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8.10.21 02:14 / 기사수정 2008.10.21 02:14
[엑스포츠뉴스 = 조영준 기자] 20일 오후, 강남구 청담동에 있는 리베라호텔 3층 몽블랑 홀에는 적막한 긴장감이 흘렀습니다. 2008~2009 시즌에 새롭게 프로 팀에 합류할 여자배구 신인 드래프트가 열렸기 때문입니다.
총 15개 고교의 34명의 졸업 예정자 중, 드래프트에 참가한 선수는 총 20명이었습니다. 프로선수가 되는 것은 좁은 문에 들어가는 것처럼 쉬운 일이 아닌데 과연 어느 선수들이 프로구단에게 지명되어서 유니폼을 입고 선수생활을 계속 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아졌습니다.
여자프로배구 5개 구단들은 모두 자신의 팀에 필요한 선수들 위주로 신인선수들을 지명했습니다.
지난 시즌, 최하위인 현대건설은 올 시즌에 들어오면서 공격과 수비가 모두 능통한 외국인 선수인 아우리(푸에르토리코 대표)를 데려왔습니다. 또한, 서브리시브와 수비를 도맡아 해줄 살림꾼인 박경낭도 KT&G로부터 새롭게 가세했습니다.
여기에 팀의 기둥인 한유미도 서서히 부상을 극복하고 자신의 컨디션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여기에 장신 미들블로커 한층 양효진도 성장해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었습니다.
그러나 세터에 대한 해결점은 여전히 찾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한수지와 박진왕, 김재영이라는 젊은 세터들을 데리고 있지만 이 선수들로는 확실한 해답을 찾지 못했습니다.
결국, 현대건설은 작년 월드컵대회에서 국가대표로 뽑힌바 있는 염혜선(목포여상)을 1라운드 1순위로 선택했습니다. 두 번째 지명권을 가진 팀인 한국도로공사는 청소년대표 주전 라이트인 황민경(세화여고)을 뽑았고 KT&G는 센터인 김은영(대구여고)을 지명했습니다.
1라운드에서 나란히 지명된 이 선수들의 포지션을 보면 한국여자배구가 숙제를 안고 있는 세터와 센터 포지션이라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드래프트가 끝난 뒤,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염혜선은 "애초부터 현대건설에 가기를 원하고 있었다. 바로 주전으로 뛸 가능성도 많아 그러한 마음이 강했었다"라고 답변했습니다. 그리고 팀의 발전과 함께 국가대표 세터로도 활약해 보고 싶다는 의견도 남겼습니다. 비록 지금은 국가대표 선수가 되기엔 여러모로 부족하지만 꼭 도전해보고 싶다고 밝힌 염혜선의 성장은 한국배구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필요한 부분입니다.
한국여자배구가 세터에서 큰 문제점이 생겼다는 것은 현장의 지도자들과 배구 팬들이 모두 공감하는 사실입니다.
염혜선과 함께 고교 최고의 세터로 불렸던 시은미(중앙여고)는 청소년국가대표 팀에서는 주전세터로 활약했습니다. 좋아하는 세터로는 일본 팀을 이끄는 159cm의 단신 세터인 다케시다 요시에를 꼽았습니다.
빠르고 정확한 토스와 노련한 경기운영으로 일본 팀의 전성기를 이끌고 있는 다케시다는 한국여자배구대표팀이 일본 팀에게 11연패를 할 동안 가장 큰 활약을 보인 선수 중, 한 명이었습니다.
일본이 세터와 리베로의 포지션을 앞세워 국제대회에서 경쟁력을 찾았듯이 한국여자배구가 세터와 리베로에서 해결책을 찾지 못한다면 밝은 미래를 기대할 수 없습니다. 또한 한국여자배구의 숙제 중 하나는 빠르고 이동속공이 능한 센터를 육성하는 일입니다.
KT&G에 지명된 김은영(대구여고)은 인터뷰를 통해 가장 많이 하는 연습이 외발 이동속공이라고 밝혔습니다. 지금 전 세계적으로 모든 여자배구 센터들이 구사하는 기술이 바로 외발 이동속공입니다. 세터와의 호흡이 중요하기도 하지만 가장 빠르고 쉽게 점수를 얻을 수 있는 공격패턴인 이동속공은 한국여자배구가 반드시 장착해야할 공격 기술 중 하나입니다.
이미 작년 드래프트에서 하준임이란 왼손 라이트 공격수를 지명한바 있는 도로공사가 또다시 라이트 공격수인 황민경을 선택했다는 점은 조금은 의외였습니다. 하준임과 함께 황민경을 라이트 포지션에 돌려가면서 기용할 의도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라이트공격수로서 단신인 174cm의 신장을 가진 황민경이 프로의 무대에서 살아남고 국가대표로까지 뽑히려면 단신을 커버하는 빠른 발과 스윙을 익혀야만 합니다.
그리고 비록 라이트의 포지션에 있지만 후위에 물러서면 백어택과 수비도 어느 정도 할 줄 아는 선수로도 성장해야 합니다.
비교적 풍작을 이루었던 지난해에 비해 올 드래프트는 20명의 선수들 중, 수련선수까지 포함해서 총 13명밖에 지명되지 못하는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이 날 현장에 나온 76년 몬트리올 올림픽 동메달의 주역인 조혜정 배구연맹 기술강화위원은 "20명의 선수가 모두 프로 팀 유니폼을 입지 못한 점이 너무나 아쉽지만 그만큼 중.고교때부터 가능성이 많고 기본기를 갖춘 선수들을 많이 배출해야한다는 과제도 남겼다"라며 이번 드래프트에 대한 소감을 남겼습니다.
한국여자배구의 미래를 확인하기도 했지만 점점 열악해져가는 현실도 동시에 느낄 수 있었던 현장이었습니다. 대중들의 많은 시선이 모아지는 곳은 프로란 무대입니다. 그러나 프로선수들을 완성시키는 과정은 학생배구를 통해 이룩됩니다.
한국여자배구의 발전을 위해서는 유망주들의 발굴과 함께 어릴 때부터 탄탄하게 익혀야할 기본기가 가장 중요합니다. 여자배구 고교졸업 예정자 34명 가운데 프로로 가는 13명을 제외한 나머지 21명은 양산시청 같은 아마추어 팀에 지명을 받거나 10년 가까이 한 배구를 접고 다른 길을 걸아가야 할 위치에 놓여 졌습니다.
이러한 선수들에게도 보다 기회를 제공해 줄 수 있도록 신생팀 창단도 한국여자배구 발전을 위해 조속히 이루어져야할 과제입니다.
[사진 = 황민경, 김은영, 염혜선 (C) 조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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