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조은혜 기자] SK 와이번스 정진기의 2017 시즌을 '임팩트'라는 한 단어로 설명한다면, 앞으로 정진기가 쓸 이야기들은 무궁무진하다.
2011년 신인드래프트 3라운드 전체 23순위로 SK의 유니폼을 입은 정진기는 군 복무를 마치고 2016년 말 팀에 합류한 뒤 조금씩 자신의 존재감을 내비치기 시작했다. 그 떡잎을 보였던 곳이 바로 작년 이맘때의 가고시마 캠프였다. SK에 부임한 트레이 힐만 감독이 본격적으로 선수들을 체크하기 시작한 곳이었고, 그런 힐만 감독에게 눈도장을 찍은 정진기는 개막 엔트리에 깜짝 합류했다.
시즌 전 정진기의 목표는 "1군에서 한 두번이라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결과는 분명히 초과 달성이었다. 올해 정규시즌 90경기에 나와 46안타 35타점 37득점 2할3푼4리의 타율을 기록한 정진기는 홈런 11개를 쏘아올리며 '홈런의 팀' SK에 힘을 보탰다. 부진으로 한 차례 2군에 다녀오기도 했지만 다음 시즌을 기대하게 하기에는 충분했다.
'한 방'이 있는, 임팩트가 강한 선수였다. 4월 13일 문학 롯데전에서 데뷔 첫 끝내기를 터뜨리며 시즌 초반 강한 인상을 남긴 정진기는 7월 9일 사직 롯데전에서는 역대 46번째 대타 만루홈런을 터뜨리기도 했다. 특히 NC 다이노스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에서는 김동엽의 갑작스러운 부상으로 급하게 투입됐음에도 데뷔 첫 포스트시즌에서 연타석 홈런이라는 진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팀의 패배가 아쉬웠지만, 분명 의미있는 마무리였다. 정진기는 "긴장이 많이 됐었는데, 하던대로 똑같이 하자고 마음먹으면서 조금씩 긴장이 풀렸던 것 같다"고 당시를 돌아봤다. 그는 "시즌 막바지에 잘 맞지 않았는데, 개인적으로는 마무리가 괜찮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정규시즌을 돌아보면 아쉬움이 컸다. 정진기는 "장단점을 확실히 알았다"고 평가했다. 그는 "잘한 것, 아쉬운 것 둘다 확실하니까 오히려 아쉬움이 크다"면서 "운이 좋아서 중요한 한 방이 나왔던 건 좋았지만, 기복이 심해서 꾸준히 잘 가지 못한게 아쉽다. 기회를 잡았어야 했다"고 얘기했다.
그 단점을 보완하고 장점을 극대화하기 위해 현재 가고시마 유망주 캠프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정진기다. 지난해에는 가고시마에서 '생존'을 바라봤다면, 이제는 '발전'을 바라보고 있다. 정진기는 "확실히 지난해보다 여유가 생겼지만, 똑같이 열심히 하려고 한다. 수비와 타격 등 전체적으로 훈련을 하고 있다. 코치님들이 많이 신경써주신다"고 밝혔다.
정진기는 "그동안 좋은 공만 치려고 하다보니 일관성이 없었다. 코치님께서는 자꾸 팔이 펴져서 나가니까 붙여서 나갔으면 좋겠다고 주문하셨다"고 밝혔다. 아직 시행착오 단계다. 그는 "계속 하고 있는데 아직은 어렵다"며 웃은 정진기는 조심스럽게 "다음 시즌에는 20홈런에 도전해보고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꿈을 현실로 만든 정진기가, 또 다른 꿈을 품었다.
eunhwe@xportsnews.com / 사진=가고시마(일본), 조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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