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7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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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트레블' 바르셀로나의 08-09시즌 리뷰

기사입력 2009.06.03 22:00 / 기사수정 2009.06.03 22:00

이정인 기자

기록, 그리고 세 번의 우승!


리그 우승을 확정지은 후로 바르셀로나는 승리에 목을 메달지 않았다. 승점 기록을 세우는 것보다는 후보와 유소년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을 택했다. 그런데도 2위 레알 마드리드와 9점의 승점 차이로 우승했다. 그리고 비록 포를란에게 득점왕 자리는 내줬지만 리그에서만 105골을 기록하는 막강한 공격력을 보여줬다. 골득실 차는 무려 70골이나 된다. 
프리메라리가, 코파델레이, 그리고 챔피언스리그. 초보 감독이 들어올리기엔 꽤나 무거웠을 세 개의 우승컵이지만 과르디올라는 해냈다.


08-09시즌 바르셀로나의 행보
 

솔직히 말하자면 펩 과르디올라를 감독으로 선임한 데 대해 불만이 있었다. 그가 A팀을 감독한 경험이 전혀 없다는 점 때문이다. 시즌 초반 1무 1패라는 좋지 못한 성적을 거둘 때까지만 해도 여전히 못마땅했다. 하지만 여기까지였다. 대반전은 바로 라리가 초반 1무 1패 이후, 3라운드에서부터 시작했다. 스포르팅 히혼을 6-1로 꺾으며 바르셀로나는 연승 행진을 시작했다. 바르셀로나 천적이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도 6-1로 꺾었다. 세비야, 발렌시아, 레알 마드리드, 비야레알로 이어지는 죽음의 4연전에선 11득점 1실점이라는 믿기 힘든 결과를 보여줬다. 챔피언스리그와 코파델레이에서도 바르셀로나는 거칠 것이 없었다.


그러던 중 23라운드에서부터 잠깐 위기에 봉착한다. 레알 베티스와 무승부를 기록하고 더비 상대인 에스파뇰과 천적인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게 연패를 당한 것이다. 하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이 챔피언스리그에서 리옹을 5-2로 완벽하게 제압하며 위기는 채 한 달을 가지 못하고 다시 승점을 쌓아올리기 시작했다. 바이에른 뮌헨과의 챔피언스리그 8강전에서도 압도적인 경기력을 보여줬다.


바르셀로나가 잠깐 주춤한 사이 계속 승점을 쌓아오던 레알 마드리드는 턱 밑까지 추격했다. 이런 상황에서의 엘 클라시코는 더욱 중요해질 수밖에 없었다. 바르셀로나가 이긴다면 우승을 거의 확정짓게 되고 레알 마드리드가 이긴다면 막판 대역전극이 벌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이 경기에서 바르셀로나는 선취골을 내주고도 6-2로 크게 승리하는 저력을 보여줬다. 그것도 죽음의 4연전과 첼시와의 챔피언스리그 경기가 있던 중에.


첼시와의 챔피언스리그 4강전 경기는 바르셀로나가 이번 시즌 치렀던 가장 힘든 경기였다. 이번 시즌 바르셀로나를 상대하는 대부분의 팀은 수비적인 전술을 사용했다. 상대의 밀집 수비를 뚫는 법을 바르셀로나는 잘 알고 있었지만, 첼시는 달랐다. 바르셀로나의 모든 패스 루트를 차단하며 1차전을 0-0으로 마친 후 2차전에서 선취골을 기록하며 첼시가 챔피언스리그 결승 진출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그런데 경기 종료 직전 이니에스타의 벼락같은 골로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경기가 종료되고 로마행 티켓은 바르셀로나가 차지하게 되었다.


그리고 바르셀로나는 아틀레틱 빌바오와의 코파델레이 결승전에서 승리하며 첫 번째 우승컵을 들어 올렸고 곧이어 리그 우승도 확정지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도 압도적인 경기력을 보여주며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바르셀로나가 3관왕을 달성했다.




사비-이니에스타-투레

기본적으로 바르셀로나는 점유율을 높게 가져가며 공격적인 축구를 구사하는 팀이다. 그리고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데에는 미드필더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레이카르트 호에선 미드필드에서 최전방으로 공을 연결해주는 역할을 데코가 거의 전담하다시피 했는데 과르디올라 호에선 이니에스타가 주로 왼쪽에서, 사비가 주로 오른쪽에서 그 역할을 맡았다.

사비는 시즌 통산 23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하며 환상적인 시즌을 보냈다. 다니엘 알베스와 리오넬 메시라는 뛰어난 공격자원도 사비의 조율과 패스가 없었다면 이렇게 활약할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바르셀로나가 시즌 중반 잠깐 동안의 위기를 경험했던 때가 이니에스타의 부상과 맞물렸다는 게 단지 우연은 아닐 것이다. 메시-사비-알베스로 이어지는 오른쪽 공격이 너무도 강력한 나머지 바르셀로나의 공격 루트가 오른쪽으로만 쏠리게 되었고 이것이 상대방에겐 편하게 다가왔다. 왼쪽 미드필더로 나왔던 케이타는 공을 연결해주는 능력에 있어 이니에스타에 비하면 많이 부족했다. 이니에스타가 부상에서 회복하자 좌우 균형이 어느 정도 맞아가기 시작했고 바르셀로나의 경기력도 다시 좋아졌다.

하지만 투레가 없었다면 사비와 이니에스타가 이처럼 눈부신 활약을 펼칠 수 있었을까? 뛰어난 신체 조건에 볼을 소유하는 능력 또한 수준급인 투레가 후방을 받쳐주고 때로는 공격에도 가담해주는 것이 바르셀로나에겐 큰 도움이었다.


4백과 3백을 오가며

수비 부족에 시달리던 바르셀로나에 감독으로 부임한 과르디올라는 이적 시장에서 젊은 수비수들을 사들인다. 바르셀로나 유소년 출신으로 사라고사와 맨유에서 뛰었던 피케, 레크레아티보에서 맹활약했던 카세레스, 이적하자마자 레버쿠젠으로 임대를 보낸 엔리케, 그리고 세비야에서 영입한 초특급 윙백 다니엘 알베스. 밀리토의 부상이 예상보다 길어지기는 했지만 대체할 수 있는 자원이 많아 문제가 없었다.

이번 시즌 바르셀로나 수비 전술 운용의 핵심은 역시 다니엘 알베스라고 할 수 있다. 기본적으론 4백을 사용하면서 오른쪽 윙백인 알베스가 공격에 가담하면 왼쪽 윙백인 아비달은 오버래핑을 자제하고 중앙 수비수들은 간격을 조금씩 벌리며 3백으로 변형하는 것이다.


공포의 3톱 HEM

판타스틱4는 실패였다. 하지만 HEM 3톱은 대성공이다. 에투가 30골, 메시가 23골, 앙리가 19골. 도합이 62골이다. 이번 시즌 프리메라리가에서 62골 이상을 넣은 팀은 발렌시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레알 마드리드뿐이다.

시즌 초반 이적설에 휩싸이기도 했던 에투는 비록 포를란에게 득점왕 자리를 내주기는 했지만 뛰어난 득점력을 보여줬다. 앙리도 바르셀로나라는 팀에, 그리고 왼쪽 포지션에 완벽하게 적응했다. 메시는 호나우딩요의 빈자리를 전혀 느끼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눈여겨볼 점은 시즌 후반에 사용했던 제로톱 전술이다. 말 그대로 에투를 오른쪽 사이드에 배치하고 메시를 최후방보다 조금 밑에 배치하며 최전방 공격수 없이 경기를 치르는 것이다. 메시가 중앙에서 볼을 키핑해주고 또 좌우로 연결해주면 사이드에서 앙리와 에투가 치고 들어오는 전략이 시즌 후반 제대로 먹혀들었다.

에투에 대한 이적 루머가 여전히 나오고 있는 상황이지만 최전방과 제로톱에서의 사이드 플레이어 역할을 모두 해줄 수 있는 선수가 또 누가 있을까?


새로운 선수들의 활약

앞서 언급했듯이 다니엘 알베스는 수비수임에도 리그에서 5골과 7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첫 시즌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활약을 보여줬다. 피케도 시즌 중반이 지나면서부터 팀에 완벽하게 적응하며 맹활약했다. 바르셀로나에 반드시 필요했던 장신 수비수로 공중볼을 모두 처리해내는 데다가 전방으로 연결해주는 패스 또한 정확해 이제는 팀에 반드시 필요한 선수 중 하나가 되었다.

유소년 팀에서 올라온 세르히 부스케츠의 활약은 예상 밖이었다. 큰 키에 발재간도 뛰어나고 무엇보다도 상대 선수의 패스를 중간에 차단하는 커팅 능력이 발군이다. 아직 빠른 경기 흐름에 집중력을 놓치는 모습을 가끔 보여주어 더 많은 경험을 쌓아야할 필요성도 느꼈다.

반면 큰 기대를 모았던 흘렙은 적응하지 못했다. 출전 기회조차 제대로 잡지 못했다. 케이타는 많은 경기에 출전하기는 했지만 간간히 기록했던 득점 외에는 합격점을 주기 어려울 것 같다.


다음 시즌의 새로운 얼굴들

현재 바르셀로나에 다니엘 알베스의 백업 선수가 전혀 없다. 그래서 얼마 전 카탈루냐 출신인 알메리아의 브루노 살토라는 선수 영입을 확정지었다고 한다.

바르셀로나 유소년 출신인 파브레가스를 다시 영입한다는 소문이 있지만 실현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아스날이 쉽게 놓아주지 않을뿐더러 파브레가스가 바르셀로나에서 주전으로 뛰기는 힘들 것이기 때문이다. 이니에스타가 최전방보다는 미드필더에서 더 좋은 활약을 펼쳤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다음 시즌엔 밀리토가 부상에서 회복해 돌아올 것이고 레버쿠젠으로 임대되었던 엔리케도 돌아온다. 엔리케는 레버쿠젠에서 많은 경기에 선발 출장하며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고 한다. 이렇게 되면 카세레스의 입지가 더욱 좁아지게 된다. 다음 시즌엔 엔리케 대신 카세레스가 임대를 떠나게 될지도 모른다. 이적 가능성도 충분하다.

왼쪽 윙백인 실빙요를 대체할 젊은 선수가 이제는 필요하다. 데포르티보에서 좋은 활약을 보여준 필리페에 대한 협상이 시작되고 있는 듯하다. 필리페가 이적한다면 아비달과 로테이션으로 활약할 가능성이 높다.

08-09시즌에 A팀과 B팀을 오가며 활약했던 선수 중 페드로와 빅토르 산체스가 다음 시즌엔 A팀에서 더 많이 활약할 수도 있다. 그리고 제2의 푸욜이라 불리는 무니에사도 A팀에서의 출전 시간을 늘려나갈 것이다.



이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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