 등판한 19경기에서 113.2이닝을 던지면서 6승 10패를 기록했다. 세 경기를 제외하고는 자신이 승패를 결정짓고 내려왔고 게임당 투구이닝은 5.98이닝으로 거의 6이닝을 채우는 모습이었다. 아무리 부진한 모습이어도 5이닝 이전에 마운드에서 내려온 경우는 6번에 불과했고 완투도 두 차례 기록한 바 있다. 그가 등판한 경기 대부분에서 자신이 책임지는 모습으로 나타나는 것은 불안한 불펜 탓에 왠만하면 리오스가 길게 끌고가는 경기가 많았기 때문이다.

투수를 평가하는 데이터 중에 BIPA(Ball In Play Average)가 있다. 홈런과 볼넷, 삼진을 제외한 인플레이된 타구가 안타로 연결되는 확률을 측정한 것이다. 구하는 공식은 "안타-홈런/타수-홈런-삼진"이다. 이 수치가 낮게 되려면 투수가 지나치게 운이 좋거나 수비가 강한 수비진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팀 수비 능력의 척도인 DE(Defensive Efficiency: In play된 타구의 수비율)와 직접적인 상관관계를 가지는 수치이다.

올시즌 리오스의 BIPA는 0.332이다. 국내 프로야구 투수의 평균치가 0.285인 점을 감안하면 리오스는 정말 불운하거나 너무나 허접한 수비라인 때문에 피해를 본것이다. 19일 두산과 한화와의 경기에서도 한화 김해님은 3루수 이범호 때문에 BIPA가 높아졌다는 것을 생각하면 쉽게 이해가 갈 것이다. 김해님이 국내에서 손꼽히는 싱커볼러이기 때문에 내야가 강한 팀에서 뛸수 있다면 훨씬 좋은 성적을 거둘수 있을 것이다. 되돌아보면 2005년도 리오스의 BIPA가 엽기적으로 높았던 결정적인 원인은 리오스가 억세게 재수없는 선수가 아니라면 3루수 손지환의 부상으로(물론 손지환도 수비가 좋은 3루수는 아니지만) 3루 경험이 일천한 홍세완이 3루수를 보거나 김민철이 3루수를 보면서 수비 불안이 노출되었기 때문이다.

8개구단의 DE(Defensive Efficiency)
1위 삼성 : 0.708
2위 SK : 0.697
3위 두산 : 0.681
4위 한화 : 0.680
5위 롯데 : 0.676
6위 기아 : 0.669
7위 현대 : 0.667
8위 LG : 0.657

리오스는 리그 최하위 수준의 DE를 보이는 기아 수비진이 아니라 리그 정상급 수준의 DE를 보이는 두산으로 이적하는 것이다. 엽기적인 그의 BIPA가 낮아질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게다가 두산은 홀드 1위와 구원 1위를 모두 보유하고 있는 팀이다. 어제 6.1이닝에 87개의 공을 던진 리오스에게 윤석환 코치가 올라갔을 때 그는 충분히 납득하는 표정으로 공을 넘겨주었다. 다음 타자가 2루타를 두 개나 친 이도형이기도 했지만 그가 쉽게 내려갈 수 있었던 것은 두산의 강한 불펜진을 믿었기 때문이다. 평균 100-110개의 투구수를 기록하고도 더 던지겠다고 고집을 부리던 기아때와 비교하면 아주 다른 모습이었다.

마지막으로 구장 Factor역시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리오스는 사구/볼넷 비율이  높은 투수이다.

리오스의 사구/볼넷 비율
2002년 0.55(24사구/44볼넷)
2003년 0.45(28사구/62볼넷)
2004년 0.36(25사구/70볼넷)
2005년 0.40(14사구/35볼넷)

그만큼 몸쪽 승부를 좋아하는 플라이볼러이고 우타자가 좌타자에 비해 너무나 많은 한국야구에서 뛰는 리오스에게 좌측이 100미터가 되고 센터가 125미터가 되는, 투수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잠실구장은 그의 강점을 확실하게 살릴 수 있는 최고의 구장인 셈이다. 게다가 공격적인 리드를 좋아하고 투수의 기분을 언제나 좋게 만드는 오바쟁이 홍성흔을 배터리로 둘 수 있다는 것 역시 또다른 호재임에 틀림없다.



이석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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