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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인시대] '아마야구를 말하다' 안양야구협회장, 이형진을 만나다

기사입력 2009.02.11 21:10 / 기사수정 2009.02.11 21:10

유진 기자

[엑스포츠뉴스=유진 기자] 야구협회장은 결코 만만한 자리가 아니다. 자신의 책임지역 내에 존재하는 유소년 야구를 포함하여 중/고교 야구, 사회인 야구팀 등 모든 아마야구팀을 총괄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는 야구에 대한 사랑과 열정이 없으면 시도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특히, 학생야구가 활성화를 띠기 위해서는 재정적인 지원에 앞서 각지의 야구협회장들이 직접 발품을 팔아야 한다. 이는 ‘야구협회장’이 ‘학생들이 있기에 본인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지해야만이 가능하다. 그런 점에 있어서 안양 충훈고등학교 야구부 설립과 석수 야구장 건립 등 학원스포츠와 지역 야구 문화 발전에 큰 공을 세운 안양시 야구협회 이형진 회장의 열정은 프로와 아마를 떠나 모든 야구인들에게 모범이 될 만하다.

그의 야구사랑은 대한야구협회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을 통해서도 드러난다. 안양시 야구협회 소식을 포함하여 협회를 향한 당부의 말, 쓴소리 단소리 등 학생야구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볼 수 있다. 또한, 대한야구협회장 선거 전날에도 ‘회장 자리는 명예를 얻고자 하는 자리가 아니라 학생야구를 총괄하는 교육지도자의 자리’임을 강조하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이렇게 학생야구와 지역스포츠 활성화를 위해 노심초사하는 이형진 회장을 안양시 야구협회 사무실에서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었다.

안양 석수 구장 이야기

Q : 대한야구협회 홈페이지에서 글로써만 보다가 이렇게 직접 찾아뵙게 되니 더욱 반갑습니다. 홈페이지에 남기신 글들을 보니 학원야구에 대한 열정이 상당하신 분 같았습니다. 특히, 석수 구장 건립 사업은 단연 돋보였습니다.

이형진(이하 ‘이’로 표기) : (웃음) 과찬이십니다. 석수구장 건립은 제가 안양지역 시민연대 대표를 할 때 전임 신중대 안양시장과 서로 운동을 한 이야기를 하다가 나오게 된 것입니다. 안양시장께서는 경기고등학교에서 수구를, 저는 배제고등학교에서 야구를 했다는 이야기가 나왔는데, 갑자기 (안양시장께서) “그러면 내가 지금 100억 원을 모아 놨으니까 이것을 기초로 해서 협회를 창단하고, 야구장을 좀 만들어 달라” 라고 말씀하셔서 일이 시작된 것이죠. 거의 한 5년 걸렸는데, 준공 1년 전까지는 제가 볼트/너트 하나까지 세세히 관여했습니다. 시설도 몇 번 뜯어 고친 끝에 국제 규격에서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지어졌습니다(주 : 석수 구장의 크기는 좌/우측 펜스 98m, 중앙 펜스 122m다). 그래서 경기를 하다 보면 간혹 그라운드 홈런이 나옵니다(웃음).

Q : 석수 구장을 SK 와이번스 2군 전용 구장으로 하겠다는 의견도 나오지 않았습니까?

이 : 그렇습니다. 작년부터 SK 2군 전용 구장으로 하자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안양을 SK 2군 리그 연고지로 하기로 했다가 충훈고등학교 야구부가 설립되면서 그 이야기가 잠시 중단됐습니다. 그런데 2군 경기도 시민들이 관람할 권리가 있는 것이지 않습니까? 그래서 2군 홈경기가 1년에 40경기 정도를 치른다고 하니, 야간 경기로 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실제로 SK와 경찰청이 시범적으로 석수 구장에서 경기를 펼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1, 3루측 펜스가 낮다 보니 공이 밖으로 나가는 현상도 발생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다시 1억 4천만원을 들여 펜스를 높였습니다. 그리고 2010년도에는 그라운드에 인조 잔디를 깔 예정입니다.

어쨌든 작년에는 SK 구단 사정 등으로 2군 경기를 소화하지는 못 했지만, 조명탑 시설도 잘 되어 있는 석수 구장에서 2군 경기를 야간 경기로 하자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더구나 안양이 시흥, 광명, 안산, 군포, 의왕, 과천, 서울 금천구의 정 가운데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주변 인구만 따져보아도 결코 적지 않은 숫자입니다. 또한 석수 구장이 시민들의 세금으로 만들어진 야구장이니, 볼거리를 제공해야 하는 것이 안양시나 저희 야구 협회의 목표이자 의무입니다. 따라서 기회가 생긴다면, 굳이 SK가 아니더라도 2군 야간 경기를 석수 구장에서 하겠다는 구단이 있다면, 의견을 절충하여 유치를 할 계획입니다. 올 해는 아직까지 제안을 해 온 구단이 없습니다. 아직까지 각 구단들이 석수 구장 1, 3루 쪽의 낮은 펜스를 보수했다는 소식을 모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

Q : 그래도 가장 적극적인 구단이 SK였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유니폼에 안양 로고를 세기겠다는 등 다양한 의견을 보내왔을 텐데요?

이 : 작년까지는 그랬습니다. 그런데 어짜피 여기(안양)가 연고지가 되면, 연습하는 학생들이 두 시간 전에 경기장을 비워준다는지 하는 협조를 통하여 시민들에게 프로야구를 보여 줄 수 있는 여건은 얼마든지 마련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안양에는 이미 프로농구 KT&G를 포함하여 한라위니아 같은 아이스하키팀이 자리잡고 있지 않습니까? 이런 팀들을 받아들인 이유도 결국에는 시민들이 접할 수 있는 문화 콘텐츠를 확대시키고, 안양을 ‘문화의 도시’로 만들고자 하는 의도에 따른 것입니다.


▲ 안양 석수 구장 전경. 안양 충훈고등학교 야구부 선수들이 연습을 진행중이다.

이형진 회장의 아마야구에 대한 견해

Q : 이번에는 학원스포츠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나라 전반에 걸쳐져 있는 학원스포츠에 대한 문제점을 짚어 주신다면요?

이 : (단호하게)저는 우리나라 학생야구가 퇴보하고 있다고 보는 입장입니다. 제가 중학교 1학년이었던 1967년도에 야구를 시작했는데, 그때보다 오히려 못한 것이 아니냐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 프로야구가 있다고는 하지만, 무엇보다도 초, 중, 고등학교 야구가 상업화가 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야구를 배웠을 때에는 감독님께 ‘야구도 하나의 도(道)다. 그렇기 때문에 야구를 통하여 하나의 인간을 형성시키는 과정이다’라고 교육을 받았습니다. 당시까지만 해도 감독님께서 교사도 겸직하셨기 때문에 이러한 가르침이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것이 바탕이 되어 고교야구의 부흥이 온 것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지금은 우리나라의 체육 정책이 잘 못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도 체육이 ‘악세서리’처럼 변했습니다. ‘체력은 국력’이라는 말이 어느 덧 옛말이 되어버렸죠.

외국은 국민소득이 높아지면, 체육이 국민들에게 문화적인 콘텐츠를 충족시키는 산업으로 발전하는데, 우리나라의 경우는 소득이 높아짐에도 불구하고 경제쪽으로만 치우쳐 진 면이 없지 않아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체육쪽으로 지원되는 부분이 미미한 실정이죠. 학생야구에 대한 지원은 비단 ‘돈’에 대한 문제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무엇보다도 일선 지도자들이 ‘소속’없이 계약이 끝나버리면 바로 그만두게 되고, 이러한 실태가 결국은 ‘성적 만능주의’를 탄생시켰다고 봅니다. 그래서 돈 문제 등 불미스러운 일들도 적지 않게 발생했죠.

그리고 또 하나가 학부형들이 지도자들 알기를 ‘고용인’으로 알고 있습니다. ‘내가 돈 주고 고용한 사람이다’는 이야기죠(웃음). 사제관계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야구를 그만 두게 되는 학생들이 사회에 적응을 못 합니다. 왜냐 하면, 인성/지성 교육의 부족으로 (학생들이) 사회성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또 한 가지 안타까운 사실은 대부분 외아들로 태어난 학생들이 운동을 잘 안 하다 보면 절대적으로 (야구할 수 있는) 자원이 부족하게 됩니다. 결국 이런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KBO 사무총장 하일성씨를 비롯한 아마출신 야구인들이 아마야구 지원을 ‘의무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야구할 수 있는) 자원들이 있기 때문에 스스로가 봉급을 받는 것 아닙니까? 그런 생각들은 안 하고 “내가 돈을 얼마 지원했으니, 너희들이 있는 것이다”라는 생각을 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대한야구협회장이 바뀐 것도 기존의 임원진들이 ‘KBO가 아마야구까지 안고 가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Q : 그렇다면 대한야구협회와 KBO가 대등한 위치에 놓여져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이 : 그렇습니다. 그러나 대등한 관계 정도가 아니라, 이제는 반대로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실질적으로 학생야구가 프로야구의 공급처 아닙니까? 그렇다면 거꾸로 학생야구를 스승의 입장으로 놓고 그 스승이 학생들을 잘 가르치도록 도와서 좋은 선수들이 배출되면, 프로야구에서 ‘모셔가야 한다’는 생각을 해야지, 반대로 ‘돈을 주고 사 간다’고 생각하니 문제가 되는 것입니다. 그러니 (KBO 측에서) ‘대한야구협회에 대한 지원을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은 그 지원 대상이 학생들임을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그래서 (KBO가) 먼저 ‘자가 진단’을 했어야 합니다. 대한야구협회에 프로 관계자들을 파견시켜 놓았는데, 그 사람들이 무엇을 어떻게 했기에 이런 문제(프로인사를 배제한 임원 선임)가 발생했는지를 진단한 이후 그 문제점을 신임 회장과 조율을 했다면 좋았을 것입니다. 그러다보면, 프로야구와 아마야구가 상생할 수 있는 계기로 삼을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 이형진 회장은 대한야구협회 홈페이지에 가장 많은 글을 게시하는 열정적인 야구인이다 (C) 대한야구협회 홈페이지 캡쳐

Q : 개인적으로 프로야구 관계자들 중에는 물러나기에는 아까운 인재들도 있었습니다.

이 : 저는 그러한 임원 자리에 대한 목표 의식이 분명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일례로 초등학교 학생들의 지원금을 500만원에서 250만원으로 줄어버렸는데, 일선에서 이에 대한 이의를 제기한 사람이 없었어요. 그래서 이러한 현상이 왜 발생했는지 알아보니, ‘지역 연고’가 아니라 ‘도시 연고’로 전환되다 보니 이제는 지원할 필요가 없다고 해서 반을 깎아버린 것이죠. 그나마 지역 연고였을 때에는 구단들이 야구공 한 박스라도 기증하는 것이 있었어요. 그런데 KIA 타이거즈는 광주, SK 와이번스는 인천, 이렇게 하다 보니, 광주나 인천 이외의 지역에 있는 유소년들은 어떻게 되냐는 것이죠. 그러한 사람들의 역할은 이럴 때에 빛이 나야 되는 것이라고 보거든요. 그런데 우리가 각 개인에 대해 평가를 할 때 ‘아, 이 사람은 참 착하구나, 일 참 잘 하는구나’, 인간적이다 라는 말은 얼마든지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사람을 평가 하는 것은 ‘어떤 목적의식을 가지고, 자신의 직무에 충실했느냐’에 따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즉, 학생야구에 대한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가 발생했을 때 그 부분에 대해 자신이 적극적으로 몸을 던져서 해결하고 관철시키는 역할을 했어야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자기 역할을 하는 것이 결국 중요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또 저는 중학생 야구선수들의 규격 문제를 가지고 (대한야구협회와) 논한 적도 있었습니다.

Q : 그 이야기를 조금 더 자세히 해 주십시오.

이 : 지금 분명히 대한야구협회의 룰을 보면, 중학교 야구의 규격은 다릅니다. 이를 KBO가 감수를 했구요. 결국 둘 다 책임이 있는 것이죠. 그런데 지금에 와서 하는 이야기가 몇몇 중학교 감독들이 “(성인규격으로 야구해도) 문제없다”고 하면서 논쟁하다 말고 이야기를 끝을 내 버리더라고요. 일례로 재활센터를 가보시면, 중학교 때 잘 하다가 고등학교 때 사라지는 선수가 많습니다. 정말로 중학야구 그라운드 규격은 빨리 바꾸어야 합니다. 지금 상태는 합리적이지 못합니다.

일례로 지금 초등학교 6학년 선수가 제 아무리 덩치가 크다 해도 발육상태는 100%가 아니잖아요? 그런 선수들이 무거운 공을, 그것도 성인 그라운드에서 쓰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어린 선수들이 억지로 먼 거리를 던지다 보니 탈이 납니다.

그런데 제가 야구했을 때까지만 해도 중학교 시절에는 고교시절보다 비교적 규격이 작은 운동장에서 했습니다. 제 동기인 김봉연 선수(군산중학교)만 해도 덩치가 컸는데, 바로 앞에서 공을 던지는 것이었습니다(웃음). 그래도 (규모가 작은 구장에서) 경기를 했고, 또 그렇게 덩치가 컸던 학생들도 늘 이겼던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지는 경기도 많았죠. 그런데 덩치가 크기 때문에 성인 구장에서 야구할 수 있다는 말은 궤변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프로야구가 선수를 보호/육성한다고 하면, 그런 점에 있어서 먼저 솔선수범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덩치가 있고, 힘이 있는 선수들이 알루미늄 배트를 쓰는 만큼, 홈런도 잘 나오거든요. 비거리 122m의 홈런도 나올 만큼 ‘치는 것’은 관계가 없어요. 그런데, 던지는 것은 볼의 하중이나 모든 것을 생각해야 하니까 안 된다는 것이죠. 중학교 1, 2학년때 (몸이) 망가지는 이유도 힘이 부치기 때문입니다. 이런 점은 전임 대한야구협회에서 자초한 문제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신임 집행부 역시 이러한 문제를 방관한다면, 결국 전임 대한야구협회와 다를 것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 이형진 회장은 학생 야구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솔직하게 피력했다.

Q : 그렇다면 대한야구협회장 출마에 대한 생각은 없으셨습니까?

이 : 생각은 있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회장이 된다는 생각보다는 선거 과정에서 ‘공약 사항’을 언론에 발표하고, 학생 야구가 안고 있는 문제와 그에 대한 대안 등을 발표하는 데에 중점을 두었습니다. 그렇다면 누가 회장이 되건 간에 전국의 많은 야구인들이 그러한 내용을 알고 있기 때문에 (후보자들에게) 그런 부분에서 압박을 가할 수 있었죠. 제가 노리고자 했던 부분은 바로 그런 사항이었습니다. 그래서 한 1년 정도 대한야구협회장 출마 준비를 했었습니다. 이처럼 야구인들이 뚜렷한 목표 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프로야구는 프로다운 어른스러움을, 학생 야구는 학생 야구다운 모습을 유도를 시켜주어야겠죠. 그러한 목표 의식들이 없으면, 초, 중, 고교 학생들이 겉멋만 들고 감독 말을 듣지 않게 되는 현상까지 발생합니다.

그런데 일부 학생들이 이러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학부형들에게도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감독에게 교육을 맡겼으면 자신의 아들을 감독에게 일임해야 하는데, 시합에 안 내보낸다는 이유로 파벌 싸움 등 상식 이하의 행동을 보이면 그 피해는 결국 학생들에게 돌아오게 되어 있어요. 무엇보다 학생 야구에서 반드시 알아야 할 점은 ‘학생들은 성장하는 아이들’이라는 사실입니다. 고등학교 2학년 말, 늦어도 고등학교 3학년 초 까지는 그 학생의 실력을 그대로 단정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문자 그대로 ‘꿈나무’이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도 눈썰미가 정확한 감독들이라면 잘 하는 선수, 즉 ‘꿈나무’를 찾아 내지 않겠습니까?

Q : 학생야구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더 듣고 싶습니다. 현재 직면한 학생야구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 : 열악한 재정 환경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야구를 하는 어린 친구들 중 결손 가정이 생각 외로 많습니다. 일례로 학생들이 10만원 내외의 돈으로 급식을 해결할 수 있는데, 이마저도 못 먹는 학생들이 부지기수입니다. 상황이 이러한데, 지원금을 줄이겠다는 것은 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학교의 지원도 전무한 상황이구요. 그러다보니, 월 회비라는 것 자체가 (대외적으로) ‘포장’이 되어 있습니다. 회비가 40만원이다, 50만원이다 라고 얘기를 하지만, 그것은 순수하게 선수들의 ‘밥값’ 정도밖에 안 됩니다. 기본적으로 100만원이 넘어간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여기에 합숙 훈련까지 감안한다면 돈이 더 들어가죠. 그런데 회비를 못 내게 되면, 선수 생활을 못 하게 되는 학생들만 상처 입게 되는 것입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부분입니다.

그래서 프로야구가 출범한지 30년 가까이 됐지만, 프로구단들이 ‘될성부를 만한 어린 선수들’에 대한 장학금이 전무하다는 것은 내심 아쉬운 부분입니다. 그래서 프로구단이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프로구단과 계약하는 선수들이 ‘계약금 10%’를 모교에 기증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중요한 것은 연습생으로 데려가건, 프로 지명으로 데려가건 간에 선수를 한 명 데려가면, (프로구단 측에서) 아마야구 육성 기금을 비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고교야구 선수들이 신고 선수를 포함해서 약 20명이 프로에 입단한다고 가정해 봅시다. 그렇다면 한 명당 500만원씩만 비축해도 얼마가 됩니까? 1억이라는 돈이 매년 쌓이게 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자본을 바탕으로 ‘재능은 있으되, 가정 형편이 어려운’ 아마야구 선수들을 지원하면 좋지 않겠습니까? 제가 보기에 프로야구단이 적자라고는 하지만, 이러한 선행이 전제되고 축적된다면, 프로야구 관중 천만 명은 우습게 넘어가리라 생각합니다. 한편으로는 실업팀, 특히 자금력이 있는 금융권으로 하여금 실업 야구를 부활시키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중요한 것은 일부 임원들이 ‘기본 마인드’를 제대로 잡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돈을 냄으로써, 학생들이 존재한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거꾸로 생각해야 합니다. ‘저 학생들이 있기 때문에 내가 봉사한다’는 생각을 가져야 합니다. 하지만, ‘내가 너희들을 도와주니까 너희들이 운동을 하는 것이다’라고 단정을 지어버리지요. 그렇다면 아예 모든 비용을 다 부담한다면 또 모를 일입니다. 일부분 부담하면서, 경기나 심판 등에 관여를 하니까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지요. 그래서 제 목표는 딱 하나뿐입니다. 금전적인 개입 없이, 사리사욕 없이 학생들에게 교육을 시키기 위한 야구를 하는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저를 향해 ‘옳은 말을 잘 한다’고는 하지만, 솔직히 옳은 말이 아닙니다. 단지, 많은 야구인들이 하고 싶어도 못 하는 이야기가 많을 뿐이라 생각합니다. 그 이야기를 제가 대신 해 주는 부분도 적지 않을 뿐입니다.

또한 열악한 재정을 실업연맹을 통하여 해결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고교야구를 경험한 선수들이 한 실업팀에 한 명만 있어도 되거든요. 그 선수들이 다른 선수들을 교육시켜서 경기에 참가시키는 것도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즉, 그러한 선수들에게 운동과 함께 사회에 기여하는 기회를 주어야만이 (학부형들이) 운동을 시킵니다. 탈출구가 있어야 하잖아요?

또 한 가지 방법은 각 학교 야구부 운동장이나 아마야구장 사용 방식을 공식적으로, 입찰 방법을 취하는 것입니다. 비공식적인 방법을 버리자는 것이지요. 그렇게 운동장 대여로 발생한 수익금을 학교 발전기금으로 사용하면 학생들 부담도 줄어들고, 학교측에서도 투명하게 예산을 집행할 수 있으니, 이것이야말로 학생 야구 생존의 길이라 생각합니다. 기존의 방식을 고집한다면 아마야구의 수준이 낮아지고, 결국은 프로야구의 재미가 반감될 수밖에 없습니다.

Q : 그렇다면 ‘학생들, 이렇게 지도해야 한다’는 철학이 있으시다면 무엇입니까?

이 : 지도자들이 ‘인체공학적’인 부분을 지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단순히 야구 강습을 넘어 ‘왜(why)’에 대한 지도가 필요합니다. 즉, 팔꿈치를 모자챙 높이까지 올리고 투구해야 한다면 무조건 ‘팔을 높이서 던지란 말이야!’ 라고 윽박지르지만 말고, 그 원리를 가르쳐야 합니다. 예를 들어 ‘제 1의 방법으로 던지면 A의 이유로 불편하지 않느냐? 그런데 제 2의 방법으로 공을 던지면 B의 이유로 인해서 효과적으로 던질 수 있다’라고 가르쳐 주면 학생들 금방 배웁니다. ‘왜?’를 가르쳐 주면 학생들이 빨리 이해를 합니다. 무조건 잘 맞히고, 무조건 잘 던지는 것만이 최선은 아닌 셈이죠. 무조건 ‘이거 하지 마!’보다는 ‘이렇게 쳐야 힘이 있겠니, 아니면 이렇게 쳐야 힘이 있겠니’ 라고 효율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원리’가 중요합니다.



▲ 이형진 회장은 직접 배트를 들고 ‘학생들, 이런 원리로 가르쳐야 한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었다.

Q : 이렇게 야구에 대해 열정적이시고, 안양시 역시 아마야구 지원에 적극적인데 안양시에 황금사자기 등 전국 고교야구 선수권대회를 개최하실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이 : 그러나 그것은 시 재정상 다소 어렵지 않나 싶습니다. 이런 점이 참 힘들죠. 인천같은 경우 ‘미추홀기 대회’를 개최하지만, 안양에서는 유일하게 경기도 대회인 ‘안양시장기 경기도 초, 중, 고 야구대회’를 개최합니다. 그것만 해도 천만원 단위로 소모됩니다.

그런데 각 시/도 야구협회가 재정난에 허덕이고 있지 않습니까? 그것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해당 ‘도’ 협회에서 각 ‘시’에 대회를 하나씩 유치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된다면 ‘도’의 재정을 확실히 줄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경기도만 해도 다섯 개 도시에서 경기를 하나씩만 유치해도 훌륭한 야구인을 회장으로 모셔올 수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그러한 분들에게 봉사할 수 있는 기회를 주자는 것이죠. 자리에만 연연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Q : 마지막으로 사랑하는 후배 야구선수들, 특히 학생 야구에 몸담고 있는 선수들과 지도자들에게 한 말씀 조언을 해 주신다면?

이 : 제 경우를 보았을 때 안양시 야구협회장을 맡은 것만 해도 인생에서 성공했다고 생각합니다. 초등학교 팀 하나, 고등학교 팀 하나 설립한 것을 비롯해서 예산 확보로 충훈고등학교 기숙사까지 설립했죠.

자, 그런데 인생의 목표를 ‘대학’이라고 가정해 봅시다. 일반 학생들은 ‘대학’을 공부해서 들어가는 것이고, 야구선수들은 야구를 해서 들어가는 것입니다. 가고자 하는 목표는 똑같아요. 단지 방법만 틀릴 뿐이죠. 그런데 야구 선수들이 공부 못한다는 이유로 주눅이 들어 있어요. 그때는 조금 자신 있게 이야기 했으면 좋겠어요. “(대학이라는) 목표는 똑같지만, 방법만 다를 뿐이다” 라고요. 그리고 이에 수반하여 길바닥에 떨어져 있는 조그마한 글귀 하나라도, 잡지 하나라도 수시로 읽으라는 소리를 하고 싶습니다. 그렇게 한다면, 사회성이 높아진다는 것은 시간 문제라 봅니다.

또한 일선 지도자들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운동만 시킬 것이 아니라 일주일에 두, 세시간 만이라도 학부형이나 선생님들로 하여금 선수들의 사회성을 키우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실시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충훈고등학교 선수들을 상대로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속담을 바탕으로 ‘목표’에 대해 이야기 했는데, 아무도 그 속담을 모르더군요(웃음). 너무 한심하더라고요.

이와 관련한 여담인데, 하루는 어느 학부형이 하소연을 했어요, ‘우리 애를 4년 만에 봤는데, 텔레비전 뉴스를 보는 애가 표정 없이, 점잖게 앉아 있었다’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우리 애가 참 점잖게 성장했구나, 감독 선생님들께 정말 감사해야겠구나’ 라고 생각했는데, 아니 이 녀석이 뉴스가 끝나도 똑같이 표정 없이 앉아 있었다는 거예요. 그래서 (학부형이) 왜 그러나고 물어봤는데, 물어 봐도 대답을 안 하고 눈만 멀뚱멀뚱 쳐다보기만 한다고 말씀하시더군요. 그제서야 그 학부형이 ‘아들을 야구하는 기계로 만들어 버렸다’고 하면서 아들에게 못할 짓을 했다고 하소연하신 적이 있었습니다.

결국 ‘우리’라는 공동체를 모르기 때문에 이러한 일이 발생한 것이죠. 그래서 충훈고등학교는 아침 조회 시간에는 전 선수들을 내보냅니다. 그리고 틈 나면 졸더라도 수업에 참여시킵니다. 이유는 딱 한가지입니다. ‘선수들에게 동창을 만들어 주기 위함’입니다. ‘동창’이라는 단어가 정말로 큰 의미가 내포되어 있죠. 교실에서건 사회에서건 친구들을 만나도 ‘야, 우리 같은 반에서 공부하던 친구 맞지? 그때 야구했잖아!’ 라고 이야기 할 수 있잖아요. 이런 것이 바로 사회성이죠. 그런데 처음에는 선수들이 한 마디도 못 했어요. 또한 ‘왜 아침 일찍부터 조회에 참가시키냐’는 등 학부형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았죠. 하지만 요즘은 반대입니다. 선수들에게 ‘친구’가 있기 때문입니다. 같은 반 친구들이 “야! 너 어제 홈런쳤지?” 라고 격려해 주면, 동료 의식, 연대 의식이 생기고 나아가서는 모교 의식이 생기는 것이죠. 이런 방법을 유도해 주어야 해요. 그런데 대부분의 일선 지도자들은 이러한 기회를 차단시키고 있죠. 사실 지도자들부터 깨어있어야 해요(웃음).

※ 이형진 회장은 누구?

안양시 야구협회장으로써, 배문중학교 - 경동고등학교/배제고등학교 시절, 주로 2루수와 3루수를 맡았던 ‘아마야구 선수’ 출신이다. 선친과 큰아버지(故 이재천, 이재현 장군)는 대한민국 임시정부 광복군의 전신인 한국 청년 전지 공작대를 창설한 ‘독립운동가’ 이기도 하다.

대한야구협회 홈페이지에 많은 글을 개제할 만큼 야구에 대한 열의가 상당한 이형진 회장은 2001년 안양시 야구협회장에 취임한 이후 안양 충훈고등학교 야구부 설립, 대만 타이중시 야구협회 우호 결연, 석수 야구장 건립 등 아마야구에서 굵직한 사업을 착수하여 성공적으로 끝내기도 했다.

현재 군(軍) 전자파 대책 관련 회사인 에미텍(EMI-TECH) 사장이기도 한 이형진 회장은 안양시 시정 발전위원을 포함하여 안양시 지역사회안전위원회 부위원장 등 지역사회 각종 단체에서도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열혈 야구인'이다.



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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