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점이다. 전체 경기에 절반만 치르고도 벌써 승점 50점을 따냈다. 분명 리그를 시작할 때만 해도 전혀 예상할 수 없었던 결과이다. 1무 1패. 바르셀로나가 처음 리그 2경기를 치뤘을 때의 성적표는 정말 초라했다. 감독 경험이 풍부하지 않은 펩 과르디올라 감독의 능력에도 의문을 품으며 시즌을 시작했다. 그러더니 3라운드에서 스포르팅 데 히혼을 5점 차로 꺾으면서 연승·무패 행진을 시작했다. 헤타페와의 홈 경기에서 무승부를 기록한 것을 제외하면 모든 리그 경기에서 승점 3점을 따낸 것이다. 코파델레이 8강, 챔피언스리그도 16강에 진출하며 펩호 바르셀로나는 최상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우선 이번 시즌 바르셀로나의 포메이션을 보자.
바르셀로나의 수비는 3백과 4백을 넘나든다. 오른쪽 수비수인 다니엘 알베스가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한다. 그럼으로 생긴 공백을 수비수들의 위치 이동으로 3백으로 변형하여 메꿔주고 있는 것이다. 물론 투레의 수비 가담 또한 바르셀로나의 수비를 두텁게 하는 데 크게 일조한다. 왼쪽 수비수인 아비달은 알베스에 비하면 상당히 안정적인 경기를 한다. 오른쪽과 균형을 맞추기 위해, 또 지나친 공격 위주의 플레이를 피하기 위해서인 것이다. 3백과 4백을 모두 소화할 수 있는 아비달의 능력 덕분에 가능한 일이다.
역시 바르셀로나의 중심은 샤비라고 할 수 있다. 바르셀로나 공격의 대부분은 그의 발에서 시작한다. 지난 시즌의 샤비가 데코를 보좌해주는 역할이었다면 이번 시즌의 샤비는 케이타와 투레의 존제로 인해 수비적인 부담을 조금 덜어내고 보다 공격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골도 4골이나 뽑아냈다. 케이타의 가장 큰 역할은 많이 뛰는 것이다. 샤비를 보좌해주는 역할 외에도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한다. 헤딩으로 골을 넣을 만한 선수가 부족한 바르셀로나에서 2선 침투를 통해 공격의 마침표를 찍을 수 있는 역할 또한 케이타가 해준다.
메시는 최전방보다 약간 뒤에서 바르셀로나의 공격을 이끈다. 프리롤에 가까운 움직임을 보이며 중앙과 오른쪽을 오가며 플레이한다. 앙리는 주로 왼쪽에서 최전방으로 치고들어오는 플레이를 보여준다. 그리고 에투는 이 두 선수들에게 공간을 주기 위해 활발한 무브먼트를 보여준다.
이번엔 바르셀로나의 이번 시즌 성적을 살펴보자.
2등인 레알 마드리드와의 승점 차이는 무려 12점이다. 최하위인 오사수나의 승점에 4배에 육박하는 승점이다. 그리고 동시에 최다득점, 최소실점도 기록했다. 앙리, 에투, 메시의 삼각편대가 기록한 득점은 레알 마드리드 팀 전체가 기록한 득점과 같다. 바르셀로나의 실점은 세비야와 비야레알을 제외하면 모든 팀의 절반 밖에 되지 않는다. 더욱이 놀라운 것은 1,2라운드를 제외했을 때의 결과이다. 17경기에서 16승 1무, 승점은 49점, 58득점, 11실점, 47득점을 기록한 것이다. 전반기에만 승점 50점을 기록한 바르셀로나의 기록을 조금만 더 눈여겨보면 더욱 놀라워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만약 그들이 최초 2경기에서도 승리를 했다면, 리그 시작이 2주 정도 늦었다면 어땠을까?
선수들의 평점을 매겨보자. 순서 및 번호는 등번호이다.
1. 빅토르 발데스 ★★★☆
리그 전 경기에 출전했지만 그가 해야할 몫은 크지 않았다. 그래도 특별히 큰 실수 없이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2. 마르틴 카세레스 ★★★
리그 4경기, 챔피언스리그와 코파델레이를 포함하면 11경기에 나섰다. 그의 대인 마크 능력과 잠재력은 뛰어나다. 하지만 아직 실수가 많고 집중력이 떨어지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다. 밀리토가 돌아온다면 입지는 더욱 좁아질 것이다.
3. 헤라르드 피케 ★★★☆
밀리토가 부상을 입은 상황에서 푸욜과 마르케스 다음으로 선택할 수 있는 첫 번째의 수비수이다. 초반엔 집중력이 떨어지는 모습을 자주 보여줬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안정되는 모습이다.
4. 라파엘 마르케스 ★★★★
그의 패싱력은 과르디올라 감독 밑에서 더욱 빛을 보고 있다. 터프하고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5. 카를레스 푸욜 ★★★★☆
그는 늙지 않았다. 대부분의 경기에 출장했고 항상 파이팅 넘치는 모습을 보여주어 팀에 큰 힘이 되었다. 그는 역시 바르셀로나의 심장이다.
6. 샤비 에르난데스 ★★★★☆
바르셀로나의 축구 스타일은 볼 점유율을 높이는 데서 출발한다. 그리고 이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최고의 선수가 바로 샤비이다. 그는 언제나 자신의 몫을 해준다.
7. 아이더 구드욘센 ★★★☆
중앙 미드필더로 완벽하게 변신했다.
8. 안드레스 이니에스타 ★★★★
부상으로 인해 많은 경기에 뛸 수 없었다는 것이 아쉬울 뿐이다. 어디에서나 기대 이상의 활약을 보여주는 선수이다.
9. 사무엘 에투 ★★★★☆
시즌이 시작하기 전만 해도 불안했던 그의 위치는 지금 최다 득점자 랭킹의 가장 높은 곳에 있다. 18경기에 출전해 17골을 뽑아낸 그의 득점력은 최상이다. 감독과 불화가 생기지 않기를 바랄 뿐.
10. 리오넬 메시 ★★★★★
바르셀로나의 유일한 문제점을 뽑자면 메시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것 아닌가 하는 생각 뿐이다. 그는 확실한 팀의 에이스이다.
11. 보얀 크르키치 ★★★
이번 시즌의 가장 큰 아쉬움은 보얀의 활약이 크지 못했다는 것이다. 리그 경기엔 12경기에 출전했지만 선발 출장은 1경기 밖에 되지 않았고 골은 한번도 기록하지 못했다. 챔피언스 리그와 코파델레이에선 5골을 뽑아내 괜찮은 활약을 보여주긴 했지만, 아쉬운 마음은 어쩔 수 없다.
14. 티에리 앙리 ★★★★
여전히 제 자리를 잡지 못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많이 받았지만 그는 시간이 지날수록 역시 앙리는 앙리임을 느끼게 했다. 헌신적인 플레이를 하면서도 11골이나 기록했다.
15. 세이두 케이타 ★★★☆
열심히 뛰고 확실히 팀에 보탬이 되는 플레이를 한다. 하지만 팀에 확실히 녹아들지 못한 느낌이 든다.
20. 다니엘 알베스 ★★★★☆
거금을 주고 영입한 이유가 있었다. 발데스보다도 많이 뛰며 이적하자마자 팀에 반드시 필요한 선수가 되었다.
21. 알렉산더 흘렙 ★★☆
알베스와 더불어 가장 큰 기대를 했지만 그는 아직도 제대로 적응하지 못했다.
22. 에릭 아비달 ★★★☆
아비달에게 뛰어난 공격력을 기대하지는 않는다. 그런 점에서 봤을 때 아비달의 이번 시즌 활약은 괜찮았다고 볼 수 있다.
28. 세르히 부스케츠 ★★★☆
88년생의 이 어린 선수는 189cm의 뛰어난 피지컬로 궂은 일을 도맡아하며 팀에 보탬이 되었다. 그의 활약을 예상한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후반기에도 활약할 수 있을지는 그가 얼마나 경기 경험과 집중력을 높이느냐에 달려있다.
29. 빅토르 산체스 ★★★
바르셀로나 공식 홈페이지엔 수비수로 등록되어있고 싸커라인 같은 사이트엔 미드필더로 등록되어있다. 그의 진짜 포지션이 뭔지는 아무도 모른다. 중앙 미드필더와 중앙 수비수로 이번 시즌 경기를 치뤘는데 내 생각엔 그에게 더 어울리는 포지션은 미드필더인 것 같다. 제2의 이니에스타가 되기를.
코멘트 몇 가지.
메시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은 것 아닌가?
팀의 에이스가 있고 없고의 차이는 당연히 존재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메시가 없을 때의 바르셀로나는 경기력 자체가 떨어졌다기보다는 가장 효과적으로 상대의 밀집 수비를 뚫을 수 있는 선수가 없다고 봐야할 것이다. 메시 없이 경기를 치루고 무승부를 기록한 헤타페 전에도 1대1로 비기기는 했지만 경기력은 역시 상대를 압도했다.
후반기에도 전반기만큼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지금의 분위기로는 상당히 긍정적이다. 그러나 축구계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누가 예측할 수 있겠는가. 리그 우승컵에도 어느 팀보다도 가까이 다가갔을 뿐이지 확정된 것이 아니라 생각해야할 것이다.
이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