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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판삼국지] 안양 한라 김원중, '밝은 아이'가 전하는 행복한 빙판의 노래 - ①

기사입력 2008.12.18 14:40 / 기사수정 2008.12.18 14:40

김경주 기자



[엑스포츠뉴스=김경주 기자]
안양 한라가 연일 상승세를 타고 있다. 브락 라던스키는 리그 득점 선두를 달리고 있고, '슈퍼 루키 듀오' 김기성과 박우상은 연일 짝을 지어 골과 도움을 터트린다. 이러한 주포의 활약만 안양 한라의 지금을 지탱하는 것은 아니다.

지난 시즌보다 여러 선수의 스틱에서 골이 터져 나오고 있다. 2년차, 김원중도 예외는 아니다. 순정 만화 주인공 마냥 말끔하게 잘생긴 얼굴에 빠른 몸놀림. 경기가 끝난 후 헬멧을 벗으면 여기저기서 탄성 소리가 들려온다. 예쁘장한 얼굴에 반해 그의 이름을 외치는 여성 팬도 적지 않다.

아마 안양 한라에서 제일 빠를 거라는 마냥 소년 같은 얼굴의 그는, 아무도 인사하러 오지 않는 서포터석으로 혼자 와 인사를 건넸다. 잘생긴 얼굴 만큼이나 예쁜 마음이 더해져 있었다. 경기를 뛰던 못 뛰던 그의 스케이트는 남들과는 다르게 한 곳에 더 닿았고 그래서 김원중은 더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인사 하나로 안양 한라 팬의 사랑을 받던 그에게 더욱 큰 사랑이 쏟아지고 있다. 골이 터지기 시작했다. 스틱을 돌리고 관중석을 향해 손을 치켜든다. 지금, 소년은 날아갈 것만 같다. 누구보다 행복한 스케이터 김원중을 만났다.

Q. 요즘 기분이 좋을 것 같다.

A. 물론이다. 정말 기분 좋다. 올 시즌 들어 6골 째다. 지난 시즌에 비해 벌써 두 배다. 지난 시즌은 전 경기 다 뛰었었는데, 3골이었다. 사실, 예전 얘기를 하려고 하면 창피하긴 하다.  지난 시즌은 꾸준히 뛰었고 이번 시즌은 초반에 출전 기회가 많지 않았는데도 기록이 좋다. 공격 포인트가 많다는 자체로 기분이 좋다.

Q. 시즌 초반에 출전기회가 많지 않았다.

A. 개막 하이원전에는 3조에 있었는데 내가 생각지도 못한 실수가 있었던 것 같다. 그 실수가 3조에서 4조로 내려가는 계기가 되어 버렸고, 시즌 초에는 4조가 출전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았다. 거의 3조에서 경기를 끝내버렸으니까. 그래서 계속 출전 기회를 잡지 못했던 것 같다.

난 내가 4조까지 내려가서 이렇게 못 뛸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라는 생각이 들어서 조금 슬프기도 했다. 속도 많이 상하고 생각이 참 많았었다. 그래도 겸허히 받아들이기로 했다. 시즌은 길고 언젠가 기회가 올 것이라고 믿었다.

Q. 4조까지 내려갔었는데 세이부 전엔 1조로 뛰었다.

A. 중국 원정에서부터 1조로 뛰었다. 중국가서 운동하는데 라인업이 바뀌어 있었다. 나중에 운동 끝나고 감독님이 부르셔서 "유원이랑 패트릭이랑 같이 뛸 거니까, 스케이팅 연습 많이 해두라."고 하셨다. 그래서 '아, 1조에서 뛰겠구나.' 라고 생각했다.

위로 올라와서 부담될까봐 걱정했었는데, 막상 올라오니까 부담되지는 않더라. 다행인 게, (이)유원이랑 같은 조다. 유원이는 나이도 같고 친하고 그렇다 보니까 플레이에 대한 얘기도 많이 할 수 있고 그렇다 보니까 맘이 많이 편했다. 어떻게 보면 유원이가 있어서 부담이 안됐던 것 같기도 하다.

1조에 올라가서 4골을 넣었고, 어시스트를 3개를 했다. 내가 올 시즌 6골을 넣었는데 1조에 올라와서 2/3을 넣었다. 4조에 있을 때보다, 1조에 있으면 포인트 기회가 훨씬 많은 것 같다. 아무래도 패트릭이나 존 아와 뛸 기회가 생기다 보니까 국내 선수로만 이뤄진 조 보다는 기회가 생긴 것 같다. 포인트에 대한 욕심은 계속 생긴다. 그래서 계속 1조에 남고 싶다.

Q. 그래도, 내려갈 가능성은 언제나 있지 않겠나 

A. 남고 싶은 욕심도 있지만, 내려가도 괜찮을 것 같다. 시즌 초에 비해 4조가 출전 기회를 보장받고 있는 상황인데다가, 혹시 알고 있었나? (무엇을?) 쇼트 핸디드 상황이 되면 항상 나와 기성이가 수비로 나간다. (몰랐다.) 몰랐지? 그렇게 나가고 있는데 빙판에 나간다는 자체가 어떻게 보면 기회다.

이제는 어느 조에 있어도 팀에 항상 보탬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느 조에 있던 잘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Q. 중요한 것 아닌가, 자신감.

A. 진짜 자신감만 한 게 없는 것 같다. 지난 시즌이나 이번 시즌 초반엔 그런 자신감이 없었다. '난 해도 안 돼.' 란 생각이 먼저였는데, 지금은 '된다. 난 된다.'란 생각이 더 강하게 든다. 골이 자꾸 들어가니까 자신감이 더 붙는다.

이게 서로 반등작용이 되는 게 골이 들어가니 자신감이 생기고, 자신감이 생기니까 안 되는 것도 된다. 할까? 말까? 하던 슈팅도 한 번 더 하게 되고, 그러니까 골 들어가고.

Q. 유난히 차이나 샥스에 강하다.

A. 사실 나는 그런 걸 잘 모르겠는데, 하다보니까 유난히 차이나 샥스에 강했다. 형들도 장난  삼아 '차이나 킬러'라고 불렀다. 중국 가서도 두 골을 넣었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 (뭔가) 올 시즌 차이나 샥스랑은 경기가 모두 끝났다. 6경기 다 치러버렸다.(웃음)




올 시즌 안양 한라의 서포터는 응원석을 옮겼다. 그 후, 경기 종료 뒤 선수들은 항상 서포터를 외면하곤 했다. 고의는 아니었겠지만, 누구보다 열성적으로 응원하던 그들은 자신들의 목소리에 대답하지 않고 돌아 들어가는 선수들의 뒷모습이 좋아 보일 리가 없었다.

그러던 중 김원중과 전상현의 발길이 서포터석에 닿았다. 그 모습에 반해 김원중의 팬을 자처하는 서포터까지 생겨났다. 쉽지만, 쉽지 않은 일을 그는 하고 있었다. 
 
Q. 어느 날인가부터 서포터석에 인사를 하러 오기 시작했다.

A. 처음 인사를 했을 때가 아마 게임을 못 뛰고 있을 때였던 것 같다. 평소 뛰고 있을 땐 볼 여력이 없긴 한데 벤치에 앉아서 경기를 보다 보니까 뛰는 그 자체 말고도 참 여러 가지가 보였다.

사실 그렇게 많은 수는 아니지만, 항상 응원와주는 게 너무 고마웠다. 나뿐만이 아니라 내가 소속된 내 팀을 열심히 응원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너무 고마운데, 할 수 있는 게 당장 인사밖에 없었다. 그래서 인사라도 해야겠다고 생각해서 하게 된 거다. 사실 별거 아닌데,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전부다 가서 인사하더라.

Q. 다른 선수보다 세리머니가 관중을 향하는 편이다.

A. 응원해주는 사람이 있는데, 골은 나만 기쁜 게 아니고 동료도 기쁘고 응원해주던 팬도 기쁜 것 아닌가. 같이 즐겨야 되는데 우리끼리 좋아하는 것 보다 나을 것 같았다. 세리머니 하는 당시에는 골 들어간 자체가 정말 기쁘니까 세리머니를 하면서 창피하거나 하진 않다.

근데 끝나고 나면 창피할 때가 있다. 항상 모든 경기를 DVD로 만들어두는데, 평소 운동할 때 틀어 놓는단 말이다. 존 아처럼 짓궂은 선수들은 세리머니 한 장면을 유난히 돌려볼 때도 있다. 보면서 웃고 장난치는데 그럴 땐 창피하다. 미팅 할 때도 돌려보는데, 심각하게 미팅하는데 그런 장면 나오면 창피하고 한데, 당시엔 하나도 안 창피하다. 왜 창피하겠나, 즐겁지.

Q. 팬이 많이 생겼는데 기분이 어떤가?

A. 좋다. 팬이 생겼다는 자체가 좋다. 누군가 응원해준다는 자체가 너무 기쁘다. 선물도 주시고, 관중석에서 내 이름이 적힌 피켓도 들고 응원해주시고 그런다. 내가 하는 거에 비해 너무 과분한 대우를 받는 것 같아 고맙기도 하고 죄송하기도 하다.

볼 때마다 '아, 더 잘해야겠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평소엔 고맙다는 말씀도 잘 못하곤 하는데 이 자리를 빌어 정말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싶다.  


②에 계속



김경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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