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02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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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5승' SK 박종훈 "저의 승운, 어디까지 갈까요?"

기사입력 2018.05.13 08:30 / 기사수정 2018.05.13 08:15


[엑스포츠뉴스 조은혜 기자] "목표? '운발'이 다하는 날까지 승리투수를 하고 싶습니다".

SK 와이번스 박종훈은 지난 10일 마산 NC전에서 6이닝 2실점으로 시즌 첫 퀄리티스타트를 기록,시즌 5승을 달성했다. 볼넷은 하나 밖에 내주지 않았고 삼진은 9개나 잡아냈다. 자신의 한 경기 최다 탈삼진 최고 기록이었다. 또 이날 승리로 NC전 첫 승으로 통산 전 구단 승리를 완성한 박종훈은 양현종(KIA), 임찬규(LG)와 다승 부문 공동 3위로 올라섰다.

아이러니하게도 박종훈이 4승을 하는 동안 퀄리티스타트는 단 한 번도 없었다. 꾸준히 5이닝 이상을 소화하긴 했지만 6회의 벽을 넘지 못한 탓이다. 하지만 유난히 타자들의 득점 지원을 많이 받으면서 쏠쏠하게 승을 챙겼다. 주장이자 주전 포수 이재원이 "종훈이가 나오는 날은 그냥 이길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할 정도. 실제 박종훈의 경기당 득점 지원은 리그 1위로 9.21점에 달한다.

결과가 좋으니 웃지만, 박종훈 나름대로 적잖은 마음고생을 했다. 공을 80개쯤 던지면 흔들리는 것은 지난해부터 계속된 박종훈의 고질병이었다. 같은 투구수에서 다른 투수라면 한 이닝 정도를 더 끌고가는 것과 달리 박종훈의 경우에는 벤치가 교체를 택하는 이유다. 박종훈 스스로도 이 문제를 누구보다 잘 알았기 때문에 극복해보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박종훈은 "솔직한 마음으로는 내 자신에게 화가 났다. 지금껏 준비를 그렇게 많이 했는데 퀄리티스타트 하나 하는 게 이렇게 힘들다는 게 답답하기도 하고, 스트레스도 정말 많았다. 투구수가 70구 후반, 80구 초반에서 끊어지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게 정말 아쉬웠다. 팀이 날 그렇게 보는 것도, 그렇게 내가 만든 것도 스스로 싫었다"고 털어놨다.

그리고 우여곡절 끝에 올해 8번째 등판에서 처음으로 6이닝을 소화했고, 퀄리티스타트까지 달성했다. 당시 6회 2사 1루에서 박석민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이닝을 매조진 박종훈은 큰 세리머니로 기쁨을 드러냈다. 박종훈은 "마운드에서 내려간 뒤 헛웃음이 나더라. '이렇게 편하게 할 수 있는 걸 왜 그렇게 어렵게 생각했을까'. 앞으로 또 어떨 지 모르겠지만 그런 생각이 들었다"면서 "이번에 하고 나니 마음이 편하다"고 밝혔다.

자신을 괴롭히는 생각들을 받아들이자 오히려 잘 풀리기 시작했다. 그는 "투구수를 줄여야 6회까지 갈 수 있다고 생각해서 스트라이크만 던지려고 했고, 내 공을 제대로 던지지 못했다. 그런데 그냥 '나는 5이닝만 던지는 투수다' 인정하고 한 타자, 한 타자만 생각하니 목표치까지 갔다. 삼진 9개를 잡았다는데 정말 몰랐다. 정말 말그대로 한 타자 한 타자만 생각했다. 배운 것이 많은 경기였다"고 돌아봤다.

첫 테이프를 끊었으니 앞으로 운과 실력을 함께 보여주는 일만 남았다. 박종훈은 올 시즌 1승당 100만원을 소아암 환우 치료비로 지원하는 캠페인을 하고 있어 더욱 책임감이 크다. 박종훈의 승리운이 조금 더 특별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박종훈은 "정말 많이 하고 싶다. 2000만원은 기부하고 싶은데, 그러려면 20승 해야한다"고 미소지었다.

'나만 잘하면 된다'는 박종훈에게 목표를 묻자 그는 농담 반 진담 반 "'운발'이 다하는 날까지 승리투수를 하고 싶다. 내 운발이 어디까지 가나 시험해보고 싶다"며 웃는다. 자신의 5연승은 모두 타자들이 만들어준 것이라고 얘기하는 박종훈이지만, 착실하게 로테이션을 소화한 박종훈의 승리를 모두 운이라고 치부하기는 어렵다. 운도 승리도, 준비된 자가 잡을 수 있는 법이다.

eunhwe@xportsnews.com / 사진=엑스포츠뉴스DB

조은혜 기자 eunhw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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