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0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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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사랑, 냄비 말고 뚝배기와 같은 마음으로

기사입력 2009.01.13 10:41 / 기사수정 2009.01.13 10:41

손현길 기자



[엑스포츠뉴스=손현길] 올림픽 야구 대표팀의 기적 같은 전 경기 승리 금메달 이후 지난해 한국 프로야구는 500만 관중을 돌파하며 전성기를 다시 찾았다.

야구에 별다른 관심이 없었던 사람들도 야구라는 스포츠에 매력을 느끼기 시작했고, 야구 경기장에는 많은 사람이 북적이기 시작했다. 가장 크게 변화된 점은 선수들의 멋진 플레이와 경기가 끝나기 전에는 누구도 결과를 예측하지 못하는 극적인 승부에 매료된 젊은 여성 팬들이 남성들의 전유물로만 남을 것 같았던 야구장에 방문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또한, 야구를 배우고 싶어 하는 어린이는 늘어났으며 한동안 감소세의 야구교실도 다시 한두 개씩 늘어났다. 이렇게 야구가 국민에게 많은 인기를 얻고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상황을 보고 있노라면 기쁘기 그지없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2002년 월드컵 이후가 생각나면서 적지 않은 걱정이 앞선다. 2002년 월드컵. 한국은 수많은 도박사의 예상을 뒤엎으면서 4강에 올랐다. 우리 국민은 축구에 열광했고, 프로축구의 인기는 높아졌으며 많은 사람이 축구장을 찾았다.

애석하게도 축구에 대한 국민의 뜨거운 열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일각에서는 "냄비근성이다"라고 꼬집었을 만큼. 

물론 대한민국 축구가 그 이후 이렇다 할 실적을 올리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더불어 프로축구의 홍보와 관중 몰이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2002년 월드컵 이후 영원할 것만 같았던 축구의 인기는 지금은 찾아보기 힘들다.

다른 비인기 종목도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영화화되면서 '우생순 신화'를 다시 쓰겠다던 핸드볼 국가 대표팀에 대한 뜨거웠던 관심은 올림픽 이후 순식간에 사라졌다. 결국, 국민의 무관심 속에 핸드볼 큰잔치를 쓸쓸하게 치를 수밖에 없었다. 어느 종목이 되었건 냄비근성이라는 이름으로 많은 선수와 관계자들이 상처를 받았을 것이다.

한국의 프로야구가 한국시리즈를 마치고 우승팀이 가려진 지도 벌써 2개월여가 지났다. 이제 겨울 스토브리그도 마무리되어가면서 잠시 우리의 곁을 떠났던 야구가 조금 더 멀어진다. 이쯤 되니 선수들이 2009년 시즌을 준비하는 겨울 동안 우리 국민의 마음이 다른 종목에서처럼 야구에서도 떠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이런 우려를 씻어내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야구에 대한 투자와 각 구단들의 효과적인 마케팅, 그리고 선수들의 팬서비스 등이 다양하게 이루어져야 함은 당연하다. 그리고 이 순간에도 진행이 되어지고 있다. 이렇듯 구단의 지속적이고 효과적인 마케팅과 팬서비스는 팬들을 야구에 꾸준히 관심 갖게 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구단의 노력이 아니다. 

쉽게 달아오르고 쉽게 식어버리는 냄비근성을 버리고, 꾸준히 야구를 사랑하고 즐길 줄 아는 뚝배기 같은 성숙한 팬. 즉 진정으로 야구를 사랑할 줄 아는 팬이 되는 것이 가장 필요하다. 야구 그 자체의 매력에 빠지고 즐기는 팬이 되어야 한다.

올림픽 금메달의 좋은 성적을 올린 선수들의 노력을 비하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금메달이라는 보기 좋은 포장에 현혹되지 말았으면 한다. 그라운드에서 열심히 뛰는 선수들에게 환호를 보내고, 야구장에서 순수하게 야구를 즐기며 선수들과 함께 호흡할 수 있는 뚝배기 같은 팬들의 모습이 영원토록 지속되길 바란다 이런 팬들의 지속적인 사랑이야말로 강하고, 경쟁력 있는 리그를 만들 수 있다.

다가올 2009년 제 2회 WBC의 결과가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다만, 결과에 따라 야구에 대한 관심과 열기가 금세 식어버리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가 앞선다. 야구를 사랑하는 뚝배기 같은 마음으로 이런 우려가 쓸데없는 우려였다고 보여주기를 고대해 본다.



손현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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