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4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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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판 삼국지] 뜨거웠던, 하지만 아름답지 못했던 그 들의 결승전

기사입력 2008.11.08 14:46 / 기사수정 2008.11.08 14:46

김경주 기자



[엑스포츠뉴스=김경주 기자] 하이원의 우승으로 막을 내린 제63회 전국 선수권 아이스하키 대회는 참 치열했습니다. 두 실업팀의 맞대결로 주목을 받기도 했고, 하이원이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우승을 차지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많은 팬이 궁금해했죠.

이날 관중석에는 아이스하키를 배우고 있는 꿈나무들이 많이 찾아왔습니다. 그들에게 국내에서 가장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는 선배들의 경기는 앞으로 그 들이 선수로서 살아가는 데 좋은 본보기가 될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적어도 이 날 경기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경기가 시작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경기는 중단되었습니다. 양 팀 벤치는 서로 의견을 심판에게 전달하기 위해 목소리를 높였고 바라보고 있는 관중석은 술렁거리기 시작했죠.

안양 한라의 김기성의 파울이 문제였습니다. 하이원의 알렉스 김과 부딪힌 김기성이 다시 링크로 돌아가려는 과정에서 넘어진 알렉스 김을 넘어가려다 다시 부딪혔고, 그 과정에서 알렉스 김이 부상을 입었다는 하이원의 주장이었습니다.

실제로 알렉스 김은 한참을 링크에 쓰러져 일어나지 못했고, 다시 링크로 돌아왔을 땐 오른쪽 눈 밑에 반창고가 붙어있었습니다.

김기성은 이 파울로 매치 페널티를 받아 남은 경기 시각 동안 퇴장을 당했습니다. 만약 이 경기가 결승전이 아닌 예선전이었다면 추자 징계로 이어지는 몇 경기를 더 출전하지 못했을 겁니다.

김기성의 퇴장이 기폭제가 되어 양 팀의 신경전은 더 뜨거워졌습니다. 서로 몸싸움이 조금만 벌어져도 벤치에서는 마이너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왔고, 손에 들려있는 스틱은 펜스를 두드리는데 사용됐습니다.

이런 미묘한 기류에 링크마저 뜨거워졌습니다. 기자의 한 지인은 중계를 보다 문자를 보내와 '아이스하키가 거칠다는 얘기는 들었었지만, 이건 위험한 것 같다.'라는 얘길 하더군요.

거친 것과 위험한 것은 분명 다릅니다.

결국, 불붙은 다이너마이트 마냥 거칠다 못해 위험해진 링크는 마지막 3피리어드에 다시 한 번 터져 올랐습니다.

이번엔 하이원의 김은준이 그 시작이었죠. 안양 한라의 진영으로 넘어온 퍽을 골리 손호성이 골문을 비우고 멀리까지 나와 걷어내려는 순간 김은준이 달려들어 손호성에게 바디 체킹을 가했습니다.

물론, 정상적인 바디체킹이었다면 별다른 문제 없이 지나갔겠지만, '예쁘게' 들어가지 못한 그 체킹은 손호성을 한참이나 일어나지 못하게 했고, 안양 한라 벤치 앞에서 벌어진 일이라 안양 한라 선수들은 그 어느 때보다 격렬하게 항의했습니다.

심판은 항의를 듣지 않았고, 사태를 관망하던 하이원의 주장 송치영은 다가와 한마디를 건넸습니다. "그러게, 왜 그렇게 멀리까지 나와서 플레이를 하냐."라고 말이죠.

관중석까지 생생하게 들려오는 그 한마디에 순간 '이건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손호성은 2년 전까지도 하이원의 소속이었고 저변이 좁은 아이스하키인 탓에 그날 양팀의 선수 대부분은 서로 친구, 선배, 후배입니다. 모르는 선수가 있을 수가 없을 정도죠.

아무리 승부가 중요하고 격해진 상황이었다 하더라도, 송치영의 발언은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당황할 수밖에 없었던 말이었습니다.

송치영의 이런 항의가 받아들여진 것인지 김은준의 체킹은 김기성과는 달리 2분간 퇴장이 전부였습니다.

이렇게나 위험하고 살얼음 위를 걷는 것처럼 긴장되었던 경기가 하이원의 3-0 셧아웃 승으로 마무리되고, 하이원은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이 대회의 우승컵을 차지했습니다.

경기를 관람하고 나가던 한 어린 학생의 입에서 나온 '왜 두 팀이 붙으면 항상 경기가 이렇게 무서운지 모르겠다.'던 말은 한참 동안 기자의 마음을 씁쓸하게 만들었습니다.

어린 학생의 이야기와 더불어 이 두 팀의 경기에서 항상 불거지는 심판 판정에 대한 문제와 지난 아시아리그 개막 맞대결에서 터졌던 몰수경기까지 떠올라 더욱 씁쓸해졌습니다.

양 팀은 이 경기를 뒤로하고 오는 7일 아시아 리그 정규 리그 맞대결을 치릅니다. 벌써 긴장되고 걱정되는 것은 그동안 깔끔하지 못한 경기를 보면서 겪었던 무거움과 짜증이 떠올라서일지도 모릅니다.

승패도, 자존심 싸움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깨끗하고 정직한 경기일 것입니다.

국내 최고를 자부하는 두 팀답게 그야말로 정정당당하게 깔끔한 경기가 펼쳐질 수 있기를, 이기는 팀도 지는 팀도 승복할 수 있는 그런 경기가 펼쳐지기를 우승을 차지한 하이원이 기뻐하는 목동 빙상장을 뒤로하며 바랐습니다.

[사진(C)김혜미 기자]



김경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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