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5.05.17 01:18 / 기사수정 2005.05.17 01:18
자, 여기 두 팀이 있다.
한 팀은 시즌 전 '특' 강인 삼성에 필적할 유일한 팀으로 꼽히며 든든한 선발진에 확실한 타선을 갖고 있는 팀이다.
또 하나의 팀은 시즌 전 '병풍'으로 확실한 셋업맨 한명과 마무리를 잃었고, 타선에 있어서도 3-4-5번 이외의 타자들은 고만고만한 타자들이라 전문가들이 단독 '꼴지'라고 예상한 팀이다.
그러나 지금 이 두 팀의 성적은 전자의 팀은 꼴지, 후자의 팀은 단독 '2위'이다. 그렇다. 기아와 두산이다. 과연 이 두 팀의 현 상황이 어떻게 이런 결과를 낳게 되었는지 두 팀에 대해서 간단하게 살펴보기로 한다.
<두산의 빛>
1. '건실한' 마운드
야구는 뭐라고 해도 투수 놀음이다. 게다가 기복이 심하지 않은 마운드라면 타자들은 투수를 믿고 공격에 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면에서 보면, '랜들 - 스미스 - 박명환 - 김명제 - 이혜천' 등으로 이어지는 선발은 타자들에게 믿음을 주기에 충분하다. 비록 랜들이 시즌 초반 빼어난 위기관리능력을 앞세워 잔루처리하던 경기운영능력이 한계에 다다르며 난타를 맞는 경우가 허다했다. 하지만 그 외에 2선발인 스미스 선수는 점점 MLB출신의 위용을 과시하고 있고, '병풍'으로 인해 올 시즌 고전이 예상되던 박명환은 주위의 우려을 불식시키는 호투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것은 올 시즌 신인 김명제의 호투와 선발 첫 시즌을 보내고 있는 이혜천의 '동반 상승'의 자극제가 되고 있다.
게다가 든든한 선발 마운드 말고도 중간 허리진을 책임지고 있는 이재우 - 이원희 - 김성배등과 마무리 정재훈(2패 11세이브) 역시 선발의 승리를 확실히 지켜내고 있다.
2. '동주를 중심으로 하나되어' - 좋은 팀 분위기
두산의 상승세를 이야기 할 때 빼 놓을 수 없는 것이 김동주의 변신이다.
사실 그 동안 겉물만 든 '근성없는 천재' 의 모습이었던 그는 지난 시즌엔 개인적인 시련을 이기지 못해 은퇴선언까지 하며 팬들을 충격속으로 몰아넣었다. 이후 김경문 감독 이하 코치진의 설득과 본인의 심경변화로 그라운드로 다시 돌아온 그는 올 시즌 정말 열심히 하고 있음에 틀림 없다.
그런 그의 모습과 더불어 팀내 분위기 메이커인 홍성흔의 활약. 또한 젊은 선수가 상당수 전력을 차지하고 있는 팀 특성상 고참들의 '자율속의 관리'로 선수들이 기죽지 않고, 제 기량을 활짝 피울 수 밖에 분위기를 만드는 것 역시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주전이 아닌 대수비 - 대주자 - 원포인트나 패전처리 투수와 같은 선수들이 만루홈런 친 타자나 완봉승 거둔 투수 못지않은 환대를 받는 것 또한 팬의 입장에서도 보기 좋은 덕아웃의 풍경이 아닐 수 없다.
3. 해결사? 우린 그때그때 달라요
김동주 - 장원진 - 황윤성 - 손시현 - 안경현 - 문희성 - 홍성흔…
두산의 강점 중 하나가 바로 매 경기 어느 타자가 '미칠지' 모른다는 것이다.
시즌 초반이야 김동주 - 홍성흔의 이름 값에 걸 맞는 활약으로 팀 타선을 이끌었지만, 그들이 부진하자 이젠 선수들이 돌아가면서 타점을 올리고 있다. 5월15일 롯데와의 경기에서 장원진이 4타점을 올리며 경기를 승리로 장식했고, 정민태의 복귀전으로 관심을 모았던 지난 현대 경기에선 프로 14년차 무명 선수인 황윤성이 결승타를 쳐내며 팀을 승리로 이끄는 등 그야말로 두산타선은 9명 전원이 4번타자고 클러치 히터인 모습이다.
<기아의 어둠>
1, 어설픈 간섭은 아니함만 못하다 - 감독의 자질 부족?
지금 기아의 가장 큰 문제일 수 있다. 십 수년간 해태에서 수석코치와 2군 코치 등을 한 잔뼈 굵은 유남호 감독. 지난 시즌 갑자기 경질된 김성한 감독 후임자로 후반 상승세를 이끌며 4강진입에 성공시킨 공을 인정받아 올 시즌 '정식 감독'에 취임했다.
하지만, '감독 자질'은 따로 있는 것일까? 올 시즌 처음으로 '유남호 야구'를 보여줄 기회를 잡은 그는 말 그대로 '낙제점'에 가까운 팀 운용으로 팬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데이터 활용 부재, 고참선수들을 포용하는 데에서의 문제, 작전의 문제 등을 지적하지만, 가장 큰 문제점은 '조급증'과 '어설픈 간섭'에 있는 듯하다.
우선 조급증은 올 시즌 첫 감독이 되고, 사실상 삼성과 더불어 '우승' 이외의 등수는 큰 의미가 없는 기아이다 보니 코치 때와는 다른 부담감이 그의 냉철한 이성에 치명적인 결함을 주었는지 모른다. 또한 시즌 초엔 고참위주로 선수 기용을 하겠다고 하다가 한 달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신인 위주의 기용을 바꾸겠다고 해서 고참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
2, 해태정신? - 이제 그런 것은 없다
지난 5월 14일 기아:LG 경기 취재 때 만난 기아 팬들의 한결 같은 말.
"요즘 기아 애들은 근성이 없어요. 배만 불러가지고...."
그렇다. 기아 팬 입장에서 본다면 지금 기아가 경기하는 모습은 근성 없는 플레이의 결정체로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문제 이외에도 계속해서 '해태 정신'을 요구하는 팬들의 시각이나 '해태 정신'을 기준으로 생각하는 선수들이나 코치진도 문제가 있다. 만약 그러한 것이 있다면 자유로운 팀 분위기에서 두산 같이 젊은 선수들도 주눅들지 않고, 활발하게 플레이 할 수 있는 새로운 '기아 정신'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고 급선무라고 생각한다. 지금 기아에도 좋은 유망주와 젊은 선수들이 많기 때문에 그러한 분위기는 반드시 필요하다.
3. 응집력 부재와 선수들의 부상
응집력 부족과 주전 선수들의 부상은 역시나 기아에게도 적용되고 있다. 특히나, 주전인 홍세완 - 심재학 - 장성호의 크고 작은 부상은 전 선수들이 최선을 다해도 지금의 분위기를 반전시키기 어려운 마당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찬스를 잡고도 자신 없는 스윙이나 어설픈 베팅으로 공격의 흐름을 끊는 응집력의 부족은, 당장에 타선 변경이나 선수 교체 등으로 반전을 시도는 하고 있으나 쉽사리 되고 있지않아 기아 코치진의 시름을 더하고 있다.
이 두 팀의 분위기는 성적만큼이나 극과극을 달리고 있지만, 반대로 어둠과 빛 역시 존재하고 있다.
일단 두산의 경우 30대들이 주축인 타선이 더운 여름을 어떻게 넘길 것인가가 가장 큰 관건이고, 젊은 선수와 경험이 미천한 선수 위주로 구성되어 있는 중간 - 마무리진이 언제 소방수에서 화염방사기로 돌변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기아 역시 비록 부진하긴 하지만 그래도 이름값 있는 노장선수들이 언젠가는 제 몫을 해 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다. 그리고 존슨의 퇴출 이후 새롭게 영입될 용병의 활약여부에 따라선 충분히 치고 올라갈 수 있는 저력이 있는 팀이다. '해태 정신'이야 없어졌다 하지만, 우승 9번 하기가 어디 그리 쉬운가?
국내야구 흥행의 키를 쥐고 있는 양팀의 선전이 앞으로도 쭉 이어지길 바란다. 시즌은 이제 겨우 30%정도가 지났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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