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2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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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시원한' 한국 축구…'테헤란 고지도 점령하자'

기사입력 2008.11.20 16:18 / 기사수정 2008.11.20 16:18

김지한 기자



[엑스포츠뉴스= 김지한 기자] 2개월 전 부진한 모습을 보였던 축구대표팀은 이제 찾아볼 수 없었다. 백패스만 일관하던 재미없는 축구는 사라지고, 적절한 압박과 전진 패스를 통한 공격 축구로 가슴 시원한 '한국 축구'의 진정한 모습을 완전히 되찾은 한판이었다. 

20일 새벽(한국시각), 남아공월드컵 최종예선 사우디아라비아전에서 축구대표팀은 어느 선수 할 것 없이 모두 제몫을 다하면서 '19년 무승 징크스'를 깨는 주인공들이 됐다. 중원부터 벌인 압박 플레이와 공격으로 이어지는 유기적인 패스, 수비진들의 적절한 협력 수비 등 전반적인 경기 운영에서 공수 모두 좋은 모습을 보였다.

'모든 선수들의 빛나는 플레이'…사우디를 압도했다

특히, 왼쪽 측면 미드필더로 선발 출장한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플레이가 또 한 번 빛을 발하는 한판이었다. 종횡무진 뛰어다니면서 공수 모두 살림꾼 역할을 한 박지성은 악착같은 플레이로 공격 찬스를 만들었고, 감각적인 패싱으로 사우디 측면 수비를 뚫으면서 경기 전반을 주도해 갔다.

여기에 전방 미드필드부터 이어진 압박과 협력 수비는 사우디의  공격을 차단하는데 큰 효과를 냈다. 중앙 미드필더로 출장한 김정우(성남)와 기성용(서울)은 사우디의 날카로운 중앙 공격을 막기 위해 폭넓은 활동 반경에서 중앙 수비수들과 협력해 압박 플레이를 펄쳤다. 결국 이것이 주요하면서 사우디의 공격이 무뎌지는 효과를 가져왔다. 

수적 우위를 이용한 결정적인 마무리도 빛났다. '원정 골'이 없었던 이근호(대구)는 자신의 주특기를 이용한 날카롭고 빠른 측면 돌파로 공격 기회를 만들었고, 결국 적절한 위치 선정과 완벽한 마무리로 '원정 첫 골'을 쏘아 올렸다. 정성훈과 교체 출장한 박주영(AS모나코)은 완전한 찬스에서 결정적인 골을 성공시키며 '중동 킬러'의 면모를 과시했다. 선발 출장한 정성훈도 몸을 사리지 않는 고공 플레이와 기회가 있을 때마다 과감하게 슈팅을 때리는 등 대표팀에서 완전히 자리를 잡아가는 모습을 보였다.

A매치 100경기 출장을 하며 '센추리클럽'에 가입한 이영표(도르트문트)의 플레이도 눈부셨다. 이영표는 전반 5분, 상대의 날카로운 슈팅을 골대 앞에서 직접 막아내며 분위기를 끌어올리는데 한몫을 했고, 수비진을 전반적으로 조율하면서 안정적인 운영을 이끌어냈다. 공격에서도 좌측 미드필더인 박지성과의 '찰떡 궁합'을 과시하며 적절한 오버래핑을 수차례 시도했고, 결국 선제골의 발판을 마련하는 날카로운 크로스로 승리에 기여했다.

또한, 오랜만에 월드컵 예선전에 모습을 드러낸 골키퍼 이운재(수원)도 하자지의 퇴장을 유도하는 등 지능적인 플레이와 안정적인 선방으로 무실점을 기록, '든든한 수문장'의 면모를 보여주었다.
 
지난 10월부터 사용한 4-4-2 포메이션이 이제는 거의 정착되어 가는 모습이다. 특히, 어느 포지션이든 소화할 수 있는 박지성의 활용도가 높고 투톱에 익숙한 이근호, 정성훈의 호흡이 맞아 떨어지면서 공격의 강도를 더욱 높이는 효과를 가져왔다. 또한, 공격적인 전술인만큼 짧은 것부터 길게 이어지는 패스까지 다양하고 유기적인 패스플레이가 이뤄져 상대보다 많은 득점 찬스를 만들어냈다.

승리에 대한 열정도 눈에 띄었다. '캡틴' 박지성을 축으로 '패배 의식에 사로잡히지 않겠다'는 굳은 결의를 갖고 경기에 출전한 대표팀은 '19년 징크스 타파'와 '승점 3점'을 위해 악착같은 플레이를 선보였다. 대표팀의 활발한 모습에 사우디 선수들은 제 플레이를 보여주지 못하자 거친 모습으로 일관했고, 결국 19년만에 한국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 

'중앙 수비의 집중력, 세트플레이 득점 실패'

보완해야 할 부분도 있었다. 중앙 수비수들의 경기 집중력 문제는 앞으로도 허정무 감독이 꾸준히 관심을 갖고 해결해야 할 문제로 보여진다. 강민수(전북), 조용형(제주) 콤비는 조금씩 자리 잡아가는 모습을 보였지만 전반 31분, 하자지에 위협적인 중거리슛을 내준 것과 후반 막판, 알 하우사위에게 연달아 위기를 맞으며 잠시 불안한 모습을 보였던 것은 '옥의 티'로 남았다. 순간적인 집중력이 흐트러져 상대 공격수에 슈팅할 공간을 완전히 내주면서 자초한 결과였다.

아직 젊은 선수들인만큼 더욱 단단한 수비진을 구축하기 위해 다양한 경기 경험을 바탕으로 서로 간의 호흡을 맞춰가는 모습이 필요하다.

또한, 3경기 연속 득점으로 이어져 대표팀 공격의 확실한 방안으로 제시됐던 세트플레이에서 아쉽게 골로 연결되지 못했다. 경기 초반, 박지성이 직접 키커로 나서 문전을 향해 날카롭게 올린 크로스는 좋았지만 이를 마무리할 수 있는 공격이 세밀하지 못했다. 세트플레이의 중요성을 가장 강조하고 있는 허정무 감독인만큼 앞으로도 세트플레이에 대한 공격 방법을 보다 세부적으로 정해 많은 연습을 거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제는 '악명높은' 테헤란이다

'사우디 격파'로 자신감을 완전히 찾은 대표팀에게 이제 남은 과제는 또다른 험난한 원정, 이란과의 경기이다. 내년 2월 11일, 10만 관중으로 유명한 이란 테헤란의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경기는 대표팀의 새로운 면모를 볼 수 있는 또다른 도전으로 다가올 것이다.

이란은 홈경기에서 유독 강한 면모를 과시해 왔다. 해발 1200m 고도에 위치한 이 경기장은 사우디 킹 파드 경기장보다 더 큰 10만 관중의 온갖 잡음, 노래 소리로 유명해 원정팀들이 서기 싫어하는 경기장으로 알려졌다. 이를 반영하듯 이란은 이번 월드컵 예선 홈 성적에서 2승 2무를 기록했다. 우리나라도 지난 2006년 11월, 이 경기장에서 무기력한 경기를 펼친 끝에 0-2로 완패한 '안 좋은 기억' 이 있다.

하지만 우리에게도 이 악명 높은 경기장에 대한 좋은 기억을 갖고 있다. 바로 지난 2004년, 아테네올림픽 최종예선에서 올림픽대표로 40년간 단 한 번도 이 경기장에서 패하지 않은 이란에 이천수의 결승골로 1-0 승리를 기록, '안방 불패 신화'를 허물었기 때문이다.
 
'사우디 징크스'를 깬 상승세를 바탕으로 '테헤란 고지'를 넘어 월드컵 7회 연속 진출이라는 최종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 축구팬들의 기대는 한껏 달아오르고 있다.



김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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