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7 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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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수, 이제동 그리고 저그 vs 저그 이야기

기사입력 2009.03.13 10:07 / 기사수정 2009.03.13 10:07

김정근 기자



[엑스포츠뉴스=김정근 기자]
스타에서 저그 VS 저그(이하 저저전)을 굳이 비유하자면 알몸의 두 투사가 서로 단검 하나만을 쥔 채 벌이는 전투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저저전에서 가장 중요한 건 무엇일까?

크게 3가지를 뽑자면 단검을 휘두르는 첫 움직임, 밀도 높은 긴장을 이겨낼 수 있는 담력, 그리고 급박한 속도를 따라가는 민첩성이다. 저저전은 한 번의 판단과 몇 번의 컨트롤로 빠르게 경기가 끝난다.

보통 그러하듯이 서로 유사한 정도의 민첩성을 가졌다면 한번 잘 '그은' 쪽이 바로 상대에게 피를 보게 할 것이다. 그래서 저저전은 첫 움직임에 속하는 빌드와 오버로드 정찰 운에서 7할의 승기가 갈린다고 말한다. 

이런 일반론에서 유일하게 벗어난 저그는 이제동 뿐이다. 상식을 넘어선 수련으로 다져진 순간순간의 반응속도와 그 여유가 만들어주는 대담한 판단력으로 저그의 동족 학살자이자 폭군이란 명칭을 얻었다. 그에겐 '저저전은 운칠기삼'이란 명제가 통하지 않는다. 75승 22패 77.3%.

현재 이제동 다음으로 저저전에서 강력한 저그는 박찬수다. 

박찬수는 물론 저저전에서 빌드에서 비긴 상대를 컨트롤로 제압할 수 있는 기본기를 지닌 저그지만 그의 강력함은 민첩성보단 빌드 가위바위보와 묵찌바의 실력에서 나온다. 전혀 모르는 상대와 우연히 만나 처음 하는 가위바위보가 아닌 반복되는 가위바위보는 심리전이다. 박찬수는 세련된 빌드 심리전의 귀재고 찬스박이라는 애칭처럼 대담하게 운을 다루는 저그다.

3월 12일에 벌어진 로스트사가 MSL 4강에서 김명운을 상대로 박찬수가 거둔 3연승도 그랬다.

박찬수는 1경기 비잔티움2에선 오버로드로 저글링 한기를 보고 상대 빌드를 파악한 뒤 수세에 몰린 척하면서 2단 카운터를 준비했고, 2경기 데스티네이션에서는 선가스를 가는 경향과 오버로드 정찰 시간을 염두에 두고 같은 선가스인 척하면서 숨김 저글링과 함께 드론 몇 기를 더 째는 심리를 찔렀다. 그리고 3경기 카르타고에서는 9스포닝풀 발업을 배제하는 맵의 특성을 반대로 활용해 12드론 앞마당을 맞춰 잡기도.

경기는 싱거웠지만 그만큼 잔인했다.

12일의 경기로 박찬수는 신세대 저그의 거센 약진을 막아내고 첫 메이저리그 우승을 노리게 되었다. 시대를 타고나지 못한 '2인자 저그' 박찬수에겐 다시없을 기회다. 그리고 박찬수가 MSL을 우승한다면 사람들은 그를 이제동의 클래스에 견주어 볼 것이다. 더해서 반대편 스타리그에서 마지막까지 살아남는 저그가 이제동이 아니라 박찬수라면 참란된 말이 나돌 것이다.

꾸준히 성장해온 박찬수의 저그-프로토스전과 저그-테란전은 최고수준의 상대와도 겨룰 수준이 됐다. 저저전은 어떨까. 박찬수의 배짱이라면 이제동이라도 겁을 먹진 않겠지만 폭군의 압제엔 자비가 없다. 모를 일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분명 부추길 것이다. 그리고 원형의 투기장에 벌거벗은 두 사내를 밀어넣고 싶어 하리라. 일단은 로스트사가 MSL 제패가 목전의 과제다. 박찬수의 무운을 빈다.

[사진(C)엑스포츠뉴스DB]



김정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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