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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의 확률'에 도전한 삼성, 새 역사를 쓰다

기사입력 2009.04.13 21:52 / 기사수정 2009.04.13 21:52

최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최영준 기자] 한 수 위의 노련미와 경기 운영이 빛난 서울 삼성이 정규시즌 우승팀인 울산 모비스를 꺾고 3승 1패로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했다.

정규시즌을 30승 24패, 4위로 마감한 삼성은 13일 벌어진 4강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82-72로 모비스에 완승을 거두고 3승 1패로 챔피언결정전 진출을 확정 지었다. 삼성은 오는 18일부터 원주 동부-전주 KCC간의 승자와 우승을 놓고 격돌하게 됐다.

이번 삼성의 챔피언결정전 진출은 모비스의 근소한 우세로 점쳐졌던 예상을 뒤엎은 것 외에도 ‘0의 확률’을 깬 최초의 기록으로도 주목을 받을 만하다.

지난 1997년부터 역대 12시즌 동안 치러진 플레이오프에서 정규시즌 4위팀이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한 사례는 단 한 번도 없었다. 이전까지 4위팀은 우승팀과 4강 플레이오프에서 총 7번 맞붙어 7번 모두 우승팀에 무릎을 꿇은 바 있다.

올 시즌 삼성과 모비스의 상대 전적은 3승 3패로 팽팽했음에도 이와 같이 역대 정규시즌 우승팀이 100% 확률로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했다는 점과 4강에 직행해 체력을 비축할 수 있었다는 점 때문에 모비스의 근소한 우세를 점치는 목소리가 높았다.

더구나 1차전에서 모비스의 압승은 이와 같은 예상에 힘을 실어주는 듯했다. 1차전에서 보인 모비스의 압도적인 경기력뿐만이 아니라 ‘1차전의 법칙’ 또한 무시할 수 없었다.

역대 프로농구에서 펼쳐진 5전 3선승제 승부에서 1차전을 내주고 시리즈 승리를 거둔 경우는 단 4번밖에 없었기 때문. 올 시즌 6강 플레이오프를 포함해서 5전 3선승제 승부가 총 32번 치러졌음을 생각해보면 그 확률은 12.5%에 불과했다.

결국 삼성은 1차전 패배의 압도적인 불리함마저 딛고 정규시즌 4위로서 우승팀을 꺾는 전무후무한 파란을 일으켰다. ‘0의 확률’을 딛고 프로농구의 새 역사를 쓴 셈이다.

선전의 원동력은 다름아닌 경험이었다. 1차전의 대패가 이후의 경기력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줄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노련한 삼성의 주축 선수들은 공수에서 빨리 안정을 찾으며 오히려 2차전 대승으로 설욕에 성공했고, 3차전에서는 접전 끝에 귀중한 1승을 추가할 수 있었다.

마지막 4차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3쿼터 중반까지도 끝을 알 수 없는 팽팽한 긴장감이 지속됐지만, 삼성은 3쿼터 막판부터 견고한 수비력을 바탕으로 많은 실책을 이끌어내며 승기를 잡았다. 4쿼터 모비스의 추격세가 이어질 때도 흐름이 뒤바뀌게 된 계기는 결국 경험의 차이였다.

4강 플레이오프에서 새로운 역사를 쓴 삼성은 오는 챔피언결정전에서 또다시 전무후무한 기록에 도전한다. 바로 정규시즌 4위팀의 플레이오프 우승을 이루는 것. 아직 상대가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경험과 기세가 어우러진 삼성의 행보를 막아서는 것이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 ⓒ김혜미 기자]



최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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