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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쿠버의 주인공을 향해] 2- '슬픈 눈물은 환희의 눈물로' 중국 격파 선봉에 선 조해리

기사입력 2009.05.08 16:14 / 기사수정 2009.05.08 16:14

김경주 기자



[위클리엑츠=김경주, 김지한 기자]
자신의 뜻대로 목표가 잘 이뤄지지 않아 한때 방황하기도 했다. 하지만 자신을 키운 스승님 덕에 다시 일어섰고, 마침내 당당하게 자신이 원하던 올림픽 출전의 꿈을 이룰 수 있었다. 선수 누구나 꿈꾼다는 올림픽 무대를 밟는 것이 설레지만 또다른 새로운 목표를 향해 다시 앞만 보고 질주해야 하는 선수가 여기 있다. 바로 쇼트트랙 여자팀 대표 선발전에서 1위를 차지한 한국 쇼트트랙의 새 희망, 조해리(22,고양시청)다.

조해리는 중국 쇼트트랙 간판 선수, 왕 멍과 같은 시기에 데뷔했다고 한다. 당시에는 풋내기에 불과했던 왕 멍이 세계 최고의 선수로 거듭난 모습을 지켜보며 부럽게 느껴졌다고 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자신도 실력을 키워 왕 멍을 꺾어보겠다는 각오도 나타냈다. 중국의 급성장에 눌려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한국 여자 쇼트트랙에 단비 같은 존재로 거듭나게 될 조해리를 만났다.

Q. 먼저 선발전에서 1위한 것 뒤늦게나마 축하한다.= 경기 끝나고 나서 눈물을 많이 흘렸는데 어떤 기분이 들어서 그랬나

힘들었던 시간들이 생각나면서 갑자기 눈물이 막 쏟아졌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정말 그 어떤 대회보다 값졌고, 가장 기억에 남을 대회였다. 대표에 선발돼서 올림픽에 나가게 된 것도 그렇지만 스스로 좋은 경기를 펼쳤다는 것에서 만족스러웠던 선발전이었다고 생각한다.

Q. 선발전 준비를 하면서 어떤 마음가짐으로 경기에 임했나 그리고 특별히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고 준비했나

스피드를 높이기 위해 몸을 가볍게 움직이는 운동을 계속 했다. 그리고 ‘선발되지 않아도 된다. 그저 마음 편하게 경기하자’는 마인드 컨트롤을 했다. 크게 부담 갖지 않고 경기에 임하니까 기대했던 것 이상의 성적이 나왔고, 대표팀에 선발될 수 있었던 것 같다.

Q: 경기가 끝난 직후, 인터뷰에서 모지수 감독 이야기를 많이 꺼냈다 모지수 감독은 조해리 선수에게 어떤 존재인가 

나뿐 아니라 선수들 대부분 힘든 시기가 한 번씩은 찾아오게 마련이다. 개인적으로는 2-3년 정도 슬럼프 기간이었다. 당시에는 주변에서 조언을 해주고 말해줘도 전혀 내 귀에 들리지 않았다. 특히 지난 올림픽 선발전 때는 나름대로 준비한답시고 열심히 했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선발되지 못해 아픔이 컸다. 그래서 혼자 바닷가도 갔었고, 극단적인 행동을 할까 하는 생각도 있었다.

하지만 그 상황에서 모지수 선생님이 하나부터 열까지 정말 많은 도움을 주시면서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 모 선생님은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함께 하면서 나를 누구보다 잘 아시는 선생님이다. 그래서 나는 모 선생님만 믿고 열심히 따랐고, 결국 이렇게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게 됐다. 개인적으로는 마음속에 가장 큰 존재로 남아있는 분이다.

Q: 모지수 감독에 대한 믿음이 참 대단한 것 같다 그래도 참 마음고생이 심하다가 스스로 이를 잘 극복해낸 것만으로도 대단한데 어떻게 이겨낼 수 있었나
 
전에는 나만 운이 없다고 생각했다. 지난 올림픽 선발전 끝나고 나서는 모든 것을 부정적으로 바라볼 정도였다. 하지만 지금 와서 생각하면 운이 안 따랐던 것 자체가 다 내 실력이 부족해서였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그렇게 방황했던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스스로 내적으로 많이 다스릴 줄 알게 되고 배우고 얻은 것이 많았다고 본다.

그러면서 이번 선발전에서는 실패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에 철저하게 준비를 많이 했다. 한편으로는 마음 편하게 후회 없이 하자는 생각에 긴장도 많이 안 했고, 결과적으로 실력대로 스케이팅을 하게 돼서 성과가 나왔던 것 같다.

Q: 대표팀에는 몇 번 합류해 활약했던 경험이 있다 하지만 이번 대표팀을 보면 대폭 물갈이돼 올림픽에서 과연 중국의 벽을 넘어설 수 있을지 걱정하는 목소리가 있다

그래도 우리 선수들 모두 다 실력들이 있는 선수들이라고 생각한다. 지난해에도 모두 스케이팅을 잘 타는 선수들이 출전했지만 운이 따라주지 못했던 것 같다. 중국의 벽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남은 기간 철저히 준비하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Q: 개인적으로 이번 올림픽이 첫 출전이다 새로운 팀의 서열을 따져보면 김민정(전북도청) 다음으로 두 번째다 아무래도 맏언니 같은 입장에서 팀을 이끌어 하는데 어떤 마음가짐을 가질 생각인가

처음 들어오는 선수들이 있기 때문에 호흡 문제에 있어 걱정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일단 선수들 전반적으로 큰 경기에 대한 경험이 부족한 것이 문제가 될 것 같다. 똑같은 종목이기는 해도 매 게임마다 다른 일들이 벌어지기 때문에 부족한 경험이 자칫 전체적인 경기력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어느 누구 하나 흔들리지 않게끔 대표팀의 한 선수로서 조절을 할 수 있는 역할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언니(김민정)가 있고, 아래 후배들도 있는 만큼 중간에서 잘 이끌어가도록 하겠다. 그러기 위해 서로 얘기를 많이 하고 극복해가려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Q: 중국 쇼트트랙의 성장이 무섭다 이미 한국을 제치고 1위 자리에 우뚝 선 것 같다 아무래도 내년 올림픽 때 ‘타도 중국’을 위한 선봉장 역할을 해야 할 것 같은데 어떤가

부담스러운 건 사실이다. 주위에서도 모두들 중국을 꺾어줬으면 하는 바람들을 갖고 있다. 중국 팀에 대해서 연구를 더 하고 지금까지 해온 것보다 더 잘 준비해야 할 것 같다. 지금까지 시합해온 것들을 찍어놓은 동영상이나 자료 화면을 보면서 중국 선수 개개인에 대해 분석하는 작업이 이뤄질 것이다.

그 분석을 통해 어떻게 스케이팅을 해야 좋은 경기를 펼칠 수 있는지 선수들, 혹은 코치 선생님들과 자주 이야기할 것이다. 개인전이기는 하지만 올림픽이라는 특성상 팀워크가 무엇보다 중요할 것 같아 여기에 맞춰 잘 준비해 나가겠다.

Q: 개인적인 질문으로 가겠다 어떻게 해서 쇼트트랙을 시작했는지 그간 선수 생활에 대해서 소개해달라

취미로 초등학교 1학년 때 한강 스케이트장에서 처음 스케이트를 타봤다. 나를 가르쳐 준 선생님께서 재능을 알아보고는 부모님께 ‘더 큰 데 가서 가르쳐보라’고 해서 초등학교 2학년 때 목동으로 옮겨 권영철 선생님으로부터 3-4년 동안 배웠다. 권 선생님 개인팀으로 들어가서 실력을 쌓은 뒤, 중학생 때 처음으로 주니어 대표에 들었다.

2002년 1월에 춘천에서 세계 주니어 선수권이 열렸다. 당시 1000m에서 1위, 1500m에서 2위에 들면서 나름대로 좋은 기억이 있는 대회였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또 하나의 특별한 기억이 있다면 당시 중국의 왕 멍이 처음으로 국제 시합에 출전했다는 점이었다. 그때는 왕 멍의 실력이 저조해서 나중에 크게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도 않았는데 지금 세계 1위가 된 것을 보면 놀랄 때가 많다.

Q: 참 신기하게 느껴진다 그래도 조해리 선수가 더 잘 해서 더 크게 빛내면 되는 것 아니겠는가 더 큰 선수가 되기 위해 개인적으로 닮고 싶은 선수가 있다면 누구인가

전이경 언니처럼 되고 싶은 게 꿈이다. 어렸을 때 언니가 경기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그냥 멋있게만 느껴졌다. 여자 쇼트트랙 선수들에게 중요한 것이 스스로 몸 관리를 얼마나 잘 하느냐인데 큰 대회마다 컨디션을 잘 유지해서 자기 기량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자세가 정말 존경스러웠다.

Q: 올림픽에 개인적으로 어떤 준비를 해야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일단 부상을 조심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라고 본다. 개인적으로 어깨 부위 습관성 탈골이 있는데다 다리가 부러지는 부상같이 크게 다친 적이 많아 조심스러운 면이 없지 않아 있다. 다쳤던 부위를 비롯해 그동안 약해졌던 근육을 강화시킬 수 있도록 열심히 훈련하고 준비해갈 생각이다. 훈련 중에, 혹은 시합 중에 다치지 않도록 보강 운동을 꾸준히 해 나가겠다.

Q: 마지막으로 앞으로 남은 기간 동안 어떻게 준비해나갈 것인지 각오를 말해달라
 
중국의 벽이 높은데 그 벽을 넘을 수만 있다면 그 결과가 바로 금메달로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아직 보완할 것이 많기 때문에 금메달 몇 개 따고 하는 목표를 말할 때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보다 지금까지 컨트롤을 잘 해 대표 선수에 선발된 만큼 스스로 보완할 것을 찾고 연구해서 많은 노력을 하는 선수가 되겠다. 그 노력이 곧 좋은 성적으로 이어질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김경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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