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4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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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팽한 투수전, 패자는 없었다(6월 22일 문학 SK-두산 전)

기사입력 2005.06.23 20:14 / 기사수정 2005.06.23 20:14

이석재 기자

야구의 정설 중에 "타력은 믿을 것이 못 된다"는 말이 있다. 이를 반대로 뒤집는다면 투수력은 강팀과 약팀을 구분하는 바로미터가 될 수 있다는 뜻일 것이다. 22일 문학 SK-두산 전은 왜 두 팀이 현재 순위와 상관 없이 강팀의 범주에 들어갈 수 있는가를 보여주었다. 경기는 12회 연장 혈투 끝에 2-2 무승부로 끝났지만 양팀의 힘이 느껴지는 경기였다.

대구 삼성과의 3연전에서 2승 1무를 거두며 완연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SK에 맞서 두산은 2군에서 복귀한 지 얼마되지 않은 신인 김명제 카드를 꺼내들었다. SK 선발이 최근 3경기에서 2승을 거두며 페이스가 좋은 채병룡이었던 점을 감안한다면 복귀 후 테스트 성격을 띌 수 있는 경기로는 다소 부담스럽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김명제가 2군으로 내려가게 된 가장 큰 원인은 140km 초중반을 찍던 직구구위가 130km 후반으로 떨어지면서 그의 강점인 체인지업이 제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토너먼트 3-4 대회 정도를 치르던 고졸 신인으로서 페넌트레이스를 체력적 부담없이 치른다는 것은 어쩌면 무리가 따르는 것일 수밖에 없는데 보름 정도의 휴식기가 김명제에게는 큰 도움이 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직구 최고 구속이 144km를 찍으면서(물론 문학구장 스피드건이 2-3km정도 더 나오기는 하지만) 간간히 던지는 체인지업이 효과를 거뒀다. 김재현 선수에게 허용한 투런 홈런을 제외하면 거의 흠잡을 데 없는 좋은 투구 내용이었다. 코칭스태프의 5선발 부재에 대한 고민을 덜어줄 수 있는 인상적인 피칭이었다.

"타력이 믿을 것이 못 된다"는 생각은 양팀의 중심 타선이 중요한 찬스에서 제몫을 하지 못하며 이길 수 있는 기회를 여러 차례 날려버리는 모습에서 찾을 수 있었다. 3연속 안타로 만들어진 무사 만루의 기회에서 2루수 앞 평범한 땅볼을 치며 병살타로 물러난 두산 김동주나 2-2 상황에서 맞은 1사 1, 3루의 절호의 찬스에서 포수 파울플라이로 물러난 SK 이진영을 볼 때, 그들이 프로 통산 타율이 3할이 넘는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타자들인 점을 감안한다면 다소 아쉬운 대목이었다.

양팀 선발이 물러난 이후 양팀 중간과 마무리 투수들이 보여주는 모습은 정말 인상적이었다. 전병두 - 김성배 - 이재우 - 정재훈이 이어던진 두산이나 위재영 - 조웅천 - 이영욱 - 정우람이 이어던진 SK 모두 무결점 피칭을 선보이며 12회 연장까지 완벽하게 틀어막았다. 지금은 비록 양팀이 2위와 6위의 전혀 상반된 순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어제 경기에서 보여준 SK의 전력은 후반기 대약진을 예상하게 하는 모습이었다. 

4시간이 가까운 12회 연장 혈투에서 양팀은 무승부를 기록했지만 양팀 모두 승자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패하지 않은 것도 좋았지만 자신이 가지고 있는 힘만으로 어려움을 이겨내는 모습을 볼 때, 두 팀 모두 가을 잔치의 한 자리를 차지할 수 있는 팀들임에는 틀림없다.



이석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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