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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2005시즌 서울 삼성의 발자취들.

기사입력 2005.03.30 07:43 / 기사수정 2005.03.30 07:43

한정석 기자

서울 삼성의 올 시즌은 그 어느해 보다도 다사다난했다. 개막 전부터 용병 농사에 불협 화음이 들려 오더니 정규 리그 중에 용병 두 명을 모두 바꾸었다. 상무에서 제대 후 합류한 이규섭의 혹독한 "수업"과정, 팀 최대 악재였던 서장훈의 치명적인 목부상 그리고 연승과 연패를 오가는 롤러 코스터 행진의 연속 등.

5라운드 무렵 스피드에서 치명적인 결점을 안고 있던 바카리 핸드릭스를 보다 기동력을 갖추고 성실한 자말 모슬리로 교체했고, 목부상에도 불구하고 무서운 투혼을 보여준 서장훈의 파이팅 그리고 스케일의 화려함은 결국 서울 삼성을 3년 연속 플레이오프 진출로 이끌어 주었다.

서장훈이라는 최고의 플레이어를 보유하고 있으면서 시즌 내내 그 강점을 극대화시키는데 힘겨웠던 서울 삼성. 어찌보면 6강 티켓을 거머쥔 것은 극적이었다. 플레이오프 첫 관문은 현주엽을 필두로 힘과 높이를 앞세운 부산 KTF였다.

론 백코트진의 역량에서 서울 삼성의 우세를 점치는 부분들이 많았다. 하지만 부산 KTF는 전신인 과거 여수 코리아텐더 시절의 끈끈하고 파이팅 넘치는 팀 컬러와 주축 멤버들을 고스란히 유지하고 있었고 무엇보다 맥기-미나케의 포스트진은 10개 구단 단연 최고의 파워와 근성을 자랑했다.

하지만 미나케의 뜻하지 않은 부상으로 크니엘 디킨스를 긴급 공수한 부산 KTF는 조직력에서 다소 삐긋한 모습을 보였다. 무엇보다 제공권에서 디킨스는 6강 플레이오프 내내 서울 삼성의 '틈'으로 제공되면서 틈을 놓쳤다. 포스트의 우세함과 해결사 기질을 유감없이 선보인 스케일의 대활약 속에 서울 삼성은 4년만에 대망의 4강 진출을 이뤄냈다. 물론 서장훈의 계속되는 목부상 투혼이 없었다면 절대로 이뤄질 수 없던 수확이었다.

4년만에 4강 고지를 밟아본 서울 삼성. 서울팬들의 열망은 다시 한번 2000-2001시즌의 영광스러웠던 기억을 되살리며 많은 기대를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상대는 견고한 높이를 자랑하며 빅맨들까지 전원 가공할 기동력을 보유하고 있는 "우승 후보 1순위", 원주 TG삼보였다.

6강 플레이오프에서 비교적 2연승을 쉽게 마무리 서울 삼성에겐 4일이라는 충분한 휴식 기간이 존재했다. 하지만 이 4일 동안, 정신적 보루 역할을 한 서장훈이 목부상의 악화를 불러오리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 서울 삼성의 입장에서는 너무나 아쉬운 대목이었다.

운명의 4강 플레이오프, 서울 삼성은 몸 상태가 악화된 서장훈의 부상 투혼의 "한계"를 드러내기 시작하며 철저하게 제공권을 내주기 시작한다. 그리고 모슬리, 이규섭이 대신 버텨 주기에는 하드웨어와 탄력 그리고 기량에서 왓킨스와 스토리는 너무나 버겁기만 했다. 여기에 운동량을 앞세운 김주성까지 거드는 원주 TG삼보의 높이는 더 이상 서울 삼성으로선 어떻게 손쓸 방법이 없었다.

원주 TG삼보. 그들은 파이널 후보다웠고 서울 삼성은 그들이 처한 상황에서 최선을 다했다. 비록 상대 전적에서 서울 삼성은 3전 전패로 마감했지만 서장훈이 결장한 상황 속에서도 끝까지 모든 집념을 보여주어 홈 팬들에게 아낌 없는 박수를 받을 수 있었다.

서울 삼성 썬더스. 그들은 수도 서울을 대표하는 팀으로서 최선을 다했다. 서장훈은 그 어느 해 보다도 열심히 뛰어주었고, 주희정은 서장훈의 이적 후 나름대로 올 시즌 가장 준수한 경기력을 발휘해 주었다. 팀이 어려울 때마다 악착같은 플레이를 선보인 강혁의 파이팅은 여전했고, 이규섭은 상무 전역 후 "혹독한 수업"의 한 시즌을 잘 치뤄냈다.

알렉스 스케일. 서울 삼성의 고민거리 일지도 모르겠다. 그의 운동력과 기량 그리고 승부 근성. 무엇보다 농구팬들을 사로 잡을 수 있는 화려함과 Dominate함. 하지만 그의 신장(187cm)은 아무래도 팀 관계자들로 하여금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될 지 모르겠다.

자말 모슬리. 적어도 정규 리그 합류 이후 6강 PO까지는 서울 삼성의 완벽한 구세주였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4강 PO에서 모슬리의 한계가 너무나 드러나 버렸던 것이다. 그의 하드웨어와 기량으로는 용병이 팀 전력을 좌우하는 KBL의 농구 환경 특성상, 성실함과 파이팅으로만 버티기에는 결코 호의적일 수 없을 것이므로 아마도 추억의 용병으로 남을 것으로 전망된다.

안준호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텝 그리고 팀 관계자들은 올 시즌을 토대로 더욱 많은 것들을 꼼꼼하게 준비하고 분발을 해야할 것을 당부해 본다. 특히 용병 선수 선발에 좀더 신경을 기울여야 한다.

서울 삼성의 2004-2005 농구 시즌은 이상으로 모두 끝났다. 이제 오프 시즌 기간 동안 어떻게 다음 시즌을 대비할 것인지 서울 삼성의 행보를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서장훈을 보유 하고 있는 한, 서울 삼성은 언제나 플레이오프와 파이널 후보군에서는 항상 거론되는 팀이 될 것이다.



한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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