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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란배] 이창호, 충격의 역전패!

기사입력 2005.03.15 02:51 / 기사수정 2005.03.15 02:51

최수민 기자

이창호, 충격의 역전패!
기지개를 켠 중국의 기세를 잠재워라



▲ 어느 때보다도 많은 취재진이 몰려든 중국 대국 현장.


14일 중국 창사에서 열린 제5회 춘란배 결승 3번기 1국에서 이창호 9단이 저우허양 9단에게 아쉽게 반집패 당하고 말았다. 300수 끝 저우허양 9단의 백 반집승.

흑을 쥔 이창호 9단은 초반 편한 흐름을 유지했다. 단단하고 두터운 눈부신 행마로 한 순간도 상대에게 여유를 주지 않았고 집흑의 잇점을 살려나갔다. '복잡한 종반을 눈부신 끝내기로 정리해 들어가는 모습에 검토실은 감탄 일색'이라는 해설자의 설명이 이번 대국의 모든 것을 말해주는 듯했다. 그러나 이 9단은 막판 패싸움에서 승기를 잡으며 10집승을 거둘 끝내기에 이르렀으나 큰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저우허양 9단은 중앙에서 강하게 버텨 우하귀에 패가 발생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불리하게 끝나가는 형세를 승리로 이끌어냈다. 예상하기 힘든 역전패를 당한 채 이 9단. 3판 2선승제에 따라, 반드시 2국에서 승리를 해야만 우승자리를 다툴 수 있게 됐다. 


저우허양은 '이창호 킬러?'

둘의 전적은 2승 4패로 저우허양이 앞서 있다. 단지 이 전적 때문에 저우허양이 이창호 킬러로 불린 것은 아니다. 둘이 처음 만난 것은 97년 제 10회 후지쯔배 16강전에서였다. 이창호 9단은 '첫 대국에 약하다'는 말을 증명하듯 저우허양 9단과의 첫 대국에서 반집패하고 만다. 2000년에 있었던 두 번째 대국도 역시 후지쯔배 16강이었는데 1집 반차로 저우허양에게 두 번째의 승리를 넘겨주고 만다. 뿐만 아니다. 세 번째 대국이었던 2000년 제 5회 삼성화재배 16강에서도 이창호 9단은 저우허양에게 불계패하게 되는데 이쯤되자 전적이 3-0으로 압도적인 저우허양의 우세로 갈리게 된다. 이것이 바로 저우허양 9단이 '이창호 킬러'라는 영예로운 닉네임을 듣게 된 내막이다. 물론 2002년 있었던 농심배 최종국과 춘란배 8강전 두 번의 대국에서 이 9단이 불계승 해 2승 3패로 어느 정도 만회했지만 처음 세 번의 패배는 우연치고는 너무나 뜻밖의 결과였던 것. 이번 춘란배에서의 결과가 '이창호 킬러'라는 닉네임을 계속 유지시켜 줄 수 있을지 아닐지를 판가름하는 중요한 대회다.


기지개 켜는 중국

창하오가 6전 7기로 한국을 제치고 응씨배 우승을 차지하자 중국측의 반응은 상상했던 것 그 이상이었다. 창하오 개인의 恨도 恨이겠지만 중국이 느낀 감동은 그 몇 배로 커 보였다. 창하오의 승리는 중국 바둑의 전환점이 될 수 있는 '희망'이었다. 많은 언론들은 기지캐 켜는 중국을 재조명했다. 좌절에서 다시 일어선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줄 모두 아는 일이며 또 한번 좌절에서 일어난 사람은 두려울 것 없는 질주를 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창하오에게서 자신감을 얻었을 것이고 자극을 받았을 것은 보나마나 뻔한 일. 이 기세를 타고 중국 기사들이 어떤 모습을 보일지 사뭇 긴장되기도 한다. 오랜시간 승리에 목말라 있던 중국이다. 춘란배 1국에서 먼저 1승을 차지한 중국은 이 상승세를 놓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제5회 춘란배 8강전]

이창호 9단 (한국)

창하오 9단(중국)

후야오위 7단(중국)

장쉬 9단(일본)

저우허양 9단(중국)

구리 7단(중국)

펑첸 5단(중국)

왕레이 9단(중국)

▲ 8강에는 중국 6명, 일본 1명, 한국 1명이 올랐다. 중국은 6명이 8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지만 결국 결승에서 이창호와 만나고 만다.


이번 춘란배에서 한국은 유창혁, 송태곤, 조훈현, 이세돌, 이창호 등 5명이 출전했다. 강력한 우승 후보였던 이세돌 9단은 24강전에서 복병 위빈 9단에게 패해 아쉽게 중도 탈락했고 조훈현 9단은 16강에서 창하오 9단에게 승리를 넘겨 주었으며 유창혁 9단은 펑첸 5단에게 패해 8강 진출이 좌절됐다. 

창하오 9단은 8강에 올랐으나 운이 없게도 이창호 9단을 만나게 되어 탈락한다. 이창호 9단은 창하오 9단과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가까운 사이지만 당시 18승 4패라는 압도적인 전적을 자랑하고 있는 상태기도 했다.(현재는 20승 5패)  

총 9명이 출전한 중국은 무려 6명이 살아남으며 거센 돌풍을 일으켰고 5명이 출전한 한국은 이창호 9단만이 홀로 남았다. 일본도 장쉬 9단 혼자 진출하게 되어 중국의 우승확률이 압도적이었다.


[춘란배 역대 우승자]

회수

연도

우승

전적

준우승

1

1999

조훈현 9단 (한국)

2-1

이창호 9단(한국)

2

2000

왕리청 9단(일본)

2-1

마샤오춘 9단(중국)

3

2001

유창혁 9단(한국)

2-1

왕리청(일본)

4

2003

이창호 9단(한국)

2-0

하네 나오키 9단(일본)


▲ 중국 기업이 후원하는 유일한 세계대회임에도 불구, 아직 중국 기사의 우승이 한번도 나오지 못했다. 이번에는 가능할까?


한편 춘란배는 중국 기업이 후원하는 유일한 세계대회다. 때문에 우승 한번 못한 중국 기사들에게는 더욱 부담이 되는 대회기도 하다. 이번에 8강에 6명이나 진출시켜 어느 때보다 우승에 대한 확신이 컸던 중국은 이창호라는 커다란 벽을 앞에 두고 있다. 이창호를 넘는다는 것은 험란하기만한 일. 이창호 9단에게도 춘란배는 특별하다. 지난 4회 춘란배에서 우승을 차지한후 세계대회 그랜드슬램을 달성했기 때문이다. 농심배를 5연승을 비롯 최상의 컨디션을 자랑한 이창호 9단이 다시 한번 세계 최강자의 자리를 증명할 수 있을까.

중국 바둑의 자존심인 춘란배가 이번에는 본국의 우승을 허락할 지, 아니면 이창호 9단이 타이틀 방어에 성공할 지 귀추가 주목된다. 춘란배 결승 2국은 16일 같은 장소에서 열리며 우승상금은 한화로 약 1억 8천만원이다.


사진 / 한국기원



최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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