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8.11.24 15:54 / 기사수정 2008.11.24 15:54
[엑스포츠뉴스=유진 기자]최근 15번째 프로축구 구단으로 시민구단 강원FC의 탄생은 국내프로스포츠계에 의미하는 바가 크다.
민자 유치로 신생 프로구단이 생겼다는 것은 Bottom-up 방식으로, 스포츠를 사랑하는 사람들에 의한 것임을 의미한다.
이는 곧 축구가 '즐기는 문화'로써 전국적으로 정착되었음을 말해주는 단적인 증거가 되기도 한다. 조기축구회의 존재나 소위 '군데스리가'의 활성화는 한국사회에 있어서 축구가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야구계에 몸담고 있는 많은 전문가를 포함하여 필자가 가장 많이 부러워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허구연 위원의 '인프라' 이야기
야구계에서 늘 '위기론'을 강조하며,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즉, 한국 프로축구가 시민구단을 포함하여 많은 투자자가 등장한 것도 2002년 월드컵을 기점으로 '탄탄한 인프라'가 구축되었기 때문이다.
많은 구단의 등장은 그만큼 한 리그의 수준을 향상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하며, 흔히 ‘명문’으로 이름난 구단이 별 이름도 없는 시민구단에 덜미를 잡히는 모습을 볼 수 있는 장면을 제공하기도 한다. 그래서 허구연 위원께서 늘 입버릇처럼 이야기하고 있는 ‘인프라’ 이야기는 자주 해도 지나치지 않는 법이다.
지금은 사직구장이 천연잔디구장으로 되어 있지만, 과거 인조잔디 구장이었던 시절에 허 위원께서 생방송 중에 '따끔하게' 한마디 한 것이 지금의 구장모습으로 변모했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이야기다.
이렇듯 지방자치단체장들이 먼저 나서서 야구장의 모습을 바꿔준다는 것은 선수들을 비롯하여 야구를 즐기는 팬들에게도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좋은 경기장이 갖춰져야 선수들에게서 허슬 플레이가 나올 수 있고, 야구팬들은 그런 수준 높은 경기를 즐길 수 있는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울 잠실, 인천 문학, 부산 사직구장을 제외한 나머지 구장들의 현 실태를 살펴보면 아직까지 한숨이 쉬어져 나온다. 수많은 야구팬을 보유하고 있는 광주의 경우 야구장 시설이 다소 낙후되어 있으며, 목동구장의 경우도 개/보수에 대해 엄두를 못 내고 있다.
대구구장 역시 사정이 조금 낫다고는 하지만, 인조잔디구장이라는 측면에서 선수들이 최상의 플레이를 펼치기에는 다소 제한사항이 있다. 그나마 지방 구장 중에서 대전 한밭구장 정도가 경기를 즐기기에 어려움이 없을 정도다. 이는 허구연 위원이 90년대 초반부터 제기했던 문제인데, 아직까지도 화자가 되고 있는 것을 보면 참으로 안타까울 따름이다.
더구나 제8구단 '히어로즈'가 내년에 정상적인 운영이 가능할지 불가능할지도 모르는, 존폐에 대한 이야기까지 나오는 것을 보면, 인프라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도 사치라는 생각이 든다. 500만 관중 시대를 맞은 한국프로야구가 왜 ‘야구계 위기’를 외치는지 충분히 이해가 가는 부분이기도 하다.
헝그리 정신으로 거둬 낸 국제대회 성적
그래서 야구선수들은 인프라에 배고픈 상태에서 최상의 경기를 펼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안타까운 것은 높은 경기수준에 비해 시설이 열악하다는 데에 있다. 우천 가운데 물이 잔뜩 고인 잠실구장에서 경기해야 했던 2004년도 한국시리즈를 떠올리면 씁쓸해 지는 것도 그와 같은 이유 때문일 것이다.
자동 방수 시설이라는 것도 사치에 불과할 뿐, 구단 관계자들이 비를 맞으며 고인 물을 바가지로 손수 퍼내는 것을 보면 이렇게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최선을 다하는 선수들이 대단하게 느껴질 뿐이다. 하물며 아마추어 야구선수들은 어떠할까?
그럼에도, 국내 야구선수들은 국제대회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어 냈다. 2006년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 4강 진출을 포함하여 2008 베이징 올림픽 우승 등이 그러하다. 또한, 각종 세계선수권 대회에서 쿠바 등에 이어 늘 준우승(혹은 우승)하는 아마야구계를 보면, 프로보다 더 열악한 환경에서 어떻게 그런 성과를 낼 수 있는지 의아스럽기까지 하다.
반면 야구에 비해 정부나 구단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 축구의 경우 2002년 월드컵을 제외하고는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몇몇 선수들의 해외진출이 이루어지기는 했으나, 아직 한국축구는 올림픽 메달권에 근접하지도 못했으며, 딱 한 번을 제외하고는 월드컵 제3라운드에 진출하지도 못했다.
아니, 오히려 한국축구는 2002년 전까지는 세계축구계의 ‘손님’이었다. 주인노릇을 못했다는 이야기다. 그럼에도, 한국 프로스포츠계에서 가장 나은 대접을 받고 있는 축구 역시 'K-리그의 위기'를 외치고 있다. 그러고 보면, 국내에서는 축구를 하나 야구를 하나 전문가들이 ‘위기’를 이야기하는 것은 동일한 듯싶다.
10개 구단 창단을 꿈꾼다
김응룡 삼성 사장은 현역 감독 시절에 "8개 구단에 만족하지 말고, 오히려 10개 구단으로 늘이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생각해 보면, KT를 비롯하여 재정이 탄탄한 대한민국 재벌들이 굳이 야구단을 창단하지 않으려는 것도 야구계가 터무니없는 가입금 등 스스로 배타적인 기준을 세워놓았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히어로즈' 존폐 여부도 모든 야구인들이 한 걸음씩 물러서서 제8 구단을 '살리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할 수 있다.
솔직히 야구 인프라가 제대로 구축되지 않았다고는 하지만, 국내에 '방치된' 야구장 숫자는 제법 많다. 수원 구장을 비롯하여 청주, 마산, 전주, 부산 구덕, 인천 숭의구장 등 귀에 익은 구장 숫자만도 6개 정도다. 이들 구장을 리모델링하여 구장 숫자를 확보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이를 바탕으로 제9, 제10구단을 창단하는 것도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다.
KBO를 비롯한 나머지 구단들도 새 구단의 창단을 진심으로 바란다면, 작년 KT 가입때와 같은 배타적인 태도를 취해서는 안 된다. 서로 한 걸음씩 물러나 도와준다는 생각을 해야 야구 관중 500만, 600만, 700만에 이를 수 있다.
또한, 가입금 면제의 조건으로 상무나 경찰청을 1군리그로 끌어안는 방법도 생각해 보아야 한다. 군 복무에 임하는 선수들도 어차피 전원 소속팀 선수이기 때문이다. 이미 축구나 배구의 경우도 상무의 참가를 허용하고 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한국야구는 2008년을 기점으로 세계랭킹 1위다. 야구 저변이 확대되는 모습을 전 세계에 보여주었으면 한다. 또한, 히어로즈 구단 존폐문제를 포함하여 WBC 등의 문제도 슬기롭게 해결하기 바란다.
[사진=잠실야구장 (C) LG트윈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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