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9.06.07 04:42 / 기사수정 2009.06.07 04:42
[엑스포츠뉴스=김지한 기자] 출발은 어려웠다. 주변에서는 '국내파'라는 이유만으로 믿지 못하겠다는 말도 있었다. 하지만 온갖 비난에도 굴하지 않고 오직 갈 길만 갔다. 결국 마침내 목표를 달성했다. 하지만 이제부터 시작이다. 1년 뒤에 있을 더 큰 무대를 위해서 말이다.
한국 축구의 7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이끈 허정무 축구대표팀 감독은 지난 1년 6개월동안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행보를 보여 왔다. 하지만 감독 취임 인터뷰에서 "내 축구 인생의 모든 것을 걸겠다"고 할 만큼 열정과 성의를 다 한 지도로 선수들을 조련하고, 감독으로써의 전술적인 실험을 벌인 고집의 결실이 월드컵 본선의 꿈으로 맺어지는 결과로 이어졌다.
허정무 감독은 지난 해 1월, 대표팀 감독으로 취임해 같은 달 31일, 칠레와의 평가전에서 A매치 복귀전을 치렀다. 지난 2000년 아시안컵 이후, 8년 여 만에 대표팀 지휘봉을 다시 잡은 허 감독은 '국내파 감독이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일부의 반응에 개의치 않고 '마이 웨이'를 걸어 나갔다.
동아시아컵대회 우승을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던 대표팀은 월드컵 3차 예선을 거치며 혹독한 비판을 받아야 했다. 북한과 잇따라 무승부를 거두고, 요르단과 졸전 끝에 겨우 승리를 거두는 등 결과나 내용 면에서 실망스러운 경기력을 보였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조기 사퇴론'까지 거론되며, 허 감독 흔들기에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허정무 감독이 추진하던 '세대 교체'가 자리잡고 있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세대 교체를 하는 시기가 지금이 적정인 것으로 판단한 허 감독은 경기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기량이 좋은 새로운 선수를 잇따라 발굴하고 경기에 출전시켜 경험을 쌓게 하는 시도를 보였다. 경험 부족으로 선수 간의 호흡도 제대로 맞지 않던 대표팀은 허 감독의 지도 아래 서서히 팀워크를 다져갔고, 이 과정에서 기성용-이청용(이상 서울)이라는 이른바 '쌍용 콤비'를 발굴하는 성과도 이어졌다.
그리고 그 결실은 마침내 월드컵 최종예선을 통해 맺어지기 시작했다. 4-4-2 전술이라는 대표팀 전술 운영에 있어 새로운 시도를 벌인 지난 해 10월부터 대표팀의 주가는 서서히 올라갔다. 아랍에미리트와의 최종예선 2차전에서 근 몇년간 보기 힘들었던 시원스러운 경기력을 보인 대표팀은 4-1 대승을 거두며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그리고 '19년 무승 징크스'로 대변되는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예선 3차전에서는 2-0 완승이라는 쾌거를 이뤄내며 '죽음의 조'로 불리는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B조에서 1위로 치고 올라갔다.
'죽음의 원정 경기'로 불리었던 이란과의 예선 4차전에서는 '캡틴 박'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동점골에 힘입어 1-1 무승부를 거뒀고, 정치적인 문제와 연관돼 전세계적으로 관심이 높았던 '코리안 더비' 북한과의 예선 5차전에서는 '최고의 조커' 김치우(서울)의 결승골로 1-0 승리를 거둬 '무승 징크스'를 깨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마침내 아랍에미리트와의 예선 6차전에서 2-0 완승을 기록하며 당초 바라던 월드컵 진출의 꿈을 이뤄냈다.
이제 허정무 감독 앞에 주어진 과제는 '월드컵 본선'이다. 1년 남은 기간동안 허정무 감독은 선수간 경쟁 체제 속에 조직력을 다지고 제대로 된 팀을 만들어 또 하나의 신화를 준비해야 한다. 하지만 그간 보여준 고집과 뚝심이 더욱 빛을 발한다면 많은 축구팬들이 원하는 '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의 꿈을 달성할 가능성은 충분해 보인다.
1986년,멕시코월드컵 본선 3차전 이탈리아와의 경기에서 골을 뽑아냈던 선수 허정무가 2010년, 남아공월드컵에서 새로운 역사를 쓰는 감독 허정무로 다시 한 번 축구팬들의 기억 속에 남게 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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