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8.11.19 08:57 / 기사수정 2008.11.19 08:57
[엑스포츠뉴스=박형규 기자] 'LG의 흑기사, Mr.Clutch 안치용'
LG의 인기 상품인 선수들의 애칭 티셔츠에 새겨진 안치용의 별명은 바로 'Mr. Clutch'이다. 이 별명처럼 올 시즌 수많은 찬스에서 그의 값진 한방에 수많은 팬이 웃었다.
그간 LG를 대표하는 간판타자들은 죄다 좌타자 일색이었다. 이병규, 김재현, 서용빈, 박용택 등등 우수한 좌타자들을 양산해낸 LG이지만, 중요한 순간에 한 방을 때려줄 무게감 있는 우타자는 없었다. 뒤늦게 만개한 '대기만성' 최동수가 있긴 하지만, 다른 팀에 비해 중량감은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올 시즌 혜성같이 등장한 한 남자가 있었으니 그는 바로 안치용이다. 초특급으로 평가받던 고교시절과 대학시절과는 달리 프로에서 그의 모습은 좀처럼 볼 수가 없었다.
2002년 프로에 데뷔한 이래로 2007년까지 6년간 무명생활의 연속이었다. 2군의 눈물 젖은 빵을 먹으며 선수생활을 연명했다. 6년간 1군 무대에 144타석에 나온 것이 전부였다. 늘 시즌이 종료된 이후에는 퇴출 대상에 이름이 오르락내리락했다.
그러나 2008시즌 그에게 기회가 왔다. 중심타선의 양축을 맡던 박용택과 최동수의 부상으로 그에게 많은 출전기회가 부여된 것이다.
중심타선의 부재로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기용된 그였지만, 그는 감독의 기대에 부응하며 제 역할을 수행해 냈다.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LG의 최대 지상과제인 '우타거포의 부재'라는 문제를 말끔히 해결했다.
항상 어려운 순간에 값진 한방을 터뜨리며 팀 승리에 밑거름이 되었다. 봉중근과 함께 팀이 9연패에 빠졌던 5월 11일 대전 한화전과 6월 26일 대구 삼성전에서 각각 4타수 2안타 3타점, 6타수 4안타 5타점이라는 놀라운 활약을 선보이며 팀을 연패의 수렁에서 거둬냈다.
특히, 한화전에서는 그간 LG의 천적으로 군림해오던 '괴물' 류현진으로 부터 6회 홈런을 터뜨리며 팀의 승리에 공헌했고, 삼성전에서는 1회 좌전안타, 3회 중견수 방면 2루타, 5회 좌월 홈런, 6회 좌중간 2루타를 쳐내며 '사이클링 히트'를 기록하며 자신의 진가를 보여주며 20:1의 대승을 거두는 동시에 팀의 9연패를 끊기도 했다.
하지만, 승승장구하던 안치용 앞에 '무더위'라는 큰 산이 가로막고 있었다. 1군에서의 출장시간이 늘어날수록 그의 약점을 파악한 상대팀의 견제 또한 그의 앞길을 막는 장애요소 중의 하나였으나, 4월 말부터 풀타임으로 출전한 그에게 가장 취약했던 것이 바로 체력이었다.
6월까지 잘 나갔던 그의 모습과 대조적으로 7월엔 0.177에 머물며 슬럼프를 겪었다. 6월 말에 3할 5푼에 육박하던 타율이 7월 31일이 되자 0.304로 급락하게 되었다. 올림픽 브레이크 이후에도 상반기만큼의 화력은 선보이지 못했다.
하지만, 올 시즌 그가 보여준 모습에서 LG는 희망을 찾았다. '우타거포' 부재라는 숙명의 과제를 떨칠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을 가졌기 때문이다. 상무에서 담금질을 하고 돌아온 신예거포 박병호와 함께 중심타선의 축을 맡아 줄 것이라는 기대가 팽배하다.
2군에서의 배고픔과 한낮에 펼쳐지는 경기의 고통스러움을 잘 아는 그이기에, 눈물 젖은 빵의 의미를 뼈저리게 알고 있는 그이기에 이렇게 잡은 좋은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다.
2009시즌 새로 부는 신바람 야구를 위해 마무리 훈련이 한창인 진주에서 안치용은 새로운 다짐을 한다.
팀의 유일한 3할 타자가 될 수 있었지만(0.295로 마무리), 아쉽게도 후반기에 힘에 부친 모습을 보이며 고배를 마신 그이기에, 2009시즌을 대비하는 그의 각오는 남다르다. 6년간의 설움을 떨치겠노라고. 그리고 팀의 가을 야구를 위해 헌신하겠노라고 말이다.
'Mr. Clutch'라는 애칭에 걸맞은 내년시즌 그의 활약을 기대해본다.
[사진=(C) 안치용 (LG 트윈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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