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9.04.21 07:48 / 기사수정 2009.04.21 07:48
실제로 윤용태가 시험단계의 초기 용새류로 이제동을 잡은 건 [롱기누스2, 2006_MBC_Movies 서바이버리그 07-02-05]가 더 빨랐으니까.
한 가지 더 짚고 넘어갈 게 있는데 07년 3.3 혁명 이전 06년에 토스중 가장 인상깊은 승률과 함께 강력한 경기력을 PvsZ에서 보인 건 윤용태다. [43전 28승 15패 65.12%] 그러니까 윤용태는 김택용의 수혜 이전에도 저그를 충분히 잡아내던 토스였다.
물론 그 승률에는 롱기누스·신백두대간 등의 맵 이득과 함께 12_앞마당해처리 등의 앞마당 우선하는 빌드를 봉쇄하는 입구 9.9_게이트->더블넥 파워가 받침이 되고 있었다.
당시 포지더블넥은 최대한 수세적 형태에 정교한 칼날 방어가 완성이 안되어 있는데다 김택용식 보고 맞춰가기 개념이 없어 마냥 저그에게 부유한 플레이를 허용하면 괴롭던 상황이라 9.9 더블게이트의 뛰어난 하드코어 컨으로 쉽게 깨거나 저그를 수세로 돌려 얻는 이득은 상당했다.
빠른 스포닝 빌드나 투해처리 레어류 빌드라면야 9.9게이트를 잡아먹겠지만 그러면 포지더블넥에 좀 이득을 접고 가는 형태가 돼서 공발업 질럿 압박이 까다로워 진다. 여기서 가위바위보로 이득을 봤던 것이다. 설사 방어적인 12_스포닝 후 언덕 해처리 빌드에 9.9_게이트가 막히더라도 저플전 저그의 기본적인 3해처리를 가는 저그라면 더블넥 이후 나쁘지 않은 압박과 함께 강력한 중반병력이 구성된다. 전투불패라 불린 그에겐 좋은 전개였다.
그러나 윤용태의 저그전은 개인의 특기일 뿐. 다수 프로토스의 플저전 혁명을 이뤄낼 만큼의 전략구조적 힘은 없었고 무엇보다 3.3 이후엔 거의 잊혀 버렸다. 3.3 이후로도 일인지하-만인지상의 위상을 장기간 지켰던 마재윤에게 다전제에서 패했으니 무슨 할 말이 있었겠는가.
용새류…어원에 비하의 의미가 담겼으니 용매(DragoonHawk)라고 불러야 할까?
이왕 조명하는 김에 좀 과분하지만 또 다른 별명인 뇌제류라고 해두자. 저그전의 기본은 템플러아카이브-게이트 중심의 압박 운영이다. 그러니까 가장 고전적인 형태의 플저전 운영, 임성춘의 한발 빠른 앞마당 후 비율&조합 공굴리기 한방 운영과 김동수의 지속적 압박&전투 말려 죽이기 운영을 모두 계승하되 김동수의 지류를 보다 충실히 따르고 있다.
한가지 기억해둬야 할 게 있는데 원래 템테크-게이트 중심 압박 운영은 사우론 운영을 잘 잡아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고전적인 질럿-템플러 압박 운영이 다수 히드라 중심의 운영을 잘 이겨낸다. 템테크-게이트 중심의 운영은 여러 난제가 있었지만 결정적으로 조용호가 이끈 소울류-럴커 연탄밭&방어적인 레어 진행 후 하이브 난전-에 완전히 박살이 난 체제다. (임성춘의 지류는 1.07 패치 이후 전성기 전태규 전까지 한동안 힘이 크게 약화되었다.)
비극의 주인공이 김동수식 하드코어의 앞마당해처리 압박 유효시간을 프로브를 조절해가며 발업질럿 타이밍까지 지속적으로 끌어올려 저그들을 막강한 생산/컨트롤로 때려잡고 02년까지 저그킬러로 불렸던 프로토스의 투성(鬪聖) 박정석이다.
소울류의 완성 이후 정말 많은 시도가 프로토스에게 있었지만 일단 생략하고 템플러아카이브-게이트 중심의 운영도 계속해서 발전이 있었다. 강민이 안정적인 포지더블넥을 결국 정립해 내면서 토스는 저그의 농락에서 벗어나 일단 한시름을 놓게 되었는데, 포지더블넥 이후 템테크-게이트 운영에서 주목할 토스가 있으니 후기 박대만이었다.
인구수 200 채우기에 경도된 모습만 보여주다가 06년쯤 기량이 만개한 박대만은 소울류 저그를 상대로도 관록있는 운영을 보여주는데, 템테크-게이트 중심의 운영으로 마냥 웅크리지도 마냥 잃지도 않으면서 지상군 병력으로 맵 동선을 압박하며 저그의 멀티에 맞춰서 멀티를 따라가는 전략운영과 함께 질럿+드라군+템플러+소수아칸 조합에 투리버 셔틀을 첨가하는 전술운용을 구현한 것이다.
강민·전태규·박정길 등을 제외한 일반 토스들의 좁은 시야에서 나온 조급함이 06 박대만에겐 없었고, 투리버 셔틀은 소울류의 성큰-스포어-럴커 밭을 무력화시킴과 동시에 레어와 하이브 병력구성에 모두 유용한 화력증가까지 이뤄냈다. 덕분에 소울류를 가는 저그는 자원에서 뒤처지지 않은 토스에게 하이브 전환 타이밍에 타격을 입게 돼서 하이브 운영이 녹록지 않게 되었다. 결국, 박대만은 소울류 저그의 상징인 조용호를 시원하게 잡아내며 이름을 떨쳤다.
물론 이 운영은 블리츠 등의 러쉬동선이 먼 2인용 맵에 특화된 면이 있지만 운영의 힌트를 제시한 건 사실이었고 뻗어나갈 여지가 많았다. 그러나 대장 박대만은 레지스탕스 예고편을 뒤로하로 공군으로 갔다.
지금까지 주요하게 언급된 김동수·박정석·박대만은 프로토스의 명가 한빛 스타즈 출신이고 윤용태 역시 한빛 스타즈(지금은 웅진 스타즈) 출신이다. 윤용태의 PvsZ엔 한빛 토스라인의 가풍이 배어 있다.
물론, 뇌제류엔 타류 토스들의 유산과 개혁도 거름으로 들어가 있다.
강민의 포지더블넥과 게이트 중심 운영시에 소울류 상대법[레어에서 게이트는 쉬고-> 확장 진행/하이브 난전시엔 다수 속업셔틀리버로 전투&게릴라&확장방어 동시 보완] 정립이 컸음을 알 수 있고, 확장기지에 추가 로보틱스를 짓는 전략 판단으로 하이브 난전 방어력을 크게 끌어올린 박정길의 작지만 큰 힌트도 있다.
또 간과할 수 없는 게. 김택용 3.3 혁명 이후 프로브->(질럿)->커세어 정찰에서 나오는 맞춰가기 그리고 제2 멀티 타이밍의 정립과 안정화 그리고 초반의 저글링-히드라 올인 면도날 방어다.
뇌제류를 정리해 보자면
더블넥 이후 템테크-게이트 중심으로 질럿과 1~2아칸으로 압박해 제2멀을 우선 안전하게 확보하고 맞춰가기를 통해 저그의 연속 체제변환에 방어적으로 대응한다. 더 빠르게 증가하는 게이트 수와 충실한 업그레이드와 교전시 전술/컨트롤을 바탕으로 발업질럿부터 템플러-드라군을 조합해가며 이어지는 끊임없는 압박을 통해 저그의 병력기동과 멀티를 제한하고 자신의 멀티를 동수 이상으로 유지한다.
3가스 타이밍에 다수아칸으로 조합의 중심을 갈고 다시 하이브난전 상태에서 다수(보통 3기) 속업셔틀리버를 활용해 주력교전&확장방어에 돌려막는다. 이후 저그의 어떤 병력구성에도 상성이 없고 공성력도 나쁘지 않으며 전투시 소모가 적어 저그의 회전력을 누르는 다수아칸&다수셔틀리버 체제로 자원이 떨어진 저그를 밀어버리는 형태다.
전장의 균형을 맞춰가는 운영능력도 운영능력이지만 높은 집중력이 요구된다는 점에서 윤용태의 저그전은 크게 평가받아야 한다.
뇌제류의 의의는 김택용 비수류 분파들의 삼원테크 견제 운영이 이제동의 네오사우론에 깨지기 시작했을 때 네오사우론에 강력한 템테크-게이트 중심의 체제로 대안을 마련하면서도 소울류로 전환하는 저그를 곧잘 잡아낸다는 점이다. 스타일 적으로 큰 장점이며 PvsZ에서 토스가 밀리기 시작하는 현재, 윤용태 저그전 안정감과 승률의 비결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윤용태지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겸손이랄까. 신인시절 새가슴 토스로 많은 지탄을 받았고 육룡에 등극한 이후에도 서열 6위로 대접받은 탓인지 굉장한 경기력을 갖췄음에도 스스로에 대한 강렬한 자부심이 없는 게 아쉽다. 기량을 갖췄다면 강렬한 자부심은 +α 요소다. 너무 겸손해할 필요는 없다. 고양된 정신상태가 경기력에 많은 영향을 주는 프로토스에겐 그게 자산이다.
지난 4월 16일 서바이버 토너먼트의 두 경기에선 윤용태의 저그전 장점이 그대로 드러났다.
1경기 비잔티움3에선 히드라 운용을 고집하는 어윤수를 템테크-다수게이트 체제의 압박만으로 가지고 놀았다. 말이 필요 없다.
승자전 카르타고2에선 고강민의 9_스포닝 발업저글링 난입을 적절히 가로막은 후 난입 된 4저글링마저 프로브 컨트롤로 프로브 2기만 잃은 선에서 본진 캐논을 취소하는 여유를 부리며 선방했다. 또 난입과 동시에 저그 본진에 보낸 프로브로 저그 체제까지 확인해 뒤탈을 없애는 치밀함을 보여준다.
이후 윤용태는 테크위주 플레이를 저격하는 등의 의미를 담고 기습적인 투스타게이트를 선택하지만 고강민의 5해처리 스컬지&히드라의 네오사우론 체제 선택과 적절한 방어 선정으로 큰 이득은 보지 못했고 되려 다수 히드라 압박에 수세에 몰리기도 했다. 투스타 빌드가 소극적인 주병력운용을 필요로 하는 체제기도 해서 불편함이 있었지만 고강민이 수비적인 레어단계 후 하이브 난전을 기획하고 늦은 2다크템플러 활동시기에 맞춘 1시 가스멀티 성공을 바탕으로 특유의 운영으로 전환하며 승기는 윤용태에게 넘어가기 시작한다.
병력의 압박 운용과 이동 동선이 예술이었다.
그러나 경기는 예상외로 길어지는데 윤용태의 물흐르는 듯한 압박이 4시 고강민 멀티 지역에서 옵저버 두기가 테러당하며 단 두기의 럴커에 잠깐 머뭇머뭇 거린 사이 10시의 윤용태 가스멀티가 폭탄드랍에 의해 날아가 버렸기 때문이다. 이때 자원 균형이 깨지면서 윤용태는 하이브 난전에 휘말리기 시작했다.
윤용태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오늘 너무 못해서 나 자신에게 실망했다. 연습시만큼만 하자는 생각으로 왔는데 경기력이 너무 안 좋았다. MSL에서는 100% 실력을 모두 보여드릴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라고 했는데 혹시 이 시점에서의 실수 때문이 아닐까? 앞서 [박영민vs윤종민in비잔티움3]의 졸전을 본 사람들에겐 전혀 와닿지 않는 이야기겠지만 말이다.
윤용태는 어지러운 난전 중 10시가 계속 테러를 받아 10시 멀티 의도를 포기하고 자원 균형과 주도권에서 뒤처지는 상황에서도 빨랐던 3가스 구축을 바탕으로 다수아칸을 조합에 포함하는 데 성공한다.
덕분에 주병력 소모전에서 갉아 먹히는 일은 방지하게 되었고 본진 삼룡이 미네랄 멀티의 힘으로 대 하이브용 속업3셔틀리버 유지비용을 충당하게 된다. 그럼에도, 쉬운 경기는 아니었지만 3시 미네랄 멀티를 어렵게 성공시키고 난전을 방어해 내며 고갈된 가스지만 장시간 게임 덕에 박박 긁혀져 나온 누룽지 아칸으로 주병력 구성을 다수아칸&다수셔틀리버로 바꿔치고 주병력의 타이트한 대응으로 큰 실수 없이 고강민의 자원을 말려버리고 마무리 러쉬로 도장을 찍으며 승리한다.
사실 한 번 실수는 병가지상사라 윤용태의 실수보단 위기관리 능력을 더 높게 쳤어야 할 경기고 대부분의 팬도 만족했을 경기라 생각한다. 훌륭했다.
이 정도 기량을 보여준 경기를 했으면서 실수가 있었다고 부끄러워하는 건 군자연이다. 다른 토스들을 그만 좀 부끄럽게 하는 게 어떨지.
[ 글 | 엑스포츠뉴스 김정근 |위클리엑츠 3호 게재 ]
[사진=윤용태ⓒ웅진 스타즈 공식 홈페이지]
ⓒ 엑스포츠뉴스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실시간 주요 뉴스
실시간 인기 기사
엑's 이슈
주간 인기 기사
화보
통합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