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9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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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참 묘하네

기사입력 2005.06.28 08:53 / 기사수정 2005.06.28 08:53

김두용 기자

야구에겐 다른 스포츠에는 없는 특별한 것이 있다

야구는 다른 스포츠 종목과는 달리 축구와 함께 날씨에 가장 영향을 많이 받는 스포츠이다. 우리나라에서 프로 출범이 된 스포츠는 야구, 축구, 농구, 배구가 있다. 이들 중 농구와 배구는 실내에서 경기하는 종목이기에 날씨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그러나 야구와 축구는 실외에서 하는 경기이기에 날씨에 민감하다. 축구는 비가 오더라도 그렇게 많이 내리지 않으면 경기가 예정대로 열리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한번 시작된 경기는 중단 없이 전후반 45분을 치른다. 그래서 경기 도중에 우천으로 취소되는 경우는 본적이 없는 것 같다. 우천으로 취소되는 경우는 경기 전에 비가 많이 와서 그라운드 사정이 좋지 않아 경기를 할 수 없는 경우이거나 경기하기 전부터 비가 억수같이 내려서 경기가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이다. 

야구의 경우에는 축구보다 그라운드 사정에 더욱 민감하다. 그래서 왠만큼 비가 와서 경기장이 젖어 있으면 경기가 열리지 않는 경우가 많다. 왜냐하면 야구는 투수들의 놀음 이라고 불릴 만큼 일단 투수가 공을 던질 수 있어야 경기가 진행된다. 그런데 비가 와서 투수 마운드가 젖으면 투수가 공을 던지기에 많은 에러 상황이 발생한다. 

가령 투구 자세를 제대로 취할 수 없어서 볼 컨트롤에 어려움이 있거나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며 또 질퍽거리는 마운드에서 공을 잘못 던지다 보면 발목이 다칠 염려가 있다. 설령 특수한 경우 투수가 이런 상황을 감수하고 경기를 한다고 해도 빗줄기에 시야가 가려서 공을 제대로 칠 수 없어 타자들도 애를 먹는다. 또 수비하는 수비수들도 땅볼이나 플라이 볼을 처리하는데 어려움이 많다.
 

그래서 축구와는 다르게 야구는 비가 경기도중 많이 오게 되어 진행이 어렵다고 판단되면 심판이 경기중단을 30분간 선언한다. 만약 30분 동안 비방울이 가늘어 져 경기가 가능하면 경기를 다시 속행하게 되고 반면 비가 계속해서 많이 오면 우천으로 경기를 취소하게 된다.


우천 콜드게임


특이하게도 야구는 또한 우천콜드게임이 있다. 만약 5회까지 경기를 마친 다음에 우천으로 경기가 종료된다. 이 같은 경우에는 게임이 무효가 되는 것이 아니라 유효화 되어 한 게임으로 인정된다. 반면 5회가 끝나기 전(만약 홈팀이 앞서고 있는 경우 5회초까지 경기가 진행되면 게임으로 인정된다) 우천으로 게임이 종료가 되면 이 게임은 무효가 되어 노게임으로 선언된다.


야구에서 날씨는 운명의 장난이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야구는 다른 스포츠와는 달리 참 특이해서 날씨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지난 6월 26일 롯데와 기아 전에서 이런 특이한 날씨 때문에 팀의 운명이 갈라지는 경우가 벌어졌다. 

운명의 장난은 경기 전부터 시작되었다. 경기 세 시간 전까지 이날 경기가 있는 부산은 장마가 시작되어 폭우가 내렸다. 그래서 경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롯데는 경기 전에 가지는 타격과 수비연습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기아는 롯데와는 다르게 비를 맞으며 연습을 했고 경기를 하자는 태도를 취하였다. 

롯데의 양상문 감독은 심판진에게 비가 너무 많이 와서 경기하기가 어렵지 않냐 며 경기취소를 요구하였다. 그러나 심판들은 규정대로 경기가 열릴 시간인 2시가 되어서 경기취소 여부를 판단한다고 했다. 그렇게 쏟아지는 비는 거짓말처럼 경기가 시작될 2시 전부터 가늘어 지더니 경기를 하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게 되었다. 그래서 결국 심판은 경기의 플레이를 알려서 이 운명의 장난은 시작되었다. 
 

보슬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가운데 3회초까지 경기는 기아의 1-0 리드로 나가고 있었다. 3회 갑자기 굵어진 비로 심판은 경기중단을 선언했다. 그러나 경기를 앞서고 있던 기아는 최소한 5회까지 진행해서 게임으로 인정을 받길 원해서 심판의 중단선언에도 불구하고 선수들이 락커로 철수하지 않고 계속 경기를 하자는 무력시위를 벌였다. 그리고 더 재밌는 것은 기아의 이광우 투수코치가 직접 마운드를 물기를 빼면서 정리하는 진귀한 상황 또한 벌어졌다. 2연승으로 팀 분위기가 좋았던 기아는 3연승으로 그 상승세를 이어가고 했던 바램이 모든 선수단에 내재해 있었던 것이 이런 진귀한 상황을 연출했다.  

그러나 이런 기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운명의 신은 이런 기아의 편을 들어주지 않았다. 4회초 2점을 더 내어 3-0으로 앞서고 있던 기아의 수비인 4회말부터 다시 굵어진 비로 롯데의 공격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3시 31분 심판은 경기 중단을 선언했고 경기 중단 되기 전 롯데는 비 때문에 갑자기 볼 컨트롤에 애를 먹은 리오스에게 볼넷 하나와 안타 두개로 1사 만루 상황을 만들었다. 

다시 규정에 따라서 정확히 30분 후에 재개된 경기는 대타 박연수의 안타와 박기혁, 정수근의 연속 적시타와 기아 수비의 실책까지 겹쳐서 순식간에 3-5로 롯데가 경기를 뒤집었다. 결국 잘 던지고 있던 기아의 리오스 선발투수는 강판 당했고 롯데는 이후 허약한 기아 불펜진을 두들겨 4-8로 만들었고 기아의 막판추격을 2점으로 잘 막아 6-8승리를 거두었다. 

기아에게는 정말 운이 없는 경기였고 반면 롯데에게는 운명의 신이 편이 들어준 행운의 경기였다. 롯데는 다행히 4연패를 끊어 안 좋았던 팀의 분위기를 쇄신할 수 있었고 기아는 좋았던 분위기가 뭔가 찝찝한 분위기로 바뀌어 아쉬움이 남는 한판이었다. 이 같은 분위기가 양 팀의 앞으로 행보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궁금하다.


또 이 야구의 특수한 룰과 날씨에 대한 민감성 때문에 어떤 팀이 웃고 어떤 팀이 울게 될지 장마철 속에 열릴 앞으로의 2~3주간의 경기결과가 주목이 된다. 

운명의 장난이 어느 팀에게 행운을 주며 어느 팀에게 불운을 안겨줄지 지켜보자.     

       

    



김두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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