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7 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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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카드를 든 J리그 VS 공세에 대처가 필요한 K-리그

기사입력 2008.10.30 23:31 / 기사수정 2008.10.30 23:31

장지영 기자



[엑스포츠뉴스=장지영기자] J리그가 새로운 시즌을 앞두고 아시아 쿼터제 도입을 선언했다. 이는 AFC의 2006 AFC 챔피언스리그 개편 내용 발표에 한발 앞서 시행되면서 더욱 눈길을 모았다. 이웃한 일본의 이러한 시도는 시작부터 아시아 전역의 리그에 크고 작은 파장을 일으켰고, 그 진원에 가장 가까이 위치한 K-리그는 수많은 루머와 예상, 그리고 찬반양론으로 시끄러워지고 있다.

J리그가 2009년부터 시행하는 아시아 쿼터제는 기존의 외국 용병 3명 외에 1명의 아시아 출신 선수를 추가로 영입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이다. 즉, 팀으로서는 3+1=4명의 용병을 기용할 수 있는 기회가 되는 셈. 이렇다 보니 제도 도입 확정 이후 J리그 팀들은 공격적인 영입 자세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지형적으로 가깝고 프로리그의 역사가 긴 K-리그는 이미 여러 선수의 진출을 통해 그 기량이 확인된 곳이다 보니 J리그 팀들의 최대 공략 대상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그들의 이런 시도는 이미 여러 번 확인할 수 있었다. 실제로 10월 한 달여 동안 대부분의 K-리그 경기장에서는 J리그 팀 관계자들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정도였고, 이중 몇몇 팀들은 일찌감치 20세 미만의 어린 선수들에 대해 영입을 확정짓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최근 감바 오사카 측의 박동혁 영입 추진 기사 역시 이런 공격적인 영입자세의 일환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박동혁 외에도 이정수, 황재원, 김상식 등 K-리그에서도 상위 클래스의 선수들이 줄줄이 영입 예상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고, J리그의 한 팀은 K-리그의 젊은 수비수를 영입하기 위해 그의 출신 대학까지 찾아가 자료를 수집하는 등 J리그에 걸맞은 옥석 가리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여기에 2009 AFC 챔피언스리그에도 이런 제도가 본격적으로 도입이 확정되면서 일본의 발 빠른 움직임은 여러모로 이목을 모으고 있다.

상황이 이쯤이 되니 벌써 언론에서는 K-리그의 아시안 쿼터제 도입 여부는 둘째치고 J리그의 노골적인 공세에 대한 기사가 쏟아져 나오기 시작하는 마당. 심지어 일각에서는 'K-리그가 J리그 선수 공급처냐?'라는 볼멘소리도 나왔다.

그러나 무작정 J리그의 태도에 대해 비판만 할 여유는 없다. J리그 공세에 대해 경각심을 가지는 건 좋지만 그 덕분에 우리가 지나치고 있는 사실은 없는가?


왜 K-리그인가?


J리그의 공세에 대해 무조건 비판하고 반박하기 이전에 왜 그들이 K-리그를 중심으로 공략하는지에 대해 생각할 필요가 있다. 사실 아시아 지역에서 프로축구리그를 운영하는 곳은 일본과 한국만이 아니다. 동북아 3국 중 남은 하나인 중국 역시 프로리그를 가지고 있다. 동남아시아에서는 말레이시아와 베트남, 태국이 최근 AFC에 합류한 호주와 뉴질랜드 역시 프로리그를 운영중이다. 여기에 인도 역시 자국 리그를 운영하고 있는 데다 우즈베키스탄은 물론 중동 지역 대부분의 국가 역시 독자적인 프로축구리그를 가지고 있다. 동북아 3개국을 제외해도 최소 10개 이상의 프로축구 리그가 아시아에 존재하는 것.

그런데도 J리그가 유독 K-리그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역시 환경적인 요인과 문화적인 요인. 한국은 일본과 지리학적으로 가까운 덕분에 유사한 기후에 시차도 거의 없다. 여기에 활발한 문화 교류로 문화적 차이도 다른 국가들에 비해 적은 편. 이렇다 보니 선수들의 리그 적응도도 타 리그 출신들에 비해 상당히 높은 편. 또한, 동남아시아, 중동, 인도 등에 비해 종교적인 트러블이 벌어질 가능성도 작다. 실제로 이슬람의 경우 J리그의 시즌 마무리 기간과 라마단이 겹쳐 선수의 플레이에 제약이 발생하고, 힌두교의 경우에는 가장 기초적인 영양 섭취 관련 트러블을 감수해야 한다.

여기에 중국이나 동남아시아권의 경우에는 자국 내 성행하는 스포츠 도박도 걸림돌. 중국의 경우에는 중앙과 지방의 권력 차이라는 조건도 경기 승패에 있어 무시할 수 없다. 당장 동남아시아에서는 스포츠 도박의 이권과 관련해 축구 경기의 결과라고는 생각하기 힘든 엽기적인 스코어도 등장하는 등 경기의 승패에 있어 선수의 경기력 이외의 조건이 작용한다는 점이 문제.

중국 역시 몇몇 팀을 제외하면 정치적인 요소에 승패가 흔들린다는 것은 암묵적인 사실이다. K-리그 감독들이 동남아 출신 용병 기용을 꺼리는 것도 단순히 게으른 것이 문제가 아니다. 이렇게 경기 외적으로 작용하는 다른 조건이 있다 보니 선수 개개인의 경기력을 파악하는 데 있어 아무래도 정확도가 떨어진다. 여기에 타 리그에 비해 살인적이기까지 한 K-리그의 엄청난 훈련량도 이유라면 이유.

게다가 다른 팀에 비해 몸값도 상대적으로 싼 편이니 J리그 팀들로서는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가격대비 고사양에 고품질을 선택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 좋게 말하면 K-리그가 너무 잘나서 노리고 있는 것이다.


젊은 그들이 J리그를 고민하는 이유

더 큰 문제는 이렇게 J리그행을 고민하는 것이 K-리거에 국한된 것이 아니란 점이다. 그리고 바로 이점이 현재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사실이기도 하다. J리그의 공략 대상은 단지 K-리그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정확히는 J리그에 걸맞은 기량을 갖춘 축구 선수가 그 대상이다. 그런 이유로 K-리그는 물론 중국 프로리그도 J리그 팀들의 적극적인 구애에 시달리는 중이고, 당연하게도 한국의 학원 축구계까지 들썩이는 것이 사실. 이미 대학팀은 물론 고등학교 졸업 예정자들에게까지 다방면의 접근을 시도하고 있고, 일부에서는 학부모가 직접 구단과 에이전트에게 접촉하는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이는 드래프트제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과 최근 급등하는 환율을 가장 큰 이유로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애초에 드래프트제에서 기대할만한 순기능은 선수 몸값의 거품 제거 정도. 그러나 이 기능은 당연히도 젊은 선수들이 일찍부터 프로리그나 해외리그로 눈을 돌리게 하는 원인으로 작용했다. 드래프트제 재도입 이후 대학팀이 골치를 앓고 있는 것도 그리 길지 않은 선수생활을 생각해 일찌감치 프로로 전향하려는 어린 선수들이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축구 선수로서 최고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는 나이는 평균적으로 24세부터 29세까지로 본다. 실제 여러 리그에서 선수들의 몸값 책정에 나이가 한 조건이 되는 것도 이런 이유에 기인한 것이다. 그러나 드래프트제에 묶이게 된다면 적어도 3년은 구단이 원하는 몸값에 머무르게 될뿐더러 구단이 원치않는 한 이적도 힘들어진다. 여기에 지명에서 떨어지기라도 하면 프로로서의 생활은 더욱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2009년은 드래프트 제도가 재도입된 지 3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구단은 물론 선수와 학부모, 대학팀들까지 모두 제도의 문제에 대해 속속들이 알게 될 만큼 시간이 흐른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J리그의 적극적인 공세는 어린 선수들에게 있어 새로운 기회의 장으로 여겨질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최근의 엔고현상은 한국에 머무는 것보다 더 높은 몸값을 보장하는 것이다.

결국, 우리는 제도적으로도 젊은 피들을 나라밖으로 내몰고 있는 셈이다.


난 자리보다 든 자리를 준비하자.
 
J리그가 아시아쿼터제를 도입한 가장 큰 이유가 'J리그의 아시아 정상 등극'이라는 점은 이미 모두 잘 알 것이다. 덕분에 포털사이트며 관련 게시판에서는 '우리도 아시아쿼터제를 도입하자', '한국 선수들의 J리그 진출은 백해무익하니 막아야 한다.'라는 주장을 중심으로 크고 작은 논의가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준비 없는 제도의 도입이 약이 될 리 만무하고 나간다는 사람 붙잡아봤자 의욕만 잃을 뿐이다. 게다가 그들이 나간 빈자리에 아무도 들어오지 않을 리도 없다.

이미 연맹과 축구협회 등은 AFC의 공식 개편 내용 발표에 앞서 K-리그의 아시아 쿼터제 도입에 대한 논의와 준비를 이어오고 있다. 실제로 아시아쿼터제의 시행은 4장의 이번 개편으로 출전권을 가지게 된 K-리그로서는 더더욱 포기하기 힘든 카드. 한두 달 어설프게 준비해 도입하는 것보다 제대로 몇 달을 투자하고 준비해 도입하는 것이 더 나은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예상은 당연한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지금 우리에게 있는 떠나려는 이들의 발걸음을 붙잡을만한 수단이라고는 애국심 정도가 전부라는 걸 잊지 말자. 우리가 아무리 J리그를 '제2리그'라 폄하해도 제3자의 눈으로, 그리고 직접 경기를 뛰는 선수들의 J리그 선호는 J리그가 K-리그보다 좀 더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바로 보여주는 예이며, 우리의 K-리그 우월주의에 대한 훌륭한 경고다.

K-리그는 지금부터라도 떠나는 발걸음을 붙잡을만한 무언가를 준비해야 한다. 그들을 내몰고 있는 것이 제도적인 문제라면 제도를 뜯어고치고, 환경이 문제라면 개선을 시도해야 한다. J리그의 공세에 대해 '선수 쇼핑'이라고 일축하기보다는 왜 상황이 여기까지 왔는가를 생각하고 고칠 준비부터 해야 하지 않을까.

옛말에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고 했지만 사실 난 자리는 백번을 고쳐보아도 난 자리일 뿐이다. 아쉬워할 시간도 아깝다. 이제는 든 자리를 위해 준비해야 할 때다.



장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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