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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수비축구'에 대한 항변

기사입력 2009.05.18 09:41 / 기사수정 2009.05.18 09:41

유기봉 기자



[엑스포츠뉴스=유기봉] "인천이 골을 넣으면 잠그는 스타일이라…."

인천과 성남 간의 2009 K-리그 10R 경기가 끝나고 신태용 감독이 인터뷰 말미에 던진 한마디이다. 이는 비단 신태용 감독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지난달 신생팀 강원이 인천 원정에서 2대 0으로 지고 난 후 최순호 감독 역시 인천이 후반 들면서 상당히 수비적으로 나왔다고 말하였다.

작년 장외룡 감독이 인천을 맡았을 때는 정말로 그랬다. 선제골을 넣으면 추가 득점이 나오지 않거나, 동점을 내주는 등 득점 이후 수비위주의 전술을 펼쳤기에 수비축구라 듣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페트코비치 감독이 새로 지휘봉을 잡고 3개월이 지난 지금, 인천을 보고 수비축구라 평하는 감독들을 보면 그 의견에 쉽게 수긍이 가지 않는다. 기록으로 보더라도 인천이 수비축구를 했다 할 명확한 근거가 없다.

페트코비치 감독도 이 날 경기 후 수비지향적이라는 비판이 있다는 질문에 "수비만 잘하는 팀이 오늘같이 공격찬스를 많이 가질 수 있는가?"라며 반문했다.

인천은 현재 전북, 광주와 승점 20점으로 동률을 이루고 있지만 골득실에서 밀려 3위를 유지하며 국내 축구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여기에 순위만큼 관심을 모으는 부분은 실점이다. 리그 9경기를 치루면서 단 3골만을 내주면서 최소실점을 기록하고 있다.

그럼 인천의 최소실점 기록이 수비축구에서 나온 결실일까? 아니다. 그렇다면, 장외룡 감독 시절엔 늘 최소실점의 타이틀을 가졌어야만 했다. 3백만 사용하던 인천이 지난 2007년 박이천 감독대행에 의해 공격적인 전술로 포백을 사용하다 수비에 큰 어려움을 겪었던 사실을 기억한다면 지금도 또한 그렇게 수비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야만 한다.

그러나 지금은 포백을 사용하면서도 최소 실점을 기록할 수 있는 결과는 인천의 수비조직력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린 감독의 전략과 능력있는 미드필더들의 영입, 안재준의 성장 등 서로 조화 속에서 시너지효과로 나타나고 있다는 데에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그럼에도, 인천을 수비축구라 말한다면 몇 가지 사실을 들어 반문하고자 한다.

#1 기록과 골 결정력으로 본, 감독들의 변명

최순호 감독은 지난달 인천 원정경기에서 전반 유병수와 윤원일에게 두 골을 내주며 2대0으로 패배한 후 인터뷰에서 인천의 경기운영에 대해 비판하였다. 홈팀임에도 불구하고 수비전술을 펼쳐 어려움을 겪었다는 게 그의 변(辯)이었다.

그러나 경기기록을 살펴보면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인천은 이 날 8개의 슈팅을 기록하였는데 전반 2개, 후반 6개로 전반에는 2개의 슈팅이 모두 유효슈팅이자 득점으로 이어졌고 후반에는 전반보다 더 공격적으로 나섰다. 3배나 많은 슈팅을 만들어내면서 득점 이후에도 공격의 고삐를 늦추지 않는 경기운영을 보여주었다.

전후반 각각 5, 6개의 슈팅으로 전반적인 경기 흐름을 유지한 강원은 인천이 공격으로 나섰다가 빠르게 수비로 전환하지 못해 내어준 공간을 파고들었다. 인천의 공-수 간격이 벌어지면서 공간이 생겼다는 것은 인천이 공격적인 전술로 나왔다는 반증을 보이는 것이기 때문에 인천이 수비적이었다는 최순호 감독의 말에는 다소 억지스러움이 묻어 있다.

오히려 강원은 허리 라인을 조율하고, 공격의 물꼬를 틀어주는 이을용이 결장하고, 후반 투입된 윤준하가 제 기량을 펼치지 못한 채 슈팅도 기록하지 못했으며, 김영후가 4개의 슛을 골로 연결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이 날 공격을 효율적으로 이끌지 못하고 경기를 내 준 패배의 주요 원인이었다.

이번 성남과의 경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인천이 전후반 각각 6개의 슈팅을 기록하면서 5개의 유효슈팅을 만들어냈지만 성남은 전반 3개, 후반 8개의 슛을 시도하면서 각각 1개의 유효슈팅만을 기록했다. 후반에 슛의 숫자가 늘어난 것도 인천이 공격으로 올라간 후 생긴 수비공간을 이용하면서 공격의 기회를 만들어 나갔기 때문이다.

인천은 경기 내내 양쪽 사이드 공격과 날카로운 침투패스로 상대 수비를 휘저으며 날카로운 경기력을 보였고, 모처럼 살아난 챠디가 최전방에서 좋은 움직임을 보여줘 공격에 탄력을 받았다.

반면 전후반 2개의 유효슈팅에 만족해야 했던 성남이 더군다나 후반에는 8개의 슛을 보이고도 단 한 개만을 골문으로 향하게 했다는 건 인천이 수비를 두텁게 쌓았다기보다 성남의 공격이 날카롭지 못했다는 데 원인이 있다. 조동건이 찬스를 살렸으면 분위기가 달라졌을 것이라는 감독의 안타까움도 여기에서 비롯되었다.

지난달 컵 대회에서는 무려 20개의 슈팅을 보이고도 단 한 골에 그치는 등 공격라인의 결정력에 문제가 있음이 여실히 드러났다.

강원, 성남전 이외에 인천은 득점 또한 전반보다 후반에 더 많이 기록한 경기가 많기 때문에 수비적이라는 말은 어불성설이다. 전반 선취득점을 하였더라도 이후 공격기회를 늘렸으며(추가골과 슈팅수를 비교했을 때), 실점 이후에는 쫓아가는 공격력으로 이윽고 승점 1점을 챙겼다. 이런 사실만을 놓고 보더라도 인천이 수비축구를 한다는 말에는 설득력이 없다.

#2 선수교체로 알아본 인천의 반(反) 수비축구

지난달 강원과의 리그 경기에서 인천은 석 장의 교체카드를 다 썼는데,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 지키기 위한 전략적인 교체가 아니었음을 알 수가 있었다. 후반 11분 노종건을 김영빈으로, 15분 도화성을 드라간으로 교체하면서 허리 라인의 공-수 안정을 꾀하려 했으며, 34분에는 박재현을 빼고, 보르코를 넣으면서 공격을 계속 이어나갔다.

성남과의 경기에서 경기종료 5분을 남기고 챠디 대신 손대호를 투입한 것 이외에는 대부분의 경기에서 해당 포지션의 선수를 그대로 교체해 팀 전술을 그대로 밀어붙이는 경우가 많았다.

대기선수 명단만 보더라도 인천은 늘 공격적인 선수들을 상당수 포함한다. 지난 4월 성남과의 컵 대회 원정에서는 유병수, 드라간, 김상록을 선발로 내세웠음에도 7개의 슈팅을 기록하였고, 대기명단(6명 제한)에는 강수일, 우성용, 보르코, 도화성, 김민수를 포함해 수비가 아닌 공격으로 경기의 흐름을 잇겠다는 전략을 내비쳤다.

또한, 강수일이 경남 전부터 계속해서 경기에 출전하며 골과 함께 좋은 활약을 보일 수 있었던 것도 인천이 보다 공격적으로 나서기 위해 그를 투입했기 때문이다. 경남 원정 경기에서 0대 0으로 팽팽하던 후반 8분 교체되었고, 대구전에서는 후반 11분 보르코와 교체되면서 공격에 무게를 둔 결과 결승골을 넣을 수 있었다.

팽팽하게 흐르던 경기에서 승점 1점만이라도 챙기기 위한 선수교체 카드를 활용했던 전임감독과는 달리 현임 감독은 승점 3점을 위한 선수교체를 감행해 지금의 성적을 내고 있으니 인천이 수비축구를 한다는 감독들의 변(辯)은 말 그대로 변명일 뿐이다.

 
인천은 윤원일-임중용-안재준-전재호로 이어지는 포백이 안정을 취하면서 리그 최소 실점을 기록하고 있다. 3백과 포백 사이에서 경기력 차이를 보였던 임중용조차 이제는 수비라인에 적응하면서 중심역할을 다 하고 있으며, 유망주로서 작년부터 기대를 모았던 안재준은 올해 들어 실력이 크게 늘면서 임중용과 함께 수비라인의 안정감을 더해주고 있다.

여기에 오랜 시간 수비적인 전술을 펼쳐왔던 탓에 페트코비치 감독은 경기 후 팀을 맡을 때부터 인천은 수비에 강점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별히 수비에 대해 주문을 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오히려 공격을 더 주문할 뿐이라며 팀이 지니고 있는 특징에 맞게 전술을 이끌고 있다고 하였다. 수비적인 축구가 어떻게 공격찬스를 많이 만드느냐는 그의 반문을 들으면서 자신의 문제를 잠시 남의 집에서 찾으려 했던 감독들의 모습이 오버랩되었다. 문제의 본질은 늘 자신에게 있다는 사실을 앞서서 생각했으면 한다.

▶ 인천 UTD의 이야기

인천 챠디, "나의 결승골로 승리해 기뻐" 

☞  빛나는 주연뒤에 가려진 아름다운 조연 박재현

[사진=페트코비치 감독 (C) 인천 유나이티드 제공]

 



유기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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