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2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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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점령에 나선 서울의 '미친' 왼쪽 날개

기사입력 2009.03.13 12:08 / 기사수정 2009.03.13 12:08

전성호 기자

[엑스포츠뉴스=전성호 기자] 강할 것이라 예상은 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강해도 너무 강했다.

지난 시즌 K-리그 준우승팀 FC서울의 세뇰 귀네슈 감독이 시즌을 앞두고 호기롭게 올 시즌 전관왕을 꿈꾼다고 밝혔을 때만 해도 자신감이 너무 지나친 것 아니냐는 반응도 있었다.

그러나 서울은 전남 드래곤즈와의 개막전 경기를 6-1의 대승으로 장식하더니,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조별예선 1차전 스리위자야(인도네시아)전까지 4-2의 낙승을 거두었다.

2경기에서 10골. 보이는 수치뿐 아니라 득점까지 물 흐르듯이 이어지는 공격. 상대를 옥죄는 압박 수비, 탄탄한 조직력 등 내용 면에서도 흠잡을 곳이 없었다. 몇몇 세트피스와 득점 상황은 유럽 탑 클래스 클럽에서나 볼 수 있던 장면이었다. 올 시즌 K-리그에 서울과 수원 삼성의 2강 체제가 아닌 서울의 독주 체제가 형성되는 건 아닐지에 대한 섣부르지만 과장도 아닌 전망까지 나오기 시작했다.

지금의 서울이 지난 시즌 초와 달리 완성된 전력을 갖출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은 비교가 안될 만큼 탄탄해진 왼쪽 날개 라인이다. 지난해 전반기만 하더라도 서울의 가장 큰 고민은 왼쪽 라인이었다. 불안정한 왼쪽 측면이 이청용, 이종민, 최원권 등 공수에서 안정된 전력을 자랑하던 오른쪽 날개 라인과 균형을 이루지 못했기 때문이다.

K-리그 최고의 왼쪽측면 수비수 아디를 보유하기는 했지만 미드필더가 문제였다. 왼쪽에서 주전으로 뛰던 이을용이 급격한 노쇠화를 보이기 시작했고, 유망주 고명진은 장기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다. 야심 차게 영입한 외국인선수 무삼파는 기대 이하의 기량으로 조기 퇴출당했다.

이에 대한 고육지책으로 귀네슈 감독은 공격수 박주영, 이승렬을 왼쪽 미드필더로 기용하기도 했지만, 뚜렷한 해법을 찾을 수 없었다.

그러나 지금의 서울은 그 어느 팀보다도 강력한 왼쪽 라인을 갖추고 있다. 지난 시즌 후반기 영입한 김치우와 광주 상무에서 복귀한 김승용. 그리고 한층 성장해 돌아온 유망주 고명진과 이상협이 있기 때문이다.

'치우천왕' & '리마리오'

국가대표와 이전 소속팀에서 주로 왼쪽 측면 수비수로 뛰었던 김치우는 지난 시즌 서울로 이적하면서 왼쪽 미드필더로의 변신에 완벽하게 성공했다. 올 시즌에는 데뷔 후 처음으로 2경기 연속 2골을 기록하는 등 그가 가진 공격본능을 마음껏 펼치고 있다.

김치우는 최근 서울의 거의 모든 골 상황에 관여하며 기성용과 함께 서울의 공격을 이끌고 있다. 전남에서 중앙 미드필더로도 뛰었던 경험을 살려 중앙과 측면을 오가며 미드필드에 유연함과 효율성을 더하고 있다. 아디가 없을 경우에는 왼쪽 수비수로도 뛸 수 있다.

상대 수비수 한 명쯤은 너끈히 젖히는 돌파력과 측면에서 올라오는 예리한 크로스도 갖춘데다 왼발을 주로 사용하지만 최근 두 경기에서는 왼발은 물론이고 헤딩, 심지어는 오른발로도 골을 터뜨리는 등 골감각까지 절정에 이르렀다.

빠른 스피드와 풍부한 활동량, 여기에 원래 수비력까지 갖추고 있었으니 이쯤 되면 허정무 대표팀 감독까지도 박지성-이영표로 대표되는 대한민국 대표팀의 왼쪽 라인에 김치우를 새로운 대안으로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다.

'리마리오' 골 세리머니로 유명한 김승용은 상무에서 군복무를 마치고 지난 시즌 막바지 플레이오프 때 서울에 합류했다. 사실 김승용은 오른발잡이지만 왼발도 사용할 수 있는데다 빠르고 돌파력이 좋아 서울과 올림픽대표팀에서 왼쪽 측면 미드필더로 뛰었다.
  
상황에 따라 투톱 공격수로도 뛸 수 있어 서울의 공격진에 다양함을 줄 수 있는 조커 자원으로도 활용 가능하다. 특히 그의 장점은 날카로운 킥력. 광주와 올림픽대표팀에서 코너킥과 프리킥을 전담하기도 했었고, 최근 스리위자야전에서 프리킥 골을 터뜨리기도 했다.

김치우와 김승용의 존재만으로도 서울의 왼쪽 라인은 그 무게감이 예년과는 차원이 다르다. 그런데 여기에 도전장을 내미는 젊은 두 유망주까지 있어 서울 팬들은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미친 왼발' & '최고 유망주'

지난해가 '쌍용' 기성용과 이청용의 해였다면 2009년은 고명진이 그의 잠재력을 폭발시킬 것으로 기대되는 한 해다. 사실 고명진은 서울이 이청용과 함께 오랜 시간을 두고 유망주로 키워온 선수다. 16세 4개월의 나이에 K-리그 데뷔전을 치르기도 했고, 귀네슈 감독이 서울에 부임하면서 이청용-기성용만큼이나 중용하던 선수였다.

'쌍용'에 비해서는 그 역량이 서서히 드러나는 편이었지만, 지난 시즌에는 올림픽대표팀과 K-리그 올스타로도 선발되며 잠재성과 기량을 인정받기도 했다. 그러나 대회를 앞두고 불의의 장기 부상을 당하며 고명진은 많은 주목을 받을 수 있던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그러나 부상에서 회복한 고명진은 지난겨울 터키 전지훈련에서도 가장 좋은 몸 상태를 보였고, 최근 경기에서는 지난해 이청용과 기성용을 연상시키는 탁월한 움직임과 날카로운 침투 패스를 선보이며 올 시즌의 맹활약을 기대하게 하고 있다. K-리그와 AFC 챔피언스리그를 병행해야 하는 서울의 입장에서 고명진의 존재는 그들의 전관왕 야망에 가장 큰 힘을 더해주고 있다.

서울이 자랑하는 '조커' 이상협은 문전 사각지대에서도 전혀 망설임 없이 터뜨리는 과감하고 폭발적인 슈팅으로 '미친 왼발'이란 별명을 갖고 있다. 그의 놀라운 왼발 슈팅만을 편집한 동영상이 인터넷에서 인기를 얻었을 정도. 서울 팬들 역시 시원시원하고선 굵은 축구를 하는 이상협에 대해 각별한 애정이 있다.

공격수는 물론이고 왼쪽 미드필더까지 소화하는 이상협은 빠른 스피드와 결정력을 갖추고 있어 경기가 잘 풀리지 않을 때 공격진에 활력을 불어 넣고 승패를 뒤바꿔 줄 수 있는 해결사 역할을 해 줄 것으로 기대된다. 이상협은 올 시즌 서울은 물론이고 K-리그를 대표하는 최고의 조커 자원으로 성장할 것이다.

어느덧 K-리그에서 가장 강력한 왼쪽 날개를 가지게 된 서울이 올 시즌 이들과 함께 대한민국을 넘어 아시아 정복의 꿈까지 이룰 수 있을지 주목해본다.



전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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