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30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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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시즌 기대되는 KT&G의 막내, '꽃보다 이승현'

기사입력 2009.03.28 14:33 / 기사수정 2009.03.28 14:33

김혜미 기자

[엑스포츠뉴스=김혜미 기자] 인터뷰 시각은 2시. 구단에 찾아갔을 때 그는 휴게실 안에서 막 졸린 눈을 비비고 나오는 참이었다. 

본의 아니게 잠을 깨워 버린 셈이다. 2군 드래프트에서 안양 KT&G에 입단하게 된 경희대 출신의 이승현. 아슬아슬하게 2군 선수로 팀에 합류를 하게 되어 처음 팬들에게 인사할 때 다른 신인들과 같이 그를 볼 수 있었다.

짤막하게 인터뷰했었던 날 그는 재치있는 말솜씨가 인상적이었다. 한 가지 질문에 많은 말을 끌어내는 모습에 더 많은 질문을 시켜보게 하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KT&G의 진짜 막내로 들어온 그에게 진부한 질문에서 KT&G 마지막 홈 경기에서 보여준 '꽃보다 남자'의 퍼포먼스 질문까지를 준비해 보았다.

Q. 뻔한 질문부터 해 볼게요. 어렸을 때부터 농구선수가 꿈이었는지. 농구선수가 되고 싶었다기보단....일단 선수보다는, TV에서 봤는데 농구하는 모습이 너무 멋있어 보이더라고요. 농구를 배워보고 싶었어요. 그게...초등학교 3학년 말? 그리고 4학년 때부터 농구를 시작했어요.

Q. 그때 부모님의 반응은 어땠는지. 초반에는... 힘들 거다, 하지 말아라 했는데. 지금은 전 기억이 잘 안 나는데 끝까지 해야 하겠다고 그랬대요. (웃음) 부모님도 어쩔 수 없이 동의하신 거 같아요. (웃음)

Q. 고교시절 때 자신은 어떤 선수였는지. 고등학교 때는... 득점보다는 모든 선수를 이어줄 수 있는 선수였던 거 같아요. 내가 어시를 하고 그러는 게 아닌 하나로 묶어줄 수 있는 존재. 그래도 나름 팀에 도움은 되었던 것 같아요.

Q. 대학교 때는? 대학교 때.....제 마인드가, 팀에서 에이스보다 그 팀에서 꼭 필요한 선수가 되고, 궃은 일을 하고, 남들이 하기 싫어하는 거 하고. 팀에 보탬이 되려고 하고, 그렇게 노력했던 거 같아요.

Q. 대학 시절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경기가 있다면. 2학년 때, 연맹 1차전에서 우승한 것. 2학년 때가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것 같아요. 이건 4학년 때 이긴 건 아닌데, 기억에 남는 건.... 두 경기가 있는데. 제가 잘하는 경기는, 3점슛 넣고 제가 잘하고 이러면 저희 팀이 꼭 져요. (웃음)제가 잘하는 경기는 꼭 졌었고. 그리고 기억에 남았던 게 중대 연승 끊은 거. (Q. 그때 팀에서도 많이 기뻐했었는지?) 그렇죠. 아무도 못했다는 것을 했다는 것 때문에. 그 연승이 우리 게임 끝나고 나서 시작했다고 하더라고요 (웃음)

우리 때부터였나, 우리 게임 다음부터였나.....남들이 먼저 할 수 있었던 건데..감독님도 너희가 먼저 해서 다행이라고(웃음)

Q. 그때 연승을 끊을 수 있었던 이유는 뭐였던 것 같은지. 다 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었고. 팀 분석이 철저하게 됐었어요. 다른 팀은 몰라도 중대만큼은, 저희도 분석하고 선생님들이 분석해 주셔서 거기에만 집중해서 모두 다 하려고 했기 때문에, 경기도 초반부터 잘 풀렸었고요.

Q. 대학 시절 자신에게 몇 점을 쳐주고 싶나. (10점 만점에) 열심히 한 건 9점? 평판으로 6점. 남들이 보기에 득점이 별로 안 높았으니까.

Q. 고교-대학시절 가장 힘들었을 때가 있다면. 1학년 때하고 3학년 때요.

1학년 때 같은 팀에서 3명이 가고, 동기들이 많았는데 연습게임 하면 나중에 밑에 아이들도 뛰고 그러잖아요. 그런 게임도 전 뛸 시간이 없었고. 같이 온 얘는 뛰는데, 나는 못 뛰고, 연습도 못 하고 혼나기만 하고. 그러다 2학년 땐 또 잘 되고, 3학년 때 실력도 뒷걸음질 되서......2학년때보다도 더 안돼서 선생님이 '지금이라도 그만두는 게 낫지 않겠느냐'라고 하시더라고요.

전 한다고 했어요. 그러니까 프로로 보내줄 자신이 없다고 하셨는데, 그래도 상관없다고 그랬어요. 일단은 농구로 졸업하게 해달라고.

Q. 그럼 어떻게 극복을 했나. 1학년 땐....친구 하나가 있었는데 걔는 뛰는데, 저는 못 뛰니까 팀의 에이스보다는 얘보다 많이 뛰자, 해서 동계훈련 때....이 악물고 해서 운 좋게 포지션이..포지션 때문인지 걔보다 키가 커서 그런지(웃음) 걔도 뛰고 저도 뛰게 됐는데 초반에 걔가 잘 못하고, 저는 하라는 것만 하고 그러다 보니 기회를 점점 주시더라고요. 그러다가 베스트 되고.

3학년 땐.... 잘 모르겠는데 선생님이 그러시더라고요. 게임 좀 뛰니까 놀았다, 라고. 난 끝까지 아니라 그러고(웃음) 2학년 땐 형들이 정말 나 힘들다, 그러면 좋은 얘기를 정말 많이 해줬어요. 근데 3학년 땐 그렇게 얘기해줄 수 있는 사람이 별로 없었던 거 같아요.

Q. KT&G에 뽑혔다는 건 어떻게 들었는지. 전화로 들었어요.

Q. 솔직히 드래프트에 처음 뽑히지 못했을 때. 기분이 어땠나. 기분이요? 좋고 나쁜 걸 떠나서 그냥 멍-했어요. 부모님이야 많이 속상해하셨죠. 집에 갔는데 농구 계속 할래, 군대 갈래 하시기에(웃음) 이렇게 됐는데, 할 기회가 남아 있는데 끝까지 일단 해보겠다-라고. 부모님도 다시 열심히 해보라고 하시더라고요.

Q. KT&G경기를  쭉 봐왔다. 어떤 팀인 것 같나. 스타일이 저 대학교 때랑 비슷한 거 같아요. 수비해서 빠르게 나오고, 센터는 없지만 수비로 빠른 농구를 하는 게, 보면서 대학교 때랑 많이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Q. 막상 경기에 투입된다고 했을 때 자신은 어떨 것 같나.  솔직히 잘하진 못할 것 같아요. (웃음)떨려서. 만약에 벤치에서 지시가 내려와서 3분 남았는데, 한 골도 주지 마라 이렇게 지시가 내려오면,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대학교 들어와서 게임 뛸 때도 그런 식으로 뛰어서.

Q. KT&G가 플레이오프에 떨어졌는데, 아쉬울 것 같다. 아쉽죠. 제가 속한 팀인데, 같이 지내게 될 형들인데. 높은 위치에 올라가 있으면 좋은 거고.  그러고 보니 갑자기 생각났는데....드래프트 때 뽑힌 친구 중에 한 녀석이 자꾸 전화해서 그래요. 떨어져서 아쉽겠다고-(웃음)

Q. 잘해주는 선배들은 있는지. 범준이 형이랑 휘량이 형. 범준이 형은 궁금한 거 있으면 물어봐라 그러고 물어보면 편하게 이야기해 주고,  휘량이 형은 그나마 좀 낮으니까(웃음) 고등학교 때부터 연습경기 하면서 얼굴 튼 게 있어서. 팀에 저랑 관련된 학교 선배가 하나도 없어요. 그래서 전 더 어려운 것 같아요. (웃음)

Q. 자신의 장점이 있다면. 장점...뭐가 있을까요? (웃음)일단, 대학교 때까지의....지금은 몸 상태가 아직(웃음). 일단 체력은 자신 있고, 그래서 스피드도 밀리진 않을 것 같고. 체력이 좋으니까 일단 코치님이 수비를 시킨 것 같아요. 하다보니까.... 경희대 스타일 아시잖아요. 독한 거 (웃음) 남들보다 맘먹으면 독해질 수 있는 것.

Q. 농구가 가장 즐거웠던 때가 있다면. (잠시 생각하다가) 경기를 뛸 때. 지든 이기든 게임 뛸 때. 연습할 땐 싫고(웃음) 하면서도 즐기니까.....대학교 땐 별로 못 즐겼던 거 같아요.

Q. 한 팀에서 우승하는 날이 왔을 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저를 믿고 여기까지 올 수 있게 만들어 준 팀에 감사해야죠. (웃음) (그러다) 그런 거 있잖아요. OT 가면 방송국 인터뷰 연습 같은 걸 하잖아요. 거기서 우승 소감 이야기 하다 혼났는데요. 우승 소감 말씀해 주시겠어요 하는데, 일단 가서 통장 확인해봐야 하겠는데요 했다가 혼났어요. (웃음)

Q. 농구 선수가 안됐다면, 지금 자신은 뭘 하고 있을지. 제가 원래 농구하기 전에 자전거 타는 걸 너무 좋아했어요. 정말 말도 안 되게 타고 다녔어요. 산에서도 막 타고 다니고 (웃음) 진짜..그러다 부모님이 보시고 저 몰래 갖다 파셨어요. (웃음) 그래서 뭘 타고 있지 않을까.....지금처럼 구기종목이 아니라 꼭 선수가 아니더라도 취미로라도 계속 했을 것 같아요.

Q.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코트 나가서 인사했을 때도 이야기했었지만, 팀에 보탬이 되는 선수가 될 테니까 지켜봐 주세요.

30여분 간의 이야기가 끝나고, 문득 KT&G의 마지막 홈 경기에서 보여주었던 '꽃보다 남자' 의 퍼포먼스가 생각이 나 살짝 질문을 해 보았다.

"처음엔 진짜 많이 꾸중 들었어요. 혼자 하기 싫어서. 첫날에 둘은 하는데 혼자 서 있었어요. 하기 싫어서(웃음) 나중에 발등에 불 떨어지니까 하지 않을 수가 없더라고요. 그러다 할 거면서 왜 안했냐고 한소리 듣고 (웃음)"

마지막으로 프로 무대에 들어와 뛸 그의 모습이 궁금해졌다. 각오는 얼마나 되어 있을까.

"몸 상태만 올라오면....부족하진 않을 거 같아요. 지금은 거의 일반인이라(웃음)"



김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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