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8.11.27 11:44 / 기사수정 2008.11.27 11:44
[엑스포츠뉴스=유진] 한국프로야구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서울, 부산, 광주팬들의 각성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만큼 서울, 부산, 광주를 연고로 한 구단들이 살아나야 한국야구도 살아난다는 이야기다. 이는 해당 구단인 LG, 롯데, KIA가 반드시 새겨들을 필요가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세 구단의 공통점은 작년까지 포스트시즌 진출과 인연이 없었다는 사실이다. 같은 서울연고 구단인 두산, 히어로즈(前 현대) 등이 심심찮게 가을야구를 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그런데 롯데가 올시즌, 팬들이 그렇게도 염원하던 ‘가을에도 야구하는’ 꿈을 이뤄냈다. 그 성과는 500만 관중시대를 열었다는 점에서 분명 큰 성과다. 만약 롯데가 작년만큼만 해 주고, 여기에 LG와 KIA가 4강권 안에만 든다면 한국프로스포츠 역사상 최초로 600, 700만 관중시대를 여는 것도 무리가 아니라 본다.
실제로 한국시리즈 우승팀 SK보다 올시즌 최하위를 기록한 LG가 시즌 관중동원 3위를 차지했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야구팬들의 각성
이를 의식하듯 LG는 일찌감치 FA 이진영과 정성훈을 확보함으로써 ‘서울의 자존심’을 되찾겠다는 각오를 보였다. 롯데 역시 군복무를 마친 선수들의 합류와 더불어서 전력을 재편하였고, KIA 역시 조범현 감독이 직접 미국으로 건너가 외국인 선수를 알아보는 등 바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남은 것은 스프링캠프를 통한 전력 극대화로 개막전을 맞는 일 뿐이다.
이처럼 각 구단이 발빠른 행보를 보이는 것과 마찬가지로 야구팬들이 자발적으로 야구장을 찾는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척박한 야구 인프라에 아랑곳하지 않고 오직 수준높은 경기를 보러 오겠다는 그 자세는 야구선진국인 미국 못지않다.
그러나 우리나라 관중문화가 높은 경기수준에 비례하느냐는 질문에는 고개를 갸웃거리고 싶다. 물론 대부분의 야구팬은 성숙한 관중문화를 보여주며 소속팀의 승패와 상관없이 아낌없는 성원을 보낸다.
문제는 '부족한 2%'에 있다. 이번 포스트시즌에 나타났던 일부 부산팬들의 과격한 응원문화가 문제된 것도 불과 한 달 전 이야기다. 또한, 일부 팬들이 경기가 끝나면 쓰레기통을 그라운드 안으로 집어던지는 광경을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다.
또한, 일부 지방구장에서 원정팀을 응원하면 욕설세례(?)를 받는 경우도 발견된다. 이러한 씁쓸한 광경을 보면, 아직까지 우리나라 응원문화가 선진국 수준으로 100% 정착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함을 느낀다.
이로 인하여 몇몇 전문가들은 열정을 넘어선 광적인 응원문화의 폐해를 지적하기도 한다. 일례로 지난 준플레이오프 당시 부산팬들의 ‘열정’을 ‘광란’과 혼돈하지 말아야 한다고 경고한 사례는 좋은 예다. 부산 팬들을 비롯하여 필자 역시 내년시즌을 고대하고는 있지만, 한편으로는 그라운드에 쓰레기통을 집어던지는 광경을 또 보게 될까 두렵기도 하다.
그래서 잠실야구장을 청소하시는 미화원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면 정말 아쉬울 따름이다. 자신들이 청소하지 않을 바에는 운동장에 쓰레기나 던지지 말라고 신신당부하시는 그분들의 말을 들어보면, 참으로 부끄러울 따름이다.
"다른 것은 바라지 않습니다. 그저 쓰레기통에만 버려주셨으면 좋겠어요"고 말하는 그분들의 목소리를 새겨 둘 필요가 있다.
▲ 내년시즌 새로 태어나겠다는 각오를 보인 LG의 광고는 많은 팬의 심금을 울렸다.
긍정적인 훌리건
영국축구에서는 우리나라 붉은악마를 매우 부러워한다. 응원할 때에는 훌리건처럼 열정적으로 응원하지만, 경기가 끝나고 나서는 뒷정리 하는 것을 너무나 당연하게 여기기 때문이다. 이는 영국의 축구팬들도 그랬으면 좋겠다는 데에 있는 것이다. 그래서 국제사회에서 ‘붉은악마’ 응원단은 ‘긍정적인 훌리건’으로 불리며 전 세계적인 극찬을 받은 바 있다.
그만큼 우리나라 국민은 전 세계적으로 뛰어난 국민성을 자랑한다는 저력을 지니고 있다. 그 모습을 야구장에서도 보여주었으면 한다. 맥주 한 잔과 더불어서 자신의 소속팀을 열정적으로 응원하는 모습을 보여줌과 동시에 경기종료 후에는 결과에 대한 승복과 동시에 야구장 주변 정리정돈까지 해 주는 모습 - 이것이 바로 선진야구팬의 모습이 아닐까 싶다.
지난 WBC에서 토미 라소다(前 LA 다저스 감독)씨는 한국프로야구의 질적 수준 향상을 칭찬해 마지 않았다. 이번 올림픽때에도 데이비 존슨 미국대표팀 감독 역시 같은 이야기를 했다. 그만큼 우리나라 프로야구의 경기 수준은 이미 전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았다. 이제는 그것을 즐길 줄 아는 야구팬들의 성숙한 자세를 보여 줄 차례다. 우리나라가 야구만 1등하는 나라가 아니기를 기원한다.
[사진(C) = 롯데자이언츠, LG트윈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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