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8.10.27 12:54 / 기사수정 2008.10.27 12:54
[엑스포츠뉴스=하완수 기자] 요즘 야구 보는 재미에 흠뻑 빠져있습니다.
원래 삼성의 골수팬이기도 하지만 배구보다 먼저 좋아했던 운동이 야구인지라 잠시 배구는 뒤로하고 야구 경기를 하는 날만 손꼽아 기다립니다.
지난 플레이오프에서 삼성이 탈락하면서 일단 조금 맥이 풀렸습니다. 삼성이 패한 이유를 굳이 따지라고 한다면 전 두산의 1번 타자 이종욱 선수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경찰이 쟤 좀 잡아갔으면 하는 생각을 플레이오프를 보는 경기 내내 했었습니다.
작은 키에 작은 몸집이지만 넓은 수비반경, 센스 있는 방망이, 빠른 발로 플레이오프의 경기결과를 혼자서 만들어낸 거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놀라운 활약을 보여주었습니다. 이걸 보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장신 선수들이 중심이 되는 배구에서도 지금껏 단신공격수들이 팀의 핵심공격수로 활약했던 경우가 많았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궁금증이 생겨납니다. 과연 그들은 어떻게 작은 키에도 불구하고 키가 커야 무조건 유리하다고 하는 배구라는 스포츠에서 팀의 핵심이 될 수 있었을까요?
과연 선수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단신공격수들답게 빠른 발, 넓은 수비 반경, 영리한 스파이크라는 공통점 외에 이 선수들을 공격의 핵심으로 만들어주는 요소가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직선공격이라는 것입니다.
예전 1970년대를 풍미했던 전 국가대표 선수가 단신공격수에 대한 얘기를 언급하면서 '키 작은 공격수가 장신 공격수와 가장 차별화되는 기술은 얼마만큼 직선을 잘 보느냐에 달려있다'고 할 만큼 빠른 몸놀림과 스파이크를 때릴 때 비어있는 틈을 놓치지 않고 파고드는 민첩함이 직선공격의 성공 여부가 되었기 때문에 이를 통해 단신공격수들의 능력을 구분할 수 있는 척도가 되어왔습니다.
사이드 블로킹의 손과 네트 안테나 사이에 만들어지는 공 하나가 겨우 지나갈만한 공간으로 연타가 아닌 강 스파이크를 찍어 넣는 신기에 가까운 기술을 이 선수들은 전성기 때 경기 내내 보여주었습니다.
특히 몸과 얼굴은 크로스로 향하면서 팔과 손목의 각으로만 그 작은 공간 속으로 공을 때릴 때마다 사이드 라인에 거의 걸치다시피 꽂히는 (농구로 치면 노룩 스파이크 이 정도가 되겠죠?) 공을 보면서 머리끝이 쭈빗 설 정도의 전율을 느낄 때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배구팬들은 이런 생각을 할 수도 있습니다. 그냥 직선으로 때리면 되는 건데 이게 뭐가 힘드냐? 하고 얘기하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야구를 보면 아시겠지만 몸쪽으로 붙는 공을 당겨쳤을 때 공은 당기는 힘 때문에 당기는 쪽으로 급속도로 휘어져 날아갑니다. 가령 우타자가 당겨서 때릴 때는 홈런처럼 보이지만 그 이후 공이 급속도로 휘어져 결국 파울 폴대 밖으로 떨어져 버리는 경우를 심심찮게 볼 수 있는데요.
배구도 마찬가지입니다.
자기한테 밀려오는 공을 직선으로 틀어치면 팔과 손목이 공을 끌어서 때려야 하므로 야구에서처럼 당겨치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따라서 공이 휘어져 사이드 라인을 벗어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합니다. 특히 이러한 경우는 팔이 길고 키가 큰 장신선수들의 경우 훨씬 심하게 나타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배구경기를 유심히 본분들은 아시겠지만 후인정 선수나 이경수 선수가 스파이크를 할 때 보시면
라이트 후위공격에서 곧잘 직선 공격을 해내지만 (이 경우 네트와 몸이 평행이 되어서 상대코트를 바라보기 때문에 공을 때려도 휘어나가지 않습니다.) 레프트 위치에서는 직선을 거의 쓰지 않을뿐더러 쓸 때는 연타로 빈 곳을 노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레프트 위치에서 직선 공격을 강하게 때릴 수 있는 경우는 손목과 팔의 스윙이 강하지만 몸이 유연한 단신 공격수들이 가질 수 있는 차별화된 공격방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가 언급했던 공격수들 중에서 1990년대 초반을 대표했던 마낙길과 노진수 선수의 경우 직선공격으로 어택라인에 공을 꽂을 만큼 손목과 팔의 각도가 좋았습니다.
만약 마낙길 선수와 노진수 선수가 직선공격으로 가끔 상대 블로킹의 허점을 노려서 이용했다. 라고 한다면 (솔직히 마낙길,노진수 선수 시절에는 이들의 키가 작은 편도 아니었을 뿐더러 이 두선수의 점프나 공격각은 아시아권에서는 최고로 통할 때였습니다. 우연한 기회에 노진수선수가 은퇴하고 한 5년 지나서 같이 운동할 기회가 있었는데 스파이크에서 대포소리가 뻥뻥 나더군요.) 박희상 선수나 신진식 선수의 경우 빠른발과 높은 점프력으로 아예 직선공격을 자신들의 무기로 발전시킨 케이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박희상 선수의 직선은 선수들 사이에서도 알면서도 못 막는다고 할 만큼 빨랐고 높은 성공률을 보여주었습니다. 정말 공이 지나갈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만 한 공간만 보이더라도 어택라인 가까이 공을 꽂아넣는 걸 보고 배구도사라는 말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그 뒤 1996년 애틀란타 올림픽 최종예선에서 일본과의 마지막 결정전에서 신진식 선수는 직선 스파이크 최고의 경지를 보여주었습니다. 특히 4세트에서 7-7 동점에서 뿜어져 나온 연속 3개의 직선 공격은 그 경기의 승패를 좌우했다라고 할 만큼 결정적인 스파이크였습니다.
특히 상대 매치 블로킹이 이즈미가와 라고 하는 일본 최고의 라이트 공격수였습니다. (그 당시 이 선수는 198cm의 키로 아시아권 선수로서는 독보적인 공격높이 352cm, 블로킹 높이 341cm를 자랑했습니다.
참고로 이때 김세진 선수가 공격높이 340cm 블로킹 높이 339cm였습니다.) 세 번의 공격 전부 이즈미가와 선수가 신진식 선수의 직선을 막으려고 안테나 쪽으로 팔을 깊숙이 집어넣은 상태였고
여기서 신진식 선수는 상대선수의 팔과 안테나가 만들어내는 삼각형의 작은 공간으로 그것도 아예 직선을 때리기 위해 공을 끌어서 몸을 옆으로 누인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네트 위로 손목 정도만 올라간 높이로 세 번 연속 보기 좋게 직선으로 강스파이크를 성공시킵니다.
이후 신진식 선수 경기 때마다 경지에 오른 직선 스파이크를 어김없이 보여주었습니다. 앞으로도 당분간은 그 정도의 직선공격을 하는 선수는 나오기 힘들 것 라고 성급한 확신을 할 만큼 강한 기억을 심어주었습니다.
이만큼 한국배구를 이끌어 온 단신공격수들은 그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차별화된 무기를 갈고 닦았기 때문에 아직까지도 전설이라는 이름으로 팬들의 기억 속에 아직도 회자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얼마 후면 다시 V리그가 많은 배구 팬들을 찾아갑니다. 그리고 또 어떤 선수가 깜짝 스타로 떠오를지 어떤 선수가 팀의 주전으로 성장해있을지 많은 배구팬은 궁금해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선수들 사이에서 작은 키를 가지고도 그들만의 장점과 기술로 이것을 극복해가면서 팀의 키플레이어로 활약하는 각 팀의 단신공격수들에게 더 큰 많은 관심과 많은 응원을 보내주는 것은 어떨까요?
* 덧붙이는 말 *
제가 작성한 기사의 초고를 보고 누가 이런 얘기를 합니다. '정평호 선수는 왜 없어요?'라고 대뜸 물어봅니다. 전 주변의 사람들에게 이런 얘기를 곧잘 했습니다. '정평호 선수의 키가 10cm만 더 컸어도 우리나라 배구판도가 바뀌었을 거다'라고요. 184cm의 정평호 선수가 그 정도인데 만약 똑같은 실력과 파워에 10cm만 컸다 라면…정말 생각만으로 즐거워집니다.
그러나 정평호 선수는 단신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스타일은 거포 스타일입니다. 2단 공격과 후위공격을 즐기면서 블로킹과 맞서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전형적인 거포스타일의 공격수입니다.
그래서 이번 단신공격수의 계보에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정평호 선수를 사랑하시는 팬 여러분의 많은 이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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