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5 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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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효진, 성공을 부른 작은 변화

기사입력 2008.12.09 20:37 / 기사수정 2008.12.09 20:37

김경주 기자



[엑스포츠뉴스=김경주 기자] 수원의 우승으로 끝난 2008 삼성 하우젠 K-리그. 그 마지막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시상식이 9일 오후 유니버설 아트센터에서 열렸습니다.

올 한해 K-리그를 구성하고 지탱한 선수들 중에서도 특출난 누군가를 뽑는 그 자리에는 후보로 뽑힌 선수들과 그런 그들에게 상을 전해주러 온 선배, 그리고 그 영광스러운 자리를 축하해주기 위해 온 팬 등 많은 사람이 한데 모여 인산인해를 이뤘습니다.

시상식이 진행되고 베스트 일레븐이 발표되던 중 하나의 이름이 귀에 박혔습니다. '포항의 최효진' 수비수로서 K-리그 정상에 선 그가 대견스럽기도, 어색하기도 했었죠.

사실, 기자가 기억하는 최효진은 지금의 그 자리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지금 자신이 서 있는 그 자리의 누군가와 대적해 골을 넣어야 하는 위치였죠.

기자가 최효진을 처음 만난 건 성남과 아주대가 FA CUP에서 만났던 2002년이었습니다. 꽤 쌀쌀했던 의정부에서 펼쳐졌던 그 경기에서 최효진은 프로팀인 성남을 상대로 두 골을 터트리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관중석에서 바라보고 있던 성남의 서포터즈는 어안이 벙벙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쟤 뭐야! 영입해!"라는 외침도 들려왔습니다. 그 해 K-리그 우승컵을 들어올렸던 팀에게 대학 선수가 두 골이라니. 그런 외침이 나오지 않을래야 않을 수가 없었겠죠.

그 당시 최효진은 대회마다 박주영과 득점 선두를 다투는 잘나가는 공격수였습니다. 소속팀이었던 아주대를 이끄는 주포이기도 했습니다.

그에게는 유난히 두드러지는 성정이 있습니다. '승부욕'과 자신이 하고 있는 축구에 대한 열정인데요. 대학 시절에도 부상으로 운동을 하지 못한 다거나 하는 일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죠. 발목 부상으로 운동을 쉬는 동안 그가 제일 많이 했던 말은 "운동하고 싶어, 좀이 쑤신다."였습니다.

왜 자신만 쉬어야 하는지 쉽게 인정하지 못할 정도로 그는 축구선수로서의 자신의 삶을 좋아했습니다.

그런 그가 프로 유니폼을 입고선 곳은 자신이 그토록 좋아하던 공격이 아닌 오른쪽 날개였습니다. 172cm의 작은 키로 외국인 선수가 가득한 공격수는 어렵다고 생각한 것도 있었지만 새로운 무대에서 새로운 도전을 해보고 싶다는 이유도 있었죠.

인천에 입단하고 새로운 유니폼과 새로운 자리, 새로운 무대에 선 그의 변신은 성공적이었습니다.

비록 울산에 패하며 우승컵을 만지지는 못했지만, 아직 어리던 팀은 챔피언 결정전까지 올라갔고 그 중심엔 최효진이 있었습니다. 변신과 함께 시작한 그의 프로인생은 그야말로 '성공'이라는 이름이었죠.

2년간 몸담았던 인천을 떠나 포항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그는 이적 첫 해 오범석과 대등하게 주전경쟁을 펼치며 포항에서도 당당하게 자신의 존재를 피력했습니다. 나날이 성장해가는 그의 모습에 국가대표 승선에 대한 이야기까지 나오곤 했습니다.

작게 시작되던 이 이야기는 결국 눈덩이처럼 불어나 그의 가슴에 태극 마크를 달아주었습니다. 올해 1~2월 예비 명단에 이름을 올리다 결국 5월, 처음으로 그는 국가대표라는 이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을 그리던 12월, K-리그를 대표하는 오른쪽 날개가 되었죠.

이름이 불리던 순간 최효진은 자신의 이름이 맞나 잠시 고민했습니다. 받고 싶었던 상이기도 했지만, 팀 성적이 좋지 못해서 받을 수 있을까 싶기도 했으니까요.



그는 모든 꿈을 이뤘습니다. 공격수로서 성공하고 싶던 스물두 살의 청년은 스물일곱이 되어 앞이 아닌 뒤에 서서 정상에 올랐죠.

최효진은 "공격에서 오른쪽으로 포지션을 바꾼 것이 내 축구인생에 있어 가장 최고의 선택이었던 것 같다. 최고의 선택을 하게 해주시고, 축구선수로서 가져야 할 매너, 인내, 노력을 가르쳐주신 장외룡 감독님께 감사 드린다. 가끔 경기 중에 공격을 위해 올라가면 불편하고 어색해서 내 자리가 아닌 것만 같다. 이제 너무나도 익숙해진 그 자린데, 익숙해진 것에 자만하지 않고 더 노력해서 최고의 선수가 돼야겠다. " 라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많은 선수가 자신의 몸에 맞는 옷처럼 어울리는 포지션을 찾고 또 찾아 나섭니다. 그러나 한 번 정한 포지션을 바꾸는 일은 더더욱 쉬운 일이 아니죠.

그래서 실패로 돌아갈 수 있었던 도전을 당당히 성공으로 바꾼 최효진의 내일은 더욱 빛나 보입니다. 앞으로도, 쉬지 않고 계속될 그의 도전을 바라보는 것이 즐거워지는 이유도 이 때문이겠죠. 
 



김경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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