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이아영 기자] 배우 조민기(본명 조병기)가 54년 인생을 등지고 세상을 떴다.
12일 오전 6시경 건국대병원 장례식장에서 고(故) 조민기의 발인이 비공개로 엄수됐다. 향년 54세로 눈을 감은 고인은 서울추모공원에 안치된다.
조민기는 지난 9일 오후 4시 5분경 서울 광진구 구의동 주상복합건물 지하 1층 주차장 내 창고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아내가 119에 신고해 인근 병원에 이송됐으나 끝내 사망했다.
당일에는 유서가 발견되지 않았지만 10일 경찰은 현장에서 A4 용지 6장 분량의 유서를 찾았다. 학생들과 가족에게 미안하다는 내용이 담겼다고 밝혔다. 유족을 위해 유서는 공개하지 않았다. 경찰 측은 타살 협의점이 확인되지 않아 부검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청주대 연극학과 교수로 재임하던 시절 학생들을 상습 성추행한 사실이 드러나며 물의를 빚었다. 조민기는 "법적, 사회적 책임을 회피하지 않겠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남은 일생 잘못을 반성하고 자숙하며 살겠다"고 사과했다. 오는 12일 경찰 소환을 앞두고 있었으나 사망으로 인해 공소권 없음으로 수사 종결됐다.
건대병원 장례식장 204호에 마련된 고인의 빈소는 깊은 슬픔으로 무거운 적막뿐이었다. 군 복무 중이던 아들이 상주로 자리를 지키며 조문객을 맞이했다. 미국 유학 중인 딸도 급거 귀국했다. 동료 배우들과 지인들이 방문해 고인의 명복을 빌고 유족을 위로했다. 또 배우들과 영화감독 등이 보낸 조화가 고인을 배웅했다.
그러나 씻을 수 없는 과오를 남긴 조민기에게 애도를 표하는 것조차 조심스러운 분위기였다. 배우 유아인은 고인의 사망 당일 SNS에 화형당하는 사람의 영상을 올려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정일우도 '당신을 위해 기도한다'고 썼다가 논란이 일자 삭제했다. 조성규는 "죄는 죄이고 인연은 인연"이라며 조민기의 빈소를 찾지 않은 연예인을 비판했다.
조민기는 1991년 영화 '사의 찬미'로 본격 연기에 입문한 이래로 28년 동안 많은 작품에서 선과 악을 넘나드는 스펙트럼 넓은 연기를 보여줬다. 마지막 작품은 2016년 SBS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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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아영 기자 lyy@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