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4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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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기아에게 전날 패배 설욕

기사입력 2005.07.07 08:00 / 기사수정 2005.07.07 08:00

손병하 기자
6일 기아와 삼성의 시즌 11차전이 열렸던 대구 구장. 전광판에는 7회 초까지 기아와 삼성의 팽팽한 균형이 표시되어 있었다. 양 팀 모두 득점을 기록하지 못한 채 0의 행진을 거듭하고 있었고 안타 수도 똑같이 5-5, 볼넷 2-2, 실책 0-0이었다.

그러나 7회 말이 끝난 뒤 전광판에는 안타 수와 볼넷 수의 변화 없이 기아에게 실책 1개가 기록되어 있었다. 결국 이 실책 1개가 1실점으로 이어져 기아의 발목을 잡고 말았다. 삼성의 한 점차 신승.

한국 프로야구 전통의 명문이자 라이벌인 삼성과 기아. 연패를 끊어야 하는 배영수와, 연승을 이어가야 하는 김진우, 그리고 그 중심에 자리 잡고 있는 젊은 에이스들의 대결이라는 것만으로도 많은 관심을 끄는 경기였다. 거기에 조금씩 잊혀져 가고 있는 ‘완투형 투수’의 계보를 잇고 있는 두 선수 간의 자존심 대결까지 곁들여진 셈.

배영수 vs 김진우 숨막히는 투수전 연출

지난 5월 1일 이후 두 달여 만에 맞붙었던 에이스끼리의 대결은 지난 첫 번째 대결과 마찬가지로 팽팽한 투수전으로 이어졌다. 김진우는 8이닝 1실점 (비자책)으로 삼성 타선을 막으며 최근 상승세를 이어갔고, 배영수도 초반 난조를 잘 극복하고 7과 1/3 이닝을 무실점으로 선방해 숨막히는 투수전을 연출해 냈다.

▲ 삼성-배영수
ⓒ2005 KBO
기회를 먼저 잡은 것은 기아. 기아는 1회 초 이종범과 장성호의 안타와 마해영의 볼넷으로 만든 1사 만루의 기회에서 홍세완과 김경언이 각각 1루 파울플라이 아웃과 2루 땅볼 아웃으로 물러나면서 두고두고 아쉬움을 남겼다. 특히 최근 배영수의 구위가 시즌 초 같지 않다라는 점과 삼성이 전체적인 슬럼프에 빠져 있다는 점을 상기해 보면, 더욱 아쉬웠다.

2회와 3회에도 김종국과 장성호가 각각 안타를 치고 나가 두 이닝 모두 2루까지 진루했지만, 단타 하나가 터지지 않아 득점에 실패하면서 경기를 힘들게 끌고 갔다.

반면 지난 6월 한 달간 4.44의 방어율을 기록하며 1승 2패로 최악의 6월을 보낸 배영수는 1회부터 3회까지 매회 주자를 스코어링 포지션에 내보내면서도 실점을 허용하지 않는 위기관리 능력을 다시 선보이며 에이스의 위용을 찾기 시작했다. 4회 김종국에게 볼넷을 허용한 이후 7회 송산에게 2사 후 안타를 맞을 때까지 150km대의 직구와 브레이킹 볼 등을 적절히 구사하면서 기아타자들을 압도했다.

최근 두 경기에서 절정의 투구를 선보이고 있는 기아 선발 김진우의 위력도 여전했다. 1, 2회를 삼자범퇴를 틀어막은 김진우는 3회 2사 후, 김용복과 조동찬에게 연속안타를 맞으며 흔들렸지만, 박종호를 유격수 땅볼로 처리하면서 여유 있게 3회를 마무리 지었다. 위기에서 볼넷을 남발하며 스스로 무너지던 지난날과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

특히 주자가 스코어링 포지션에 나가있고 볼 카운트가 불리하게 몰린 상황에서도 변화구로 카운트를 잡아가는 모습은 기아 팬들의 기대를 부풀리기에 충분했다.


운명의 갈랐던 7회 말과 8회 초

▲ 기아-김진우
ⓒ2005 KBO
이렇게 팽팽한 투수전이 이어지는 경기에서는 아주 사소한 것에서 승부가 갈리기 마련이다. 야수들의 실책이나 심판 판정 등 미묘한 변화에서 한순간 무너지게 되는 것이다. 이런 미묘한 패배의 빌미를 먼저 제공한 것은 기아였다.

팽팽한 0의 균형이 깨어지고 있지 않던 7회 말. 삼성의 선두타자 박진만이 친 평범한 3루수 땅볼을 홍세완이 1루에 악송구했고, 장성호는 공을 빨리 잡아 베이스를 터치해야 한다는 생각이 앞서 불안정한 포구를 했다. 그 바람에 공은 덕 아웃까지 흘러 결국 박진만에게 내야 땅볼 하나로 2루까지 진루를 허용하고 말았다.

홍세완은 앞선 1회와 3회에 자신 앞에 주어졌던 기회를 살리지 못한 것이 계속 부담으로 남았고, 결국 긴장감 있게 이어져오던 순간에서 뼈아픈 실책을 범하고 말았다. 이어 강동우의 희생번트로 1사 3루를 만든 삼성은 진갑용, 이정식을 대신해 마스크를 쓰고 있는 김영복의 1타점 희생플라이로 소중한 결승점을 뽑았다.

7회까지 89개의 공을 뿌리며 호투하던 배영수는 선두타자 이종범을 잡아내며, 경기를 쉽게 끌고 가는 듯했다. 하지만, 기아에게도 마지막 한 번의 기회는 다시 찾아왔다.

1사 후 타석에 들어선 이용규가 볼 카운트 2-2에서 배영수의 볼에 헛스윙을 했지만, 포수 김영복이 골을 뒤로 빠트리면서 ‘스트라이크 아웃 낫 아웃’ 상태가 되었다. 그사이 이용규는 1루에 안착. 이어나온 장성호가 배영수를 구원해 올라온 강영식의 7개째를 통타 깊숙한 우전 안타를 쳤다. 이용규는 3루에 안착한 뒤에 삼성 내야수에게 공이 인계되지 않은 상황을 보고 바로 홈으로 내달렸지만 박진만의 정확한 홈 송구와 김영복의 블로킹에 막히며 득점에 실패하고 말았다.

이어 2사 1루에서 나온 마해영은 유격수 플라이로 물러나며 또다시 찬스를 득점과 연결시키지 못했다. 결과론이지만, 3루에서 멈춘 뒤 1사 1-3루의 기회를 살려 마해영과 이 날 패전의 멍에를 써야 했던 홍세완에게 기회를 넘겼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었다.

이후 삼성은 ‘포커페이스 맨’ 오승환이 경기를 마무리 지으며 지긋지긋한 6연패의 늪에서 벗어났고, 기아는 탈꼴찌의 꿈을 다시 미루어야 했다. 삼성 배영수는 시즌 9승째를 챙기며 기분 좋은 7월을 시작했고, 기아의 김진우는 세 경기 연속 완투라는 위력을 보여준 것에 만족해야 하는 경기였다.

결국 똑같이 나눠 가진 한 개씩의 실책을 삼성은 득점과 연결시켰고, 기아는 그 반대였다. 모든 것이 팽팽했지만 단 한 개의 실책으로 승리와 패전으로 갈린 경기였다. 



손병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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