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8.11.26 08:51 / 기사수정 2008.11.26 08:51
[엑스포츠뉴스=박형규 기자] '부산 갈매기들은 슬프다?'
'1년 중 가장 슬픈 날은 야구시즌이 끝나는 날이다.'
'야구 열기'라면 세계최고의 수준을 자랑하는 부산의 갈매기들도 1년 중 가장 슬픈 날은 야구시즌이 끝나는 날일지 모른다. 부산엔 롯데 자이언츠 외에도 부산 KTF 매직윙스 농구단과 부산 아이파크 축구단이 있긴 하지만, 이들의 인기는 롯데의 반의 반에도 못 미친다.
공개석상에서 부산 KTF의 추일승 감독이 롯데 자이언츠를 부러워하는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 부산 KTF는 현재 4승 7패를 기록하며 10개 팀 중 9위를 달리고 있으며, 부산 아이파크 역시 하위권에 맴돌며 시즌을 마친 상태. 롯데 자이언츠가 빈 좌석이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관중이 모이는 것과 비교하여 이들 농구단과 축구단은 손으로 관중 수를 셀 수 있을 정도로 경기장이 썰렁하다.
삼성 라이온즈와의 준플레이오프 1,2차전 때 입장권 인터넷 예약 분 2만 6천 장이 발매 30여 분만에 매진되는 사태가 벌어졌고 이마저도 구하지 못한 팬들은 현장 표를 구하기 위해 매표소 앞에 자리를 잡고 밤을 새는 등 부산의 야구 열기를 반영했다.
올 시즌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63경기 중에 1/3인 21차례 경기에서 매진 사례가 나오며 137만 9천 735명의 관중동원을 기록하였다. 이는 1995년 LG 트윈스가 세운 126만 4천 762명을 넘어선 대기록이었다. 우리나라 수도이면서 최대인구를 자랑하는 서울의 두 팀을 넘어서서 당당히 관중 동원 1위를 달성한 것이다.
2000년 이후 가을 야구에 목말랐던 롯데는 한국 프로야구 최초로 외국인 감독을 영입하는 등 대대적인 개혁을 선언하며 올 시즌을 준비했다.
8개 구단 중 최고의 선발진을 구축했고, 5인의 선발진이 톱니바퀴처럼 시즌 내내 쉬지 않고 돌아갔다. 기존의 손민한, 이대호에 오랜 공백을 깨고 부산의 영웅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성공한 '조반장' 조성환의 등장과 한층 더 성숙한 강민호, 그리고 올스타전 역대 최다 득표와 외국인 최초 득표 1위를 기록하며 호쾌한 플레이로 부산 시민의 사랑을 독차지한 카림 가르시아 까지, 베이징 올림픽 야구 금메달과 더불어 롯데의 야구는 한국 프로야구의 중흥에 촉매제 역할을 수행했다.
롯데는 2000년 이후, 결국 가을 야구를 경험하는 쾌거를 이룩했다. 페넌트레이스 3위를 기록하며, 당당히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하지만, 가을 야구에 익숙한 삼성에 3연패를 헌납하며 허무하게 좌초했다.
하지만, 부산의 롯데 팬들은 그러한 아쉬움을 뒤로하고 롯데 선수단에 박수갈채를 보내줬다. 올 시즌 롯데가 보여준 흥미진진한 야구는 그간 서러움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던 롯데 팬들의 자존심을 치켜세워줬고 힘든 경제 상황 속에서 그러한 어려움과 아픔을 잠시나마 잊게 해준 드라마나 마찬가지였다.
얼마 전 롯데가 자랑하는 '전국구 에이스' 손민한이 롯데와 총액 15억에 FA 계약을 성사시켰고, 가르시아와도 재계약에 성공하며 부산 팬들의 가슴을 후련하게 했다. 비록, 롯데의 프랜차이즈 스타나 다름없는 마해영과 염종석이 현재 은퇴의 기로에 서있지만, 만약 손민한마저 다른 팀으로 이적하게 되었다면, 그야말로 올 시즌의 좋은 분위기를 이어 갈 수 없었을 뿐더러 열광적인 롯데 팬들이 들끓었을 것이다.
부산의 '폭주 갈매기'들은 아직도 목이 마르다. 이 겨울이 다른 그 누구보다도 길게 느껴진다. 빨리 내년 야구 시즌이 돌아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과연, 겨우내 롯데 자이언츠는 내년 시즌을 위한 '절치부심', '와신상담'의 담금질로 내년 시즌 롯데 팬들에게 함박웃음을 선사해줄 수 있을까? 빨리 내년 시즌이 돌아왔으면 하는 마음은 롯데 선수단과 롯데 팬들의 공통된 마음이다.
[사진=(C) 만원 사직구장(롯데 자이언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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