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8.12.28 01:59 / 기사수정 2008.12.28 01:59
[엑스포츠뉴스=김경주 기자] 2위와 5위, 승점 23점 차. 언뜻 보면 쉽게 결정날 것만 같은 경기지만 안양한라와 하이원. 이 양 팀의 경기는 순위 싸움보다는 '자존심'이 걸린 문제다.
유난히 길어지는 경기 시간과 잦은 신경전, 몸싸움은 이제 양 팀의 경기에서는 당연히 여겨지는 하나의 의례와도 같다.
경기 내내 독특한 사건도 많고 말도 탈도 많은 그러나 그만큼 화끈한 두 팀이 2008년 마지막 대결 중 첫 경기를 치렀다.
올 시즌 양 팀의 상대 전적은 전국 선수권 대회 포함 3승 1패, 하이원이 절대적 우위가 있다. 이 우위는 지난 시즌부터 이어진 것으로 이번 08-09시즌 안양한라가 1위를 달리며 승승장구하는 동안에도 하이원에 만큼은 쉽사리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
자존심을 빼앗기다
12월 27일, 안양한라의 홈 링크인 안양 빙상장에서 열린 이번 2연전의 첫 자존심은 고질적인 수비 불안을 깨치지 못한 안양한라를 제대로 공략한 하이원이 단단히 세웠다.
하이원은 이용준이 두 골을 터트리는 맹활약에 힘입어 안양한라에 4-1의 깔끔한 승리를 거뒀다.
경기 초반부터 하이원은 홈팀 안양한라를 거세게 몰아붙였다. 22초 만에 안양한라 손호성 골리의 간담을 서늘하게 할 만한 슈팅을 시작으로 쉴새없이 안양한라를 괴롭혔지만 오히려 첫 골은 안양 한라에서 나왔다.
지난 11월 일본 원정에서 입은 어깨 부상으로 한 달 간 경기에 출장하지 못했던 김한성이 넘어지며 한 슈팅이 그대로 하이원 엄현승 골리의 패드 사이를 지나 골로 연결되었다.
그러나 5분 뒤 하이원의 이용준은 한 명이 부족한 쇼트 핸디드 상황에서 안양한라의 수비수, 윤경원의 수비 실수를 놓치지 않고 골로 성공시켜 동률을 이뤄냈다.
팽팽한 균형을 이룬 채 1P를 마친 양 팀은 2P 들어 소강상태를 보이는 듯했다. 2P 초반, 안양한라는 공격 중 문전에서 브락 라던스키가 상대 수비수와 골리에 걸려 넘어지며 페널티 샷을 얻어냈으나, 골로 연결하지 못하며 역전의 기회를 놓쳤다.
안양한라가 놓친 역전의 기회를 하이원은 제대로 살렸다. 팀의 첫 골을 터트린 이용준이 2P 8분 12초에 구와바라 라이언 하루오의 패스를 받아 골에 성공, 전세를 하이원의 것으로 만들었다.
이어지는 해프닝
계속되는 하이원의 공세 속에서 가벼운 해프닝도 벌어졌다. 구와바라 라이언 하루오가 슈팅한 퍽이 골라인을 넘지 못하고 다시 나온 것.
구와바라를 비롯한 하이원의 선수들은 골로 생각하고 세리머니를 펼쳤으나 안양한라의 선수들은 골대 근처에 모여 심판에게 골이 아님을 주장했다.
골대 뒤편에 마련된 특별석에 앉은 안양한라의 팬 또한 팔로 엑스를 그려 보이며 골이 아님을 표현했다.
결국, 심판은 골라인을 넘지 않은 것으로 판단, 구와바라의 세리머니는 없었던 일이 되었다.
작은 몸싸움도 일어났다. 구와바라와 이권재가 경기 중 벌인 신경전이 육탄전으로 이어졌다. 다행스럽게도 주심과 선심이 모두 달라붙어 둘을 금방 떼어내 오랜 싸움으로 번지지는 않았다.
흔들리지 않은 하이원
이런 해프닝을 뒤로 한 채 시작된 3P 에서도 하이원의 파상공세는 멈추지 않았다. 하이원은 공격에서만이 아니라 수비시에도 골문 근처에 둘 이상의 선수가 악착같이 들러붙어 안양한라의 골을 저지했다. 엄현승 골리는 이 경기에서도 신들린 선방을 계속하며 팀 승리에 숨은 조력자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했다.
하이원은 주장 송치영과 루키 권태안의 골을 더해 안양한라에 4-1의 승리를 거두며 자존심 대결에서 먼저 기선을 제압했다.
꼬이기 시작한 안양한라…수비의 안정이 필요한 지금
안양한라로서는 자존심 상할 수밖에 없는 경기였다. 최근까지 불을 뿜던 공격진은 침묵을 지켰다. 이 날 안양한라가 넣은 골은 단 한 골, 그나마도 한 달 만에 복귀한 김한성의 골이 전부였다.
그동안 브락 라던스키와 브래드 패스트, 김기성을 주축으로 하던 주포들은 물론 김원중, 박우상,이유원 등 쏠쏠히 골을 모으던 선수들 모두 침묵을 지켰다.
흡사, 지난 시즌 내내 계속 되었던 어렵게 넣고 쉽게 내주던 악몽과도 같은 모습이 재현된 것만 같았다.
올 시즌 안양한라가 27경기 동안 터트린 골은 총 116골로 리그 내 최다 골이다. 한 경기를 더 치른 세이부의 111골보다 5골이 많다.
그러나 세이부의 73실점보다 12실점이 더 많은 85실점을 기록하고 있다. 많이 넣은 만큼 많이 빼앗긴 것이다.
기실, 화려한 공격력에 가려져 그 불안한 모습이 덜 드러났지만 안양한라의 수비는 항상 상위권 팀의 그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여왔다.
수비답게 달라붙어 상대 공격수를 괴롭히는 모습도 몸을 날리는 허슬 플레이도 부족하다.
시즌 막판으로 가면서 체력적인 문제를 고려하면 공격보다 수비가 한발 더 뛰어야 한다. 만약, 이러한 잦은 실수와 벌어지는 수비 간격을 당장 해결해야 한다.
다음 시즌을 대비한 드래프트에서도 수비수는 연세대 출신 홍현목만을 지목한 안양한라는 그러나 그나마 지목한 홍현목마저 다리 부상으로 당장 출전할 수 없어 기존 멤버로 가능한 한 꾸려나가야 하는 상황이다.
수비 불안을 극복하지 못하면 아무리 골을 넣어도 경기를 쉽게 풀어갈 수 없다. 간과할 수 없는 이 사실을 잊는다면, 꺾인 자존심을 다시 회복하기 어렵다는 것을 안양한라는 절대 잊어선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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