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2-01 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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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볼뷰] 야유가 아닌 환호 속에 치러진 호날두의 퍼포먼스

기사입력 2008.12.19 03:36 / 기사수정 2008.12.19 03:36

안경남 기자

[엑스포츠뉴스=안경남 기자] 유럽과 아시아의 실력 차이를 여실히 보여 준 경기였다. 물론 감바 오사카는 일본팀 특유의 아기자기한 패스 게임을 통해 경기 막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를 당황케 했다. 그러나 힘과 기술 모두 한 수 아래임을 확인할 수밖에 없었다.

맨유는 18일 밤 일본 요코하마 국제 경기장에서 열린 'FIFA 클럽 월드컵 2008' 준결승에서 감바 오사카를 5-3으로 꺾고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이로써 맨유는 오는 21일 남미 챔피언 리가 데 퀴토와 '세계 챔피언' 자리를 놓고 한판 대결을 펼치게 됐다.

요코하마 국제 경기장에서 열린 맨유와 감바 오사카의 준결승은 마치 친선경기 같았다. 감바 오사카를 응원하는 열성적인 서포터즈도 많았지만 맨유의 붉은 유니폼을 입고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라이언 긱스, 폴 스콜스, 카를로스 테베즈 등 수퍼 스타들의 움직임 하나하나에 환호성을 아끼지 않는 일본 팬들도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었다.

반드시 승자가 패자가 존재하는 준결승이었지만 직접 맨유의 선수들을 지켜보는 팬들에게 승패는 그리 중요한 이슈가 아닌 듯 했다. 먼저 찬스를 잡은 쪽은 감바 오사카였다. 전반 12분 엔도의 로빙 패스를 받은 반도가 날카로운 슈팅을 시도했으나 반 데 사르 골키퍼 선방에 막히고 말았다.

이후 분위기는 호날두의 원맨쇼 속에 맨유 쪽으로 서서히 기울기 시작했다. 전반 15분 골문을 살짝 벗어난 왼발 슈팅으로 상승세를 탄 호날두는, 좌우 측면을 가리지 않는 위협적인 움직임을 통해 감바 오사카의 수비진을 흔들었다. 효과는 이내 네만야 비디치의 머리에서 나타났다. 28분 코너킥 상황에서 높이를 활용한 헤딩 슈팅으로 선제골을 기록한 것.

신이 난 맨유 선수들은 프리미이리그에서는 좀처럼 보여주지 않는 발재간까지 선보이며 경기장을 가득 메운 팬들을 즐겁게 해줬다. 결국 전반 내내 군계일학의 플레이를 펼친 호날두가 또 다시 코너킥 상황에서 타점 높은 헤딩으로 감바 오사카의 골망을 흔드는데 성공했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승리를 확신했고, 경기는 2-0으로 끝날 것 같지 않았다.

그러나 사실 후반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더 이상의 추가 득점은 터지지 않을 거 같아 보였다. 원톱으로 선발 출전한 테베즈는 오프사이드를 난발하며 헛방만 날려댔고 일찌감치 승리에 도취된 맨유 선수들은 경기장을 어슬렁거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후반 74분 선수 교체로 어수선해선 맨유의 수비망을 뚫고 야마자키가 추격골을 성공시키며 경기는 급반전됐다.

아시아 클럽의 득점이 기분 나빴는지 교체 투입된 웨인 루니는 불과 1분 뒤 플래처의 로빙 패스를 받아 득점에 성공하며 잠시나마 추격의 희망을 가졌던 니시노 감독을 무안하게 했다. 엔도의 화끈한 중거리 슈팅을 앞세운 감바 오사카의 반격 역시 만만치 않았으나 오히려 맨유의 화력에 불을 지 필 뿐이었다.

78분 오버래핑에 나선 파트리스 에브라의 크로스를 쇄도하던 대런 플래처가 헤딩 골을 터트린데 이어 79분에는 루니가 긱스의 전진 패스를 받아 한 골을 더 추가시키며 점수는 순식간에 5-1로 벌어졌다. 루니의 집중력은 빛을 발했고, 프리미어리그에서 야유의 대상이었던 호날두의 화려한 개인기는 팬들의 뜨거운 환호를 받았다.

이미 경기는 끝난 듯 보였으나, 감바 오사카는 끈질긴 모습을 보이며 경기 막판 퍼거슨 감독의 껌 씹는 속도를 빠르게 해줬다. 후반 85분 게리 네빌의 핸들링 반칙으로 얻어낸 페널티 킥을 엔도가 가볍게 성공시키며 두 번째 골을 터트린 감바 오사카는 4분 뒤 하시모토가 강력한 슈팅으로 맨유의 골망을 재차 흔들며 아시아 챔피언으로서 최소한의 자존심을 지킬 수 있었다.

두 팀 합쳐 8골이 터진 화끈한 화력쇼는 축구 팬들에게 모처럼 경기를 즐기는 재미를 더 해 줬을지 모르나, 한국인의 한 사람으로서 '산소탱크' 박지성(27)의 결장은 살짝 아쉬움을 남겼다. 유럽에서 무산된 나카무라 슌스케와의 작은 한일전이 일본 열도에서 그것도 다수의 일본 선수들과 박지성 선수 간에 펼쳐질 한일전을 기대했으나 퍼거슨은 최근 쉼 없이 달려 온 박지성에게 출전 대신 휴식을 부여했다.

이날 호날두의 화려한 퍼포먼스는 일본 팬들의 뜨거운 환호성을 받았다. 프리미어리그에선 대부분 팬들의 야유 속에 경기를 치러야 했지만, 그의 화려한 발재간을 좋아하는 아시아 팬들은 호날두에게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클럽 월드컵을 마치고 다시 잉글랜드로 돌아간 호날두는 어떠한 생각을 하게 될까. 그리고 같은 날 언론의 이슈가 된 호날두의 레알 마드리드행 보도가 유난히 눈에 들어 왔다면 지나친 오버일까.

[안경남의 풋볼뷰] 축구공은 하나지만 그 안에서 수 많은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풋볼뷰(Football-view)는 새로운 시각을 통해 축구를 보는 재미를 더해 드리겠습니다.



안경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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