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9.02.14 23:09 / 기사수정 2009.02.14 23:09
▲ 12일 경남고등학교와의 한판 대결 이후 선수단 연습을 지시하는 박준태 배명고등학교 감독
[엑스포츠뉴스=유진 기자] 고교야구 감독은 세 가지 역할을 해야 한다. 감독으로서 순수하게 경기를 이끌어야 하는 역할과 교사로서 제자들을 가르쳐야 하는 역할, 마지막으로 학부형과 선수 사이, 선수와 학교 사이의 관계를 중계/중재해야 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래서 학원스포츠에서 감독을 맡는 사람은 단순히 ‘감독(manager)’ 역할을 떠나 선생이 되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런 점에 있어서 배명고등학교 박준태 감독은 자신과 무관한 연고에서 성실하게 지도자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몇 안 되는 인물이다. 특히, 해외 전지훈련을 끝낸 지 얼마 안 되어 참가하게 된 천우스포츠배 우수고교 초청 야구선수권 대회에서도 선수 시절 못지않은 열정적인 모습으로 제자들을 지도하는 모습이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현역 시절, 특히 ‘스마일 맨’으로 더욱 잘 알려진 박준태 감독을 경기고등학교와의 한판 대결 이후 구덕운동장 앞에서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었다.
첫 만남과 현역시절 이야기
Q : 박준태 감독님,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먼저 ‘선수 박준태’로서 아직까지 감독님을 기억하시는 팬 여러분께 한 말씀 해 주십시오
박준태(이하 ‘박’으로 표기) : 그래도 제가 이곳 감독으로 와 있는 것을 많은 분이 알고 계시던데요. 뭘(웃음). 미국에서도 연락이 올만큼 많은 분이 아직까지 저를 기억해 주셔서 정말 감사 드릴뿐 입니다. 그렇지만, 아직 팬 여러분께 다가갈 때는 아닌 것 같습니다. 벌써 10년 가까이 고교야구를 지도하다 보니 학생들을 가르치는 매력에 푹 빠져버렸습니다. 그래서 당분간은 학생들을 계속 지도할 생각입니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팬 여러분께서 기억하는 곳으로 다가가겠다는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Q : 태평양 돌핀스에서부터 LG 트윈스로 트레이드되어 오시면서 많은 시간을 LG에서 보내셨는데, 특별하게 기억에 남는 경기가 있으셨다면?
박 : 1992년 광주 원정경기에서 한 이닝에 11점 냈던 경기를 포함해서 많은 경기가 있었지만, 아무래도 1994년 우승했을 때의 경기가 가장 기억에 남죠. 그리고 즐길 수 있었던 시즌은 1993년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했을 때였던 것 같아요. 하지만, 1993년 삼성과의 플레이오프 5차전이 가장 뼈아픈 경기가 아니었나 싶어요. (동점 찬스 상황) 1루 땅볼에서 3루 주자 김선진이 홈으로 들어오지 않은 것이 결국은 패배로 이어졌으니까요. 이종도 당시 3루 베이스 코치께서 경질되셨던 것도 그러한 이유가 결정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Q : 현역시절에는 '스마일 맨'으로 유명하셨어요. 그런데 지도자가 되신 이후에는 스마일 맨으로서의 면모는 많이 안 보이시는 것 같습니다
박 : 제자들과 함께하다 보니 제 스스로 많이 바뀌어 지는 것 같습니다. 고교야구 감독이라는 사람이 현역시절처럼 무게감 없이 벤치에 앉아 있으면 안 되잖아요? 또 학부형님들 관리까지 생각해야 하니까 제 스스로, 저도 모르게 바뀌는 것 같습니다. 고교야구의 수장으로서 묵직한 맛도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Q : 그래서 군대에서는 유격 교관들이 자신들의 눈빛을 안 보여주기 위해서 ‘강함의 상징’인 선글라스를 일부러 끼기도 하는데?
박 : 네, 저도 여름에는 낍니다. 그런데 자주 쓰는 편은 아닙니다. 무엇보다도 선글라스를 쓰고 안 쓰고의 문제보다는 얼마나 제자들을 잘 이끌어 줄 수 있는지의 여부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박준태 감독은 경기 직후 자신의 견해를 가감 없이 표했다.
배명고등학교와의 인연
Q : 박준태 감독님처럼 ‘연고가 아닌 지역’에서 고교야구 감독을 하기란 상당히 어렵다고 생각하는데, 어떠한 인연으로 배명고등학교에 오시게 되셨습니까?
박 : 은퇴 이후 덕수고등학교에서 2년간 코치 생활을 했어요. 그런데 제가 속해있던 덕수고교가 2001년도에 류제국(샌디에고 파드리스)을 앞세워 청룡기 우승했을 때 동국대학교 선배셨던 홍성남 당시 배명고등학교 감독님께서 저에게 연락을 주셨어요. “(배명고교에) 할 일이 많으니, 나 좀 도와달라”고요. 그래서 선배님께서 불러 주신 인연으로 배명고등학교를 지도하게 됐고, 이후 감독까지 맡게 되었습니다.
Q : 오늘 경기(2월 14일)에서 경기고등학교를 상대로 7:4의 승리를 거두셨는데, 경기 내용은 100점 만점에 몇 점을 주고 싶으십니까?
박 : 80점 주고 싶습니다. (너무 후한 것 아니냐고 되묻자) 후한 점수는 아닙니다. 일단, 경기에 나서면 이기는 것이 목적 아닙니까? 일단 승리를 거두었으니 80점 정도 줘도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웃음).
Q : 이관희(3학년), 김웅(1학년) 선수를 지켜보았는데, 모두 능력 있는 투수로 성장할 것 같았습니다
박 : 오늘(14일) 경기에서 선발로 등판한 김웅 선수는 배명중학교 시절부터 에이스였습니다. 그래서 1학년임에도 불구하고 배짱 있는 투구로 좋은 경기를 선보였습니다. 또한, 제구력도 좋고 코너워크도 괜찮기 때문에 추후 크게 될 것이라 봅니다. 기교파인 이관희 선수는 12일 경기에서 비록 좋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필리핀 전지 훈련을 다녀온지 얼마 되지 않아서 몸이 덜 풀린 것이라 봅니다. 따뜻한 필리핀에서 괜찮은 모습을 보이는 선수가 날씨가 추운 우리나라에서 던지다 보면 투구 밸런스(balance)가 무너질 수 있습니다. 추후에는 좋은 모습을 보여줄 것입니다.
Q : 현장에서 느끼는 학생야구의 애로사항에 대해 말씀해 주신다면요?
박 : (망설임 없이) 지원에 대한 문제죠. 재정적인 문제 말입니다. 학교에 대한 지원이 다소 떨어지다 보니 시설이나 모든 부분이 열악합니다. 그래서 많은 선수가 ‘근성’을 필요로 하고 또 끈질긴 맛이 생겨야 하는데, 이러한 부분 때문에 (근성이) 많이 사라지는 것 같습니다.
Q : 그렇다면 신임 대한야구협회장께 바라는 점이 있으시다면?
박 : 투자를 많이 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웃음). 솔직히 프로 구단 차원에서의 장학금이나 지원도 거의 없습니다. 따라서 (대한야구협회) 실무자 분들께서 많이 발품을 팔아주셔서 엉망이나 다름없는 학원스포츠에 적은 힘이라도 되어 주시기를 바랍니다.
Q : 이제 황금사자기 전국대회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박준태 감독님께서 생각하시는 예상 성적은 어떻게 보십니까?
박 : 일단 황금사자기 대회가 첫 대회다 보니 우선 8강을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하지만, 8강 들기도 사실상 쉽지는 않습니다. 첫 대회에서 많은 학교가 참가하다 보니 (경기를) 네 번이나 이겨야 8강에 오릅니다. 따라서 첫 대회는 욕심 없이, 8강 안에만 들면 유리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3학년 진학문제를 포함한 전체적인 것을 생각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일단 상황에 따라 3학년과 1, 2학년 스타팅 비율을 조절해야 한다고 봅니다.
Q : 마지막으로 제자들과 후배 야구선수들에게 한 말씀 해 주십시오
박 : 어려운 질문이네요(웃음). 일단, 선수들의 강한 정신이 밑바탕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야구는 단체운동인 만큼, 자기밖에 모르는 이기심을 버리고 희생 정신이 존재해야 됩니다. 그리고 운동 선수는 환자가 참 많습니다. 훈련을 소화하는 양이 많으면 많을수록 더욱 그러합니다. 오히려 (아마야구 선수들의 부상 정도가) 프로선수보다 더 많을 정도입니다. 또한, 학원스포츠에 몸담고 있는 이상, 수술하는 선수가 웬만하면 나오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모든 선수들이 몸 관리를 잘하고, 특히 아프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 박준태는 누구?
태평양 돌핀스 ? LG 트윈스를 거치며 주로 대타요원으로 활약했던 ‘만능 유틸리티 맨’ 이었다. 현역 시절, ‘스마일 맨’이라는 별명에서 알 수 있듯이 환한 웃음으로 야구팬들의 마음을 녹였던 ‘신사 중의 신사’ 였다.
광주 제일고등학교 ? 동국대학교를 거쳐 태평양 돌핀스에 입단한 박준태는 윤덕규(現 LG 트윈스 코치)와 유니폼을 바꿔 입으면서 1992년부터 LG 트윈스 멤버로서 활약했다. 특히, 1994년 LG 트윈스 우승 당시에는 113경기에 출전하여 타율 0.274, 80안타, 39타점을 기록하며 대타 요원으로서 만점 활약을 펼치기도 했다.
프로 통산 성적은 타율 0.244, 395안타, 23홈런, 163타점을 기록했다. 한편, 1999시즌을 앞두고 은퇴한 이후에는 덕수고교 코치를 역임한 이후 배명고등학교 야구부 감독으로 취임하여 현재까지 고교야구 지도자의 길을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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