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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이상의 '반란'은 없다… 두산vs삼성 다시보기

기사입력 2008.10.25 10:45 / 기사수정 2008.10.25 10:45

김도광 기자



[엑스포츠뉴스=김도광 기자] 결국 꼴찌의 반란은 없었다. 정규리그에서 4위로 포스트시즌에 합류했던 삼성은 3위 롯데를 격파했던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2위 두산에게 무릎을 꿇고 말았다. 사자의 패기보다 곰의 뚝심이 더 강했기 결과다. 4승 2패의 승부가 펼쳐질 것으로 예상했던 MBC 허구연 해설위원의 예상이 맞아떨어지기도 했다. 지난 10월 16일부터 23일까지 펼쳐졌던 두산과 삼성의 플레이오프 명장면을 뽑아보았다.

10/16 1차전 7회 말 이종욱의 주루센스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3회 초 삼성이 먼저 선취점을 뽑았다. 두산 선발 김선우를 상대로 대거 4득점이나 얻어낸 것이다. 양 팀의 전력 차가 크지 않고 박빙의 승부를 예상해 볼 때 4점은 다소 커 보이는 숫자였다. 게다가 삼성에서는 승리를 지키기 위해 불펜을 총동원할 것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두산에게는 불리해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렇게 쉽게 물러날 뚝심의 두산이 아니었다. 4회 말과 5회 말에 3점과 1점으로 동점을 만들었다. 그리고 7회 말 무사 만루상황. 4번 타자 김동주의 타구가 우측으로 짧게 날아갔다. 최형우의 포구가 다소 불안해 보이기는 했어도 3루 주자가 홈으로 들어오기에는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노아웃이고 다음 타자가 홍성흔이었으니 3루 주자가 무리할 필요도 없었다.

그런 모두의 예상을 깨고 3루 주자 이종욱은 홈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당황한 우익수 최형우가  홈으로 던졌지만 공에 힘이 실리지 못했다. 이종욱의 빠른 발이 0대4를 5대4로 역전시키는 순간이었다.

10/16 1차전 7회 말 박진만의 어이없는 실책

국내 최고의 유격수는 박진만이다. 안정적인 자세로 타구를 처리하고 정확한 송구로 주자를 잡아낸다. 그의 수비가 명품수비라는 말로 찬사를 받는 이유다. 지난 베이징 올림픽 결승에서도 비교적 쿠바 마지막 타자의 까다로웠던 타구도 병살로 연결시켜냈었다. 타구가 박진만에게로 향했음이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될 정도였다.

그런 박진만이 실책을 범했다. 까다롭지도 않았고 잡아내기 어려운 방향도 아니었다. 지극히 평범한 땅볼이었지만 공은 박진만의 손에서 흘러나오고 말았다. 타자주자였던 고영민이 1루에 무사히 도착한 것은 물론이고 자신의 실수가 믿기지 않는다는 듯 망연자실하고 있는 사이 2루 주자였던 김현수는 3루를 지나 홈까지 내달았다. 국내 제일의 유격수가 타구 하나에 실책을 두개나 범하는 보기 드문 장면이 나왔던 것이다.

10/17 2차전 조계현 코치의 착각

0대3으로 뒤지고 있던 삼성이 4회 초 1점과 7회 초에 3점을 뽑으며 전세를 역전시켜놓았다. 종반에 접어들었으므로 정현욱을 비롯한 불펜을 총동원하면 그대로 승리를 굳힐 수 있는 상황이었다. 어느 시점에서 조진호를 내리고 정현욱을 올릴 것인가 하는 판단만 남았던 것이다.

두산의 선두타자 이대수가 오른쪽 외야 구석으로 굴러가는 2루타를 쳐냈다. 1점 승부임을 고려할 때 투수교체는 불가피해 보였다. 투수 조진호와 포수 현재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던 삼성 조계현 코치는 조진호의 어깨를 두드린 후 내려왔다. 실점위기이기는 하지만 조진호에게 맡겨보겠다는 의미로 보였다.

그리고 두산의 채상병이 타석에 들어서자 조계현 코치가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경기는 중단되었고 주심은 조계현 코치의 그라운드 진입을 막아섰다. 이미 한번 마운드에 다녀갔기에 투수 조진호는 채상병을 상대해야만 교체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고 교체를 강행할 경우에는 감독의 퇴장이라는 극단의 제재를 받을 수도 있었던 상황이었다.

결국 해프닝이 끝난 후 교체시기를 놓쳤던 삼성 조진호는 채상병에게 2구째를 통타당하며 동점을 허용하고 만다. 그리고 이 점수로 인해 연장 14회까지 이어지는 5시간의 혈투가 계속되고 말았다.

10/19 3차전 박진만과 김현수의 진검승부

잠실에서의 2연전을 마치고 대구로 장소를 옮겨서 계속된 플레이오프 3차전은 올 시즌 리딩히터 두산의 김현수와 유격수 일인자 박진만의 대결이었다. 양 팀이 득점 없이 두산의 3회 초 2사 만루 찬스에서 김현수의 타구가 투수 윤성환의 글러브를 맞고 중견수 쪽으로 흘렀다. 이때 유격수 박진만이 2루 베이스 뒤쪽에서 타구를 받아냈다. 좌타자였던 김현수를 잡기 위해서 수비위치를 2루 쪽으로 조정했기에 가능할 수 있었다.

8회 초에도 두산은 2사 만루의 기회를 잡았다. 이종욱을 삼진으로 잡아냈던 권혁이 오재원에게는 스트라이크를 넣지 못하고 볼 네 개를 연속으로 던졌기 때문이었다. 이번에도 타석은 김현수의 차례였다. 1점을 따라붙어 2대6의 상황. 김현수의 한방이면 두 점을 더 따라붙을 수도 있었다. '딱'하는 소리와 함께 김현수의 타구는 좌중간 방향으로 향했다. 하지만 타구는 박진만의 글러브로 빨려 들어가고 말았다. 이번에도 수비위치를 조정하고 있었던 박진만에게 걸려든 것이다. 박진만의 진가가 마음껏 발휘되던 날이었다.

10/21 5차전 이종욱의 대활약

사실상의 결승전이라 할 수 있는 5차전은 승부의 분수령이라 할만 했다. 두산이 먼저 1차전을 승리로 장식하며 기선 제압에 성공했지만 14회까지 혈투를 벌였던 2차전에서는 삼성의 반격이 시작되었었다. 그리고 대구로 장소를 옮겨서는 삼성이 먼저 승수를 쌓으면서 오히려 2승1패로 앞서게 되었다. 하지만 4차전에서는 21안타를 작렬시킨 두산이 설욕전을 펼치며 나란히 2승2패로 동률을 이루고 있었던 것이다.

4대6으로 뒤져있는 삼성이 2사 만루의 기회를 잡았다. 최소 동점까지 끌고 갈 수 있는 찬스였다. 박석민을 삼진으로 잡아냈던 이재우가 최형우와 박진만에게 연속으로 볼넷을 허용하며 주자를 내보낸 탓이다. 7번 타자 진갑용이 타석에 들어섰다.  원스트라이크 노볼에서 가운데 낮은 볼에 진갑용의 방망이가 돌아갔다. 공은 중견수 방향으로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갔지만 빗맞은 탓에 중견수가 처리하기에는 어려워 보였다.

하지만 두산의 중견수 이종욱이 비스듬히 미끄러지며 글러브를 내밀었다. 그리고 진갑용의 타구는 이종욱의 글러브로 빨려 들어갔다. 육상부 주장이라고 하는 이종욱이었기에 가능했던 수비였다. 추격해오던 삼성 공격의 맥을 끊고 위기감이 커져가던 두산에게는 희망을 키워주는 수비였었다. 결국 공수에서 강한 인상을 심어주었던 이종욱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플레이오프 MVP에 선정되었다. 물론 이종욱의 활약으로 얻어냈던 이날의 승리로 두산의 한국시리즈로 향하는 발걸음을 한결 가볍게 해주었다.

[사진=두산을 살린 '육상부' 이종욱 (C) 두산베어스 제공]



김도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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